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우리마을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12] 서천 물길 따라 ‘김두석의 초계구곡 시’

초계구곡의 산실(産室) 초곡(草谷) 마을 전경
초계구곡의 산실(産室) 초곡(草谷) 마을 전경

영주의 남쪽 막등산 비달재 아래 초곡에 살던 김두석이
1곡 동구대·서구대에서 9곡 적서교 아래 도화유수
까지
서천의 물길 따라 9곡을 설정하고 초계구곡 시를 짓다

고려 말 우리고장 출신 안향(安珦,1243-1306) 선생이 원나라로부터 주자학(朱子學,성리학)을 도입한 후 수많은 조선의 선비들이 주자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읊으면서 주자를 흠모했다. 초계구곡(草溪九曲)을 설정한 김두석(金斗錫,1838-1885) 또한 성리학자로 주자의 무이구곡가를 읊으면서 그를 흠모했다. 김두석은 의성김씨 평장사공파(파조:椿)11세손인 김엄(金渰,교수공)10세손이다. 그는 소백산 남쪽 막등산(幕登山,현 경북전문대 뒷산) 비달고개(星月峴) 아래 초곡(草谷,현 아르뫼)에 살면서 서천의 물굽이가 만든 절경마다 구곡을 설정했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초곡(草谷,푸실)의 지명을 따 초계구곡이라 했다.

이 시()는 김두석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 일원(一源,11)이 만사제문집(輓詞祭文集)에 옮겨 써 보존해 오던 것을 현손 김교명(金敎明,97,지천종손)10여 년 전 생질에게 부탁하여 국역했다. 초계구곡 시는 주자의 무이도가의 형태를 본받아 서시와 구곡시를 포함하여 모두 10수의 칠언절구(七言絶句)로 구성되어 있다. 운자도 주자시를 그대로 차운했다.

지난 2일 김교명 종손께 뵙기를 청해 1곡에서 9곡까지 탐방하면서 시를 감상했다.

서시(序詩)
小白山南地最靈(소백산남지최령) 소백산 남쪽 땅 가장 신령하니, 昭懸星月草溪淸(소현성월초계청) 별과 달이 밝게 빛나는 초계가 맑네. 箇中光景人誰識(개중광경인수식) 그 가운데 광경을 아는 이 누구인가, 擬聽夷岑九曲聲(의청이잠구곡성) 무이의 구곡가를 듣는 듯하여라.

-먼저 서시다. 소백산 남쪽 영주의 경승(景勝)을 말하고 있다. 김두석은 자신이 사는 비달재 아래 초곡의 광경을 보고 무이구곡가를 듣는듯하다고 자랑하고 있다. 김교명 종손은 성월현(星月峴:비달고개)은 휴천동 현대아파트에서 한정으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이 고개 남녘 현 봄봄식당과 아르뫼 사이에 의성김씨 지천종택이 있었다면서 두석 고조부님께서는 여기에 살면서 막등산과 비달재 주변 경관을 구곡 시로 쓰셨다고 말했다.
 

1곡 동구대와 서구대
一曲蓮莖櫂葉船(일곡연경도엽선) 1곡이라 연경에서 작은 배를 저어 가니, 雙龜蹲對閒晴川(쌍귀준대한청천) 두 거북이 마주하고 맑은 시내 한가롭네. 平沙十里明如練(평사십리명여련) 십리의 평평한 모래는 밝기가 비단 같아, 竹橋節風柳梟烟(죽교절풍유효연) 죽교에 바람 불고 버들엔 안개 자욱하네.

-1곡은 동구대(東龜臺)와 서구대다. 거북머리 형상을 한 두 대()는 서로 마주보고 있다. 대위에는 수십 인이 앉을 수 있는 반석(盤石)이 있고 대 아래는 냇물이 암벽에 부딪쳐 심담(深潭)을 이루어서 맑고 푸르다. 김자원(83,휴천동)씨는 옛날 서천의 큰물줄기는 서천교-영광중-남서울예식장-원당-광승-지천으로 흘렀고, 작은 물줄기는 서천교-동구대와 서구대 사이로 흘렀는데 조선 후기 어느 때쯤 동쪽으로 흐르는 큰물줄기를 막으면서 동구대쪽으로만 흐르게 됐다고 말했다.
 

