[이사람] 정품인삼제조창 허성호 대표

코로나19로 인해 소비둔화...가격도 하락
인력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경영 압박
수출길도 막혀 ‘이중고’, 정부 대책 세워야

“아버지가 인삼농사를 지으시던 그 옛날, 지게 지기가 죽기보다 싫어 도망쳤던 제가 인삼농사로 먹고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생살이 자체가 아이러니예요”

풍기읍 동부리에서 20여 년 간 홍삼전문생산업체인 ‘정품인삼제조창’을 경영하고 있는 허성호(64) 대표가 하는 말이다. 3만여 평의 인삼농사를 경작하고 있는 그는 해마다 5천여 칸(평)의 인삼을 채굴하면서 매년 30억 원 이상의 인삼을 농가로부터 직접 구매해 자신의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거나 위탁판매를 하고 있다. 이날 그는 “직접 농사 지은 5년생 인삼 1천 800여 칸을 내일까지 캘 예정”이라고 했다.

채굴 후 무게로 가격을 매기면서 거래의 투명성 높여

“옛날에는 밭떼기가 대세를 이뤘지만 지금은 인삼을 채굴한 뒤 대중소로 인삼을 분리해 무게로 가격을 정하는 채(750g)매가 자리를 잡으면서 상호공정을 기하고 있으며 인삼도 용도에 따라 특대, 황 대, 파삼, 깎기, 삼계 또는 식당용 등 15개 품목으로 분류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옛날 밭떼기가 대세이던 시절에는 상인들의 농간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인삼밭이 아무리 커도 두세 곳 만 돌아보고 가격을 결정했으니 언제나 농민들이 손해를 보는 편이었다”고 과거를 회고했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소비부진에 인건비까지 올라 경영압박

“길어진 코로나19로 인삼 값이 폭락해 인삼밭을 갈아엎는 참담한 모습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수삼용이 많이 나오면 즉 농사만 잘 지으면 돈이 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많이 둔화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깎기 인삼이 1만8천원에 거래되는 데 반해 삼계용이나 식당용, 즉 파삼(하품)은 지금도 채당 8~9천에 거래되고 있어 농사도 짓기에 따라 천양지차의 가격대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삼소매 시세가 과잉생산과 소비부진으로 10년 전 인삼시세로 곤두박질 쳤다고 했다.

“풍기인삼조합 관내에 1천여 명의 경작자들이 600만평 정도의 인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조합과 약정을 한 농가 외 일반농가들이 생산한 인삼을 저희들과 같이 공장을 직영하고 있는 도매상들이 사들이고 있지만 2년 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탓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귀해지면서 일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에요”

일당 7~8만 원만 줘도 골라 쓰던 작업 인부들이 지금은 11~12만원을 주고도 일할 사람이 없다는 그는 1천 평 정도의 인삼채굴에도 평균 500만 원 이상의 경비가 지출되고 있어 경영에 압박이 오고 있다고 했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인삼산업 공멸

“생산량이 소비를 앞지르면서 시세 또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잉여인삼을 수출로 밀어내면 좋겠지만 고려인삼을 알아주는 곳은 중국,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정도입니다. 수출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소비가 한정돼 있는 국내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건강식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존의 인삼시장 마저 잠식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기북부 등 일부지방에 가보면 10만 평을 경작하는 농가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허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가 생산량 조절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생산량 조절에 나서야 합니다. 모든 농가에 인삼포자재 등을 지원하고 있는 현재의 농업정책을 보완 3~5만평 이하를 경작하는 소농가를 적극 육성한다면 대량 생산농가들은 저절로 줄어들게 돼 인삼산업 또한 건강한 6차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기업형 농가들이 물량 공세로 나오면 인삼산업 자체가 공멸하게 되지요”

인삼채굴이 끝나는 11월 하순부터 가공 산업에 매달려야 한다는 허 대표는 2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 7명의 직원을 두고 홍삼, 절편 삼, 농축액, 분말 등 인기제품 10여종을 집중 생산해 5곳의 대리점을 포함 전국판매를 하고 있다며 중국, 말레이시아, 미국 등지를 오가는 보따리 장수들에게도 주문량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채굴 현장에는 굉음과 함께 채굴기를 장착한 대형트랙터가 지나갈 때 마다 하얀 인삼들이 이랑 위를 덮었고 그 뒤를 20여명의 부녀자들이 인삼을 거둬 대형천막 아래로 옮겨오자 길게 늘어앉은 15~16명의 부녀자들의 잽싼 손놀림만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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