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를 가꾸는 사람들[4] 그림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이순희 화가

「미술 치료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자유롭게 자기 무의식을 표현해 내고 또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는 치료 방법이다」이것은 봉화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의탁 노인들의 전문요양 시설인 봉화요양원 휴게실에 게시된 글이다.

이곳에 요양원에 봉화군 소재지 신시장에서 "홍가네 가든"을 경영하고 있는 이순희(43세)씨가 5년째 자원봉사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만다라 미술을 통한 심적 치료를 하고 있다.

▲ 봉화요양원 미술 치료 지도
마침 이씨가 미술치료를 한다기에 봉화요양원을 방문했다. 미술 치료 활동을 하는 휴게실엔 둘레둘레 원생들이 둘러앉자 고무풍선에다 신문지를 찢어서 풀칠을 하여 붙이고 있었고 이순희 선생이 그 사이에 끼여 앉아 서툰 솜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시범을 보이며 지도하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몇몇 노인들은 그 뒤에나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작업하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풀 붙이기가 끝나면 말려서 풍선을 떼 내면(자연 바람이 빠짐) 탈바가지 모양이 되며 다음 번엔 물감으로 탈 그리기를 한다고 했다.

이순희씨는 만다라 미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만다라는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서 비롯되며 원상(圓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근(語根) manda는 참, 즉 본질을 의미하고 접미사 la는 소유 또는 성취를 의미한다. 즉 만다라 정의는 중심과 본질을 얻는 것, 마음속에 참됨을 갖추고 있거나 본질을 원만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좀더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부탁을 했다. "미술치료는 미술활동의 여러 가지 특성을 활용하여 심리적, 신체적 고통의 경감이나 정신적 성장을 이끌어 내어 보다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여기엔 만다라 미술이 효과적이며 만다라는 원(圓) 안에 그리는 그림을 말하는 것으로 이 그림은 치유의 힘이 있어 집중력 향상, 창의성과 미적 능력을 길러준다"고 했다.

▲ 만다라 미술의 여러 문양

일반인들은 이해하기도 생경한 이 미술치료에 대해 정희자 요양원 원장은 "시골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치료방법으로써 처음 시작할 당시엔 어른 분들이 내키지 않는 분위기였으나 옛날 본인들이 잡아보지 못한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데 점차 흥미를 갖더라"면서 "그림 그리기를 통해 옛 기억을 되살려 마음에 응어리진 상처를 치유하며 이를 통하여 각자 인성을 파악, 관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감사해 했다.

2001년부터 오늘날까지 월 1회 무보수로 교재 준비까지 본인의 사비를 들여서 한결같이 나와 지도해 주는 이순희씨가 진정으로 고마운 눈치였다. 이렇게 그린 그림을 봉화 송이축제 때 전시하며 올해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요양원엔 그 외에도 금빛봉사단 소속 여러분들이 국화 가꾸기, 에어로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수고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이씨는 또 "봉화 학생상담 자원봉사"(지역연합회장 김화자)일도 맡고 있다. 이는 교육청 산하의 봉사단체로서 2003년 4월 30일 조직되어 관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회원 8명이 주 1회 그룹상담을 한다고 했다. "집단상담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위주로 하며 학생들이 생각보다 철없는 것이 아니며 이들의 말을 경청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열더라"고 했다. 만다라 교육은 여기서도 진행된다.

"미술치료에 있어 만다라 활동은 내적 고요체험을 하기에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재료에 구속을 받지 않으며 실내나 야외에서도 가능하며 짧은 시간에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다라 활동을 하기 위한 도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심리적 신체적 이완을 유도하는 시간은 학교생활에 지친 학생들에게 많은 유익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이완을 하기 위해 들려주는 명상음악은 평소 학생들이 듣는 음악과 다른 고요한 음악이며 호기심을 가지고 쉽게 귀를 기울여 듣게 되고 만다라 활동을 하는 동안 그들의 집중력은 상당히 높아진다. 활동 후 그들이 완성한 만다라 작품을 보면 색 대비나 색채를 통해 자기만의 새로운 에너지와 균형, 창의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누군가가 개인의 만다라 작업을 보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다라 활동을 하는 목적은 자기 자신을 만나고 자기를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곧 만다라는 둥근 원 안의 하나의 소우주이며 그 소우주는 바로 자기자신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봉화 학생상담 자원봉사 연합회에서 발간한 집단상담보고서「우리들의 만남」제 2집에 실린 그의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군청화장실에는