2곡 지천(至天) 막등산(幕登山)
二曲夸娥化碧峯(이곡과아화벽봉) 이곡이라 과아가 푸른 봉우리 되니, 春花秋葉覩粧容(춘화추엽도상용) 봄꽃과 가을잎으로 단장한 모습 보네. 天臺矗矗雲宵屹(천대촉촉운소흘) 천대가 뾰족이 하늘 위로 솟으니, 石勢參差影萬重(석세삼차영만중) 바위는 들쭉날쭉 그림자가 만 겹이네.

-2곡은 지천(至天)이다. 지천은 고려말 지영주사(군수)로 부임한 하륜(河崙)이 남산이 낮아 재앙이 많다하여 하늘에 이르도록 높다는 뜻으로 남산을 지천(至天)이라 했다. 김교명 종손은 서천의 물이 남쪽으로 흘러오다가 지천에 부딪혀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냈다면서 그곳이 현대아파트 아래쪽이라고 말했다. 지천에 사는 금석옥(83,지천경로당회장)씨는 “1970년대까지 송림이 울창했다국가공원으로 지정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3곡 관수대·마애여래좌상
三曲靑龍繫畵船(삼곡청룡계화선) 삼곡이라 청룡에 화선을 매어두니, 臨汀仙佛老千年(임정선불노천년) 물가에 임한 선불의 흔적이 천년 세월 지났네. 也知白露蒼葭夕(야지백로창가석) 알겠노라 저물녘 푸른 갈대에 흰 이슬이 내리니, 古磬聲空月可憐(고경성공월가련) 옛날의 경쇠 소리 부질없고 달이 가련한 줄.

-3곡은 경북전문대학 정문에서 서쪽 방향 산자락에 있는 관수대(觀水臺), 마애여래좌상, 부정탄(副正灘)이 있는 지점이다. 지천 출신 김자원씨는 지천 마을을 지난 물이 관수대 앞을 지나면서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곳으로 옛 선비들이 이곳에서 시를 짓고 낚시를 하던 곳이라고 말했다.
 

4곡은 방암(舫巖,배바위)
四曲文陽臥舫巖(사곡문양와방암) 사곡이라 문양에서 방암에 누우니, 巖頭蘚色雨中毿(암두선색우중삼) 바위 위의 이끼가 비속에 드리우네. 流漸不敢盤洄去(유점불공감회거) 물이 점차 불어 거슬러 오르지 못하니, 激處鳴灘穩處潭(격처명탄온처담) 부딪치는 곳은 여울이고 평온한 곳은 못이네.

-4곡은 관수대 앞을 지난 물이 서쪽으로 흘러가다 문전마을 앞을 굽이도는 곳에 있는 배바위를 말한다. 김 종손은 방암(舫巖)’은 배 방()자를 쓴다. ‘배바위라는 뜻이다. 수로공사 때 기암괴석이 많이 훼손됐지만 옛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곳은 여름이면 어린이물놀이장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5곡 종암(鍾巖)
五曲溪流更就深(오곡계류경취심) 오곡이라 시냇물이 더욱 깊어지고, 懸崖松樹蔭成林(현애송수음성림) 벼랑에 자라는 소나무는 숲을 이루네. 日斜石逕無人處(일사석경무인처) 석양의 돌길엔 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響榻鍾巖自在心(향탑종암자재심) 종암에 울리는 소리는 자재의 마음이네.

