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영주人터뷰[15] 순흥면 1인 방송 농업인 서순애 씨

하루의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더해진다. 우리고장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이어왔을까. 평범하게, 때로는 남다르게,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하려한다.[편집자 주]

농사 힘들어도 싱그러운 농작물 보면 신이나
농작물 성장과정 방송에 담으며 신뢰 높여

봄에 종자를 심고 올 여름만 잘 견뎌줘라, 잘 지내줘라 하고 기도를 합니다. 농작물이 자라 싱그러워지는 모습만 보면 신이 나서 이렇게 주문을 걸지요.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농사를 짓지 못해요

올해 농부들도 어느 때 보다 더 힘든 시기를 겪었다. 코로나19도 있지만 거센 태풍에, 기나긴 장마에 몸과 마음이 힘들고 한숨과 걱정으로 지낸 날들이었다. 그래도 농부들은 작은 희망의 싹을 심기 위해 점점 얼어가는 땅에서 내년 농사를 위한 또 다른 준비를 시작한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며 직접 키운 농산물을 기다리는 소비자를 위해 틈틈이 실시간 방송을 해온 순흥면에 사는 1인 방송 농업인 서순애(67)씨를 만났다.

직접 키운 농작물 알리기
영주에서 나고 자라 20대 중반까지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던 서씨는 26세에 고향사람과 결혼해 다시 영주에 정착했다. 농사를 몰랐던 그녀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처음에는 조금씩 농사를 돕는 정도였다고 한다. 4남매를 낳아 키우고 청소년으로 자랐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했다.

논농사와 밭에 농작물을 키우던 서씨는 남편과 함께 인삼농사를 짓는 친척에게 인삼종자를 구해 재배방법을 배우고 함께 인삼재배를 시작했다. 농작물을 팔아 돈이 들어오면 조금씩 땅을 사서 늘려나갔다.

열심히 농사지으며 좋은 날도 있었지만 융자를 받아 농사를 짓다보니 인삼농사가 잘 안 될 때는 쌓여가는 빚으로 힘들 때도 있었다. 그렇게 벼농사와 인삼농사를 지은 지 30년이다. 인삼농사가 몇 년씩 걸리니 틈새농작물로 5년 전부터 우엉과 애플마(둥근마)도 시작했다.

“2008년 전까지 인삼농사를 지으면 직거래 없이 밭으로 매매했었어요. 많은 노력에 비해 수익이 적었죠. 이후부터는 지인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판로가 넓어졌지요. 직접 밭으로 와서 보고 구입하고 싶다는 분들에게는 주소를 보내면 찾아오셨죠

매년 10월이 되면 소비자들이 인삼을 언제 캐는지 물어온단다. 수확하는 기간에는 인근이나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밥을 한 솥 해놓는다. 시골의 정취와 함께 밭에서 나눠먹는 밥은 이때만큼은 유용한 홍보아이템이 된다.

단체로 인삼캐는 모습
단체로 인삼캐는 모습
생방송 촬영 중에 “내가 캔 인삼 함 보래요~”
생방송 촬영 중에 “내가 캔 인삼 함 보래요~”

1인 방송으로 소통, 공감
오랜 기간 열심히 논밭을 일구어도 해마다 알 수 없는 것이 농사. 서씨는 남편과 열심히 소중하게 가꿔온 농작물을 하나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농업기술센터의 정보화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교육받기를 여러 번, 한 가지를 알게 되면 또 배워야할 것들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알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영주시정보화농업인 회원으로 들어가 이들과 모여 공부했다. 교육장에는 매번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배우기 위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미디어강사경력이 있던 귀농한 장희선 회원이 많은 정보와 도움을 주고 있단다.

