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리(동산여전고 2학년)

상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허무맹랑한 생각과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에 옷을 입혀 그럴듯하게 꾸민 거짓말? 상상의 실체가 어떤 것이든 나는 분명 동화적인 상상으로 쓴 글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상상들은 고정관념이라는 틀에 박혀있고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현실은 덮어두고 그저 꿈결같은 거짓만을 내세운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글에 담긴 상상이란 것은 내가 싫어하는 그 일련의 상상들과 무엇이 다른가. 글쎄, 얼핏 본다면 비슷하다. 천사들이 학교에 다니고 기계들은 말을 하고, 인간의 사고를 하며 우주를 창조할 수 있는 기구는 장난감 세트로 판매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봐서 반갑기까지 할 상상. 하지만 그가 하는 상상과 사고에는 관습이 없으며 틀에 박혀있지도 않다. 알량한 상상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결말과 전개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현실을 일깨워 주며 그 현실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해결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나무'는 그저 재밌기만 한 책이 아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영장류라는 나르시즘에 빠져있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있고, 그저 얼른 다가왔으면 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어쩌면 그의 단편에 출현하는 뤽처럼 기계화된 생활과 로봇이 즐비한 세상에 심장을 내어주고 그 대신 인공심장을 가지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내 피가 흐르는 심장의 상실은 인간미와 감정의 상실이다. 그것은 분명 건조한 모래가 서걱거리는 사막과도 같을 것이다.

틀에 박히지 않은 그의 상상력이 최대로 발휘된 부분은 단연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외계인을 볼 줄만 알았지 외계인의 시각에서 우리를 관찰할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다.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상의 고정관념'에 어긋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란듯이 외계인의 시각에서 지구인을 관찰했다. 그는 이 기상천외한 단편에서도 '여자는 남자의 지갑을 보고 교배를 한다.'고 재밌지만 날카롭게 인간의 물질주의를 지적했다.

나는, 외계인이 인간을 다루고, 생활 습성을 조근조근 말하는 모습을 보고 한 가지 질문을 내렸다. '우리 인간은 다른 생명체를 어떠한 식으로 다루고 대해야하는가'하는 질문 말이다. 그 답은 단순히 '사랑' 일까?

그의 글에 등장하는 노인의 '너도 언젠간 나처럼 될 게다.'라는 말은 현실을 망각하고 나르시즘에 빠져 건방을 떨고있는 우리를 향한 강력한 경고일 것이다.

[당선소감]책 속에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감상문이 상을 받으리라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상을 받게되어 상당히 기쁩니다.

제시해주신 책들을 읽으며 지식이나 지혜도 쌓을 수 있었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아직 어리기 그지없었던 생각이 나이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 언급한 지식이나 지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그것들 외에도 자리에 앉아 몇 시간이든 몇 분이든 집중할 수 있는 능력. 타인들을 대하는 행동. 내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는 방법. 한 마디로 줄여본다면, '세상을 유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그것이 책 안에 있습니다.

저는 본디 차분한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생각도 짧았지요. 그러나 책을 읽으며 언제 참아야 하고, 언제 토해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조리있는 말을 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책속에는 미래가 있다.' 아뇨. 책 속에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살아가며 같은 생각이라도 이 생각은 자신에게 독이 되고 저 생각은 자신에게 득이 됩니다. 무엇이 독이고 무엇이 득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단지 점 하나 차이뿐인 것을요. 그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냉대 받고있는 한 권의 책에 있습니다.

책이 제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부족한 감상문을 뽑아주셨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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