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영주시양봉발전협의회 남병희 전 회장

기후 변화,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양봉 산업 ‘위기’
양봉은 ‘생명 산업’... 정부·지자체 대책 마련 시급

“양봉산업은 생명산업입니다. 벌이 없는 세상은 존립 자체가 어렵지요”

영주시 양봉발전협의회 초대회장을 9년간이나 지낸 양봉업계의 원로 남병희(76) 전 회장의 말이다.

지난해 5월 냉해피해로 아카시아 꽃이 일찍 지면서 한해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지난 3월 분봉한 벌통 120여 개(1통당 15만원)를 팔아 어렵게 양봉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그는 “양봉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의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몰락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냉해피해가 반복되면서 양봉업자들이 연중 최대 대목으로 여기는 아카시아 꽃이 3~4일 만에 시들어 양봉산업의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꽃이 꿀도 정상적으로 머금고 피지만 최근 기록적인 5월 냉해가 반복되면서 예년에 비해 80%의 벌꿀이 감소하고 로열제리를 비롯한 화분까지 채취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분봉당(1통) 사료(설탕)값만 2만여 원씩 들어가고 있어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고 한다.

“80년대 벌꿀 1병에 3만 여원에 거래가 됐었지요. 40년이 흐른 지금은 4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반면 설탕가격과 양봉 기자재 가격은 두배이상 올랐습니다. 또 잡목이 무성하면서 아카시아나무, 밤나무, 싸리나무 등의 밀원이 사라지고 있어 양봉산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200여 통의 벌을 기르고 있으나 이상기후가 해마다 겹치면서 잡화 꿀을 포함해도 한해 1드럼(200L)도 채밀하기가 힘들지만 막상 사업을 접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벌을 기르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번 벌에 쏘이는 날이 많지요, 봉침을 많이 맞아서 건강에는 자신이 있어요” 벌통을 살피던 부인 김정옥(68)여사가 거드는 말이다.

봉독(蜂毒)에는 항바이러스 항염증성분 등이 포함돼 있어 어깨, 허리 통증은 물론 노인들의 관절통 등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아픈 곳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그녀는 남편 역시 80이 가까운 나이임에도 축구동호회원으로 주말마다 50~60대 젊은이들과 사흘이 멀다 하고 경기장을 누비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녀는 또, “최근 이상 기후에 따른 폭염 등이 잦아지면서 외래종 말벌이 창궐하고 있고 미국부저병과 낭충봉아부패병 등이 만연하고 있어 농사짓기가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다”며 “검은 말벌 몇 마리가 한두 시간 만에 수천마리의 꿀벌을 헤치고 있어 여름철만 되면 말벌퇴치에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벌은 만가지 생명체를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벌이 없으면 작물의 결실도 생명의 종족 번식도 이어갈 수가 없습니다. 또, 단 음식을 피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다양한 천연성분은 물론 항염증과 항산화기능이 원활한 벌꿀은 예외입니다”

벌꿀 산업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다는 그는 전국적으로 2만9천여 양봉가구가 전국에 분포하고 있으나 왜소한 몸집만큼 목소리도 작아 정치권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고 했다.

“1990년대 양봉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제정이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킨 적이 있었지요. 그때 영주시 초대 양봉발전협의회장으로 안정면 오계리에 영농법인 ‘영주벌꿀’을 설립, 도비를 포함한 2천여만 원의 보조를 받아 채밀기 등 공동시설을 설치하면서 양봉산업의 희망을 일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바람은 바람으로 끝나고 말았죠”

그는 경북도를 포함한 일선 지자체도 지역특산물에만 보조 사업을 집중 시킬 것이 아니라 존립 자체를 걱정하고 있는 생명산업보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우리고장 영주에는 280여 농가가 양봉산업에 종사하면서 영주시양봉발전연구회를 조직하고 양봉발전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봉산업이 활력을 잃으면서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회원들의 단합과 지자체의 관심으로 양봉산업도 허리 펴고 농사 짖는 그날을 고대한다는 남 전 회장은 힘없는 걸음으로 봉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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