정보화교육을 통해 블로그도 하고 네이버 스톡, 오픈마켓, 페이스북(이하 페북) 등을 시작해 판로를 넓혀나갔어요. 밴드나 카페를 100% 활용해 판매했어요. 지금은 페북을 중심으로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지요. 페북을 통해 인삼, 고구마, 생강을 올려 완판도 했었죠

SNS을 적극 활동하던 서씨는 어느 날 페북에 방송하기가 있는 것을 보고 더듬거리며 여러 차례 시도해봤다. 제대로 배우게 된 것은 이후 농업기술센터에서 1인 생방송 교육에 참여해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지역농업인의 판로개척을 돕기 위한 ‘1인 생방송 교육은 지난해 7월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렸다. 교육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새로운 판로개척의 수단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유튜브와 페북을 활용한 인터넷 방송으로 진행됐다.

교육에 참여한 농업인들은 SNS의 활용도가 커지고 그에 따른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한 판매를 이어오다 새로운 판매방식과 신뢰도를 쌓는 방법으로 1인 생방송 판매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실시간으로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는 판매 방식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하고자하는 농산물이 국산인지, 그 지역 상품인지를 실시간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방송장비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서씨는 지도강사가 프로보다는 진솔함이 공감대를 더 얻는다는 말에 힘을 얻어 직접 키우는 농산물의 재배과정, 캐는 모습, 크기에 대해 설명하며 방송을 시작했다.

얼마 전 둥근마를 캤을 때도 그녀는 생방송을 켰다. 그동안 열심히 키운 농작물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자랑하고 싶었단다. 올해는 유독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날씨까지 더해져 걱정스러웠던 둥근마가 생각했던 것 보다 잘 자라줬기 때문이다.

자식처럼 키운 것들을 생방송으로 전하면 소비자들은 눈으로 보고 직거래로 싸게 사고 농업인들은 일한 만큼 받을 수 있어 좋아요

생방송 촬영 중에 “둥근 마 캤어요~”
생방송 촬영 중에 “둥근 마 캤어요~”

소비자, 판매자의 연결고리
올해도 서씨는 농업기술센터 1인 생방송 교육에 참여해 라이브방송에 대한 노하우를 늘려가고 농장에서 직접 심화교육에 참여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수가 없도록 꼼꼼하게 강사에게 지도를 받았다고.

자라는 과정을 방송으로 전달하고 판매할 농작물을 찍어 페북에 올려 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공유를 한다. 일을 하느라 바쁠 때는 사진만 찍어 놓았다가 올릴 때도 있다.

교육에 참여하면서 좋은 인연도 늘어났다는 서씨. 전국을 다니며 라이브방송을 교육하는 김형기 강사의 지도로 전국에 분포된 교육생들과 연계하며 다양한 소통과 공감, 판로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라이브 커머스(라이브 스트리밍과 전자상거래의 합성어)가 지난해부터 뜨고 있는데 다른 지역도 하고 있어 판매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요. 교육 중에 판매물건이 있으면 참여할 수 있는데 여수의 갓김치를 판매했을 때 하루 100만원을 돌파하고 추가 주문도 이어졌지요

자신도 구입해 집에 도착한 갓김치를 생방송으로 알렸다는 그녀는 서로 상생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방송할 때마다 쑥스러움이 많지만 오히려 더 정감어리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을 얻는 다는 그녀. 처음에는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지 않고 올라오는 댓글만 볼 때도 있었다면서 직접 키운 재료로 요리하는 모습, 재료활용 방법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농협 공판장으로 보내 경매하고 일부는 직거래를 하고 있어요. 올해도 직거래 하는 곳에 보내드렸지요. 인삼은 세척해 고압분무기로 수작업해 택배로 보내드리고 있지요. 인삼수확 당일에 방송했는데 100채 정도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던 적이 있었어요. 방송을 하며 인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도 했지요

올해는 조금 일을 줄였다는 그녀. 토양을 좋게 하려고 밭도 묵혔단다. 요즘 일상은 주문이 들어온 택배를 보내며 내년 농사를 위해 조금은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농번기에 부족한 인력을 최소화 하려고 봄에 할 일을 미리 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할 농작물이 있으면 한 두 시간 정도 생방송을 하는데 금방 매진이 되면 재미가 쏠쏠해요. 내년에도 씨를 뿌리고 자라는 과정도 방송에 담으려고요. 올해보다는 좀 더 무탈하게 수확했으면 좋겠어요. 항상 농사만 생각하니 나에게 천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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