   

예쁜 그림과 함께
가을하늘 같은 글들을 담은
소품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글과 그림들은 
삶을 돌아보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아름다운 꿈을 갖게 하여
바라보는 이의 내면에
들꽃향기가 되어 스며듭니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여유로움을 갖게 하고
발길 머므르게 하는

-이하생략 -

이 글은 몇 년 전 봉화군청 어느 간부가 화장실에 걸린 작은 액자를 보고 지은 "머무르고 싶은 곳"이란 글이다.

언제부터인가 각 관공서 화장실을 비롯 시내 공중화실에 작은 액자가 걸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오늘날까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거기엔 짧은 경구나 시(詩)에 예쁘게 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들은 얼마간의 간격으로 교체되며 가져가는 이도 많아 수시로 확인, 갖다 걸어야 한단다. 사실 미술치료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경북인터넷고등학교 캐릭터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 거기서는 캐릭터지도, 가면 만들기, 페이스 패인팅 같은 것을 지도하며 봉화 송이축제 때는 학생들이 관광객에게 패인팅을 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한다.

그뿐 만이 아니다. 그는 봉화경찰서 전·의경 상담 어머니회(회장 권금자)회원이기도 하다. 회원 30명이 전·의경들의 어머니가 되어 이들의 상담역이 되며 월1회 식사를 제공하며 각 가정에 초청 가족의 정을 나눈다고 했다.

그는 봉화군 지역혁신협의회 인재양성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역의 혁신역량을 결집하여 봉화군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하여 국가 균형발전 특별법에 의거 지난해 11월 발족된 것으로 여기엔 지역의 두뇌그룹과 지방교수들 다수 참여하고 있는 명실공히 봉화의 앞날을 설계할 핵심조직 이라고 할 수 있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87년에 봉화총각과 결혼하여 이곳으로 오게 되었으며 서양화를 전공한 덕에 늘 미술치료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 2000년 미술치료사 수강을 계기로 자연히 미술치료 자원봉사자가 되었다고 했다.

식당 일이 적성에 맞는지 물어봤다. "음식 만들기가 재미있고 그래서 뭐 특별히 힘든 줄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오히려 교육 시 자질 구래 한 교육재료를 사느라 비용도 꽤 들어가지만 일일이 남편한테 타 쓰지 않아도 되는 자금줄(?)이므로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하면서 웃었다.

지난 5월엔 명호면 비나리 산골 미술관에서 대구의 "푸른 평화 예술치료 연구소" 소속 미술치료사들과 "심리치료 미술전시회"를 연 적도 있는 이씨는 올 가을에 군내 미술인들과 전시회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봉사활동을 그렇게 하면 식당일은 언제 하고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느냐? 고 하니까 "아직 젊고 가급적 봉사활동은 오후시간을 이용하며 활동이 없는 날은 혼자 쉬면서명상으로 휴식을 취하므로 별 문제는 없다"고 했다.

가족은 시어머니와 남편 홍태기( 44. 봉화군 바르게살기 부회장)씨와 2남이 있으며 무엇보다 남편이 본인이 하는 일을 이해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취미는 별달리 없고 사람 만나고 대화하는 게 취미라면 취미라고 하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너무나 인간적인 면을 엿보게 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봉화교육장(김길자)이 어느 책에서 말한 "누가 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꽃이 아닌 오직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봉사하는 모습이 그 어떤 것보다 제일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한 글귀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전공으로 밥도 먹지만 이처럼 남에게 베푸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닌가.

E-mail: dltkd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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