-5곡은 종암(鍾巖)이다. 막등산 서쪽 기슭에 종암(鍾巖)이 있었다고 하며, 대학기숙사 부근을 예전에는 양정(陽井)이라 불렀다한다. 김 종손은 문전마을을 돌아 나온 물이 막등산 서벽에 부딪혀 절벽을 만들었다빽빽한 소나무숲속에 기암이 드문드문 섞여 멋진 풍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6곡 오잠(鰲岑)
六曲蒼屛繞草灣(육곡창병요초만) 육곡이라 푸른 병풍이 초계를 둘렀고, 居然泉石我亭關(거연천석아정관) 어느덧 천석은 나의 정자문이 되네. 鰲岑自有題詩石(오잠자유제시석) 오잠엔 절로 시를 적은 바위 있으니, 風月空餘萬古閒(풍월공여만고한) 풍월이 부질없이 만고에 한가롭네.

-6곡은 의성김씨 지천종택(현 아르뫼) 건너편 목골마을 앞이 된다. 지금으로 보면 한정교 건너 경북대교 아래 지점이다. 10여 년 전 이곳에 시민휴식처를 만들어 놓은 곳으로 풍월을 읊을만한 곳이다. 김 종손은 “6곡을 지난 물은 또 한 구비 돌아가면서 절경을 만든다. 종택에서 마주보는 곳에 신령스러운 바위와 산들이 병풍이 되어 초계를 감싸는듯하다고 말했다.
 

7곡 하한정(夏寒亭)
七曲連峯碧玉灘(칠곡연봉벽옥탄) 칠곡이라 연봉에 푸르고 맑은 여울이, 蒼然獨秀靜中看(창연독수정중간) 창연히 홀로 빼어남을 고요한 가운데 보네. 客來繫馬堂前樹(객래계마당전수) 손님이 이르러 당 앞의 나무에 말을 메니, 松露時惟落面寒(송로시수락면한) 소나무 이슬이 때로 얼굴에 떨어져 차갑네.

-7곡은 하한정(夏寒亭)이다. 소고(嘯皐) 박승임(朴承任) 선생이 만년에 이곳에 살면서 여름에도 시원하다하여 하한정이라 했다. 김 종손은 지금은 제방을 쌓아 소고대가 내에서 멀리 있지만 예전에는 마을 앞으로 물이 흘렀다면서 넓은 백사장과 푸른 숲이 장관을 이루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8곡 삼우대(三友臺)
八曲高臺寶鏡開(팔곡고대보경개) 팔곡이라 고대에 보배로운 거울이 열리니, 淸流如去復如洄(청류여거복여회) 맑은 시내 흘러가다 다시 굽이 도네. 化翁爲闢文明地(화옹위벽문명지) 조화옹이 문명의 이 땅을 열어주시니, 鷗鷺雙飛渡水來(구로쌍비도수래) 갈매기 해오라기 짝을 지어 물을 건너오네.

-8곡은 초곡(사일)마을 옥녀봉 중턱에 있는 삼우대(三友臺)를 말한다. 김 종손은 하한정 마을 깊숙이 들어갔던 물이 동쪽으로 굽이돌아 부딪히는 곳이 삼우대 앞이라며 서천을 굽어보는 좋은 경치에 소풍객들이 많았는데 경북선 철도와 경북대로가 마을 앞을 가로막아 옛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9곡 도화유수(桃花流水)
九曲波光眼豁然(구곡파광안활연) 구곡이라 물결 빛에 눈이 환히 트이니, 誰將舟檝濟長川(수장주즙제장천) 누가 배를 저어 긴 시내를 건너가나? 桃花流水來深處(도화유수래심처) 복사꽃 흐르는 물이 깊은 곳에서 오니, 更與滄洲問別天(경여창주문별천) 다시 창주와 별천지를 묻노라.

-9곡은 도화유수이다. 삼우대 앞을 지난 물은 적벽암에 부딪쳐 넓고 깊은 호수를 이룬다. 여기가 적서교 아래 영주소방서 근처다. 김 종손은 서천의 물줄기가 적벽암에 부딪쳐 큰 호수를 이룬 곳으로 옛 선비들이 버드나무숲에서 시를 짓고 낚시를 하던 곳이라고 말했다.
 

초계구곡 시 원본(김교명 종손)
초계구곡 시 원본(김교명 종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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