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영주人터뷰[11] 하망동 심규성 영광여고 사서교사

하루의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더해진다. 우리고장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이어왔을까. 평범하게, 때로는 남다르게,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하려한다.[편집자 주]

중학교부터 옛날 화폐 관심’, 현재도 수집 중
학생들에게 책 추천으로 심리·정서적 도움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고려시대 동경(청동거울) 12점이 지난달 18일 영광여자고등학교(교장 이영희) 도서관에 전시됐다. 지금의 손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동경은 주로 귀족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동경을 학생들은 박물관이 아닌 도서관에서 가까이 살펴볼 수 있었다. ‘문화가 있는 도서관의 일환으로 이 전시를 기획한 영광여고 심규성(34) 사서교사를 지난 7일 만났다.

영광여고 심규성 사서교사
영광여고 심규성 사서교사

국내 최초 화폐수집 동아리
사전인터뷰 요청에 심 교사는 영주시민신문과 인연이 있다고 했다. 찾아보니 그가 영주제일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311, 학생축제인 학동제에서 옛날 주화인 상평통보, 조선통보, 고려시대 엽전, 고대엽전, 외국주화 등 90여점 중 250여가지 구 화폐를 전시해 눈길을 끌어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그의 화폐 수집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아버지가 보인 지갑 속에서 구 1천원권 종이화폐를 본 그는 옛 화폐에 관심을 갖게 돼 인터넷을 통해 상평통보 2개를 구입하면서 본격적으로 화폐수집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옛날 돈부터 세계 고대주화까지 다양하게 수집했었어요. 당시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지만 영주지역에서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생각만큼 이어갈 수는 없었어요

고교 1학년 때 그가 수집해 소장하고 있던 화폐는 고려시대 삼한통보, 해동통보, 당백전인 상평통보 등 우리나라 고대화폐와 근현대 지폐 등을 비롯해 중국춘추삼국시대에 사용된 어패, 중국 주나라 제나라시대에 사용된 도전과 포전, 중국초나라 시대의 의비전, 100년 이상 된 세계 각국의 외국주화와 지폐 등 다양했다.

세계화폐 중 1666년에 제작된 스웨덴 주화와 1859년에 제작된 오스트리아 주화, 인도술탄 제국에서 사용되던 은화 등을 힘들게 구입해 가장 아끼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친한 친구들과 국내 최초로 화폐 수집동아리를 만들어 화폐를 통해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통의 관심사로 다양한 것을 공유하고자 2년여 동안 이어온 동아리는 여러 상황으로 이어가지는 못했다. 몇 년 전 강원도에서 한 고교생이 학교에서 전시를 했다는 것을 본 것이 전부이다.

개인은 수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아리로 활발한 활동이 이어가는 것은 못 봤어요. 한국수집협회가 있지만 체계적인 운영은 안 되고 있어요. 그래도 온라인을 통해 선배 수집가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도움을 받게 되고 이제 수집가의 길로 들어선 어린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취미를 넘어 옛것을 공유하고 있어요

상평통보 5천여점, 옛것으로 소통하기
20여년이 흐른 현재까지 수집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그에게 묻자, 대학에 들어가 군대에 다녀 온 후부터 지금까지는 엽전을 중심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일일이 헤아려본 적은 없으나 상평통보 종류만 3천여 종류로 총 5천여 점 가량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화폐도 1만여점 이상라고 한다.

대학교 입학 전후 시점에 인터넷 경매사이트가 활성화가 됐고 인터넷에 수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가 있어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어요. 동경의 경우는 고고미술학에 관심이 있어 군 전역 후 모으게 된 것이에요

그가 모은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명도전이다. 칼 모양으로 생긴 화폐로 진품의 경우 쉽게 부러져 잘 다뤄야 한단다. 이제 수집을 시작한 청소년들의 경우는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도 있지만 진품과 가품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도움이 필요하다는 그.

미국의 경우는 수집에 대한 개념이 달라 수집하는 아이들을 위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시스템이 없고 청소년이었던 자신에게 선배 어른들이 도움을 주었기에 이제는 수집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 있으면 작은 도움이라도 주려고 하고 있다.

올해 그는 인터넷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운이 좋게 조선시대 발행된 상평통보 모전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후손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나온 엽전을 내놓은 것이 모전이었다고.

후손은 본인이 필요가 없으니 그냥 일반엽전으로 생각하고 내놓은 것 같았어요. 오래된 물건이고 유품이라 가격은 일반엽전보다는 높은 가격에 내놓았더라고요. 올린 것을 살펴보니 모전인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일반엽전과 모전은 가격차이가 50~100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귀한 것을 잘 구입할 수 있어 좋았어요

그가 그동안 구입해온 것을 보관만이 아닌 필요로 하는 곳에 기증도 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는 엽전과 청동거울 50여점을 기증했으며 안동민속박물관에도 상시전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엽전 위주로 기증할 계획이다.

영주여고 도서부 학생들과 캐릭터 모형 속 심규성 사서교사
영주여고 도서부 학생들과 캐릭터 모형 속 심규성 사서교사

학생들 위한 도서관 만들기
화폐 수집을 하던 청소년은 경남대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가 현재 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학생들도 책과 가까이 하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힘써왔다.

올해 영광여고 사서교사로 온 그는 동산여고, 선영여고, 제일고, 영주고, 영광고, 제일고 등 관내 학교의 도서관리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의 활성화는 물론 진로연계와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도록 지도하고 있다.

책은 정서적 안정과 삶의 목표, 힘을 준다고 생각해요. 저는 감성적인 책을 좋아하는데 군대에서 이병률 작가의 끌림이 그런 책이었죠. 지금까지 내 삶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는 자존감이 낮고 슬럼프에 빠져 힘이 든 학생이 있다면 심리학적인 책을 추천하고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마음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카카오 톡에 익명의 채팅방을 만들어 고민 상담을 해요. 요즘 같은 코로나로 외부활동이 어려운 상황에 책으로 처방합니다는 더욱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이 때문에 책 대여기간도 37일에서 510일로 바꾸고 대면을 줄일 수 있도록하고 연장하면 20일 대여가 가능해요

그는 학생들이 도서관에 오면 쾌적함을 느끼고 다양한 정보와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려시대 청동거울 전시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공유해 학생들의 사고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전시했다.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은 3명 이상이면 즉시 구입해 만족도를 높인다. 또 다양한 도서관 행사로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있으면 진행되는 이벤트에 서평을 올리거나 공모로 지원을 받는다.

이달에도 온오프라인으로 다채로운 독서의 달 행사를 연다. 심 교사는 책은 다양한 열매를 맺고 있는 커다란 나무와 같다학생들이 책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지닌 열매의 맛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활동에 학생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는 그는 다양한 것을 추진함에 있어 스스로 게을러지지 않고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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