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빵집

- 이면우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 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 봤지만, 삐뚤삐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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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가를 지나다보면 유독 유리문에 하얀 A4용지가 많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생겨난 현상인데 ‘마스크 쓰지 않는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이다. 문을 밀고 들어가는 발걸음을 경고문 문구가 하얗게 막아선다. 불안이 만들어 낸 마음이다.

불안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해서 다 섬뜩한 것은 아니다. 빵집의 사정을 걱정하는 아이의 불안은 시인의 자세를 반듯하게 고쳐 앉게 만들고 본 적도 없는 아이를 생각하게 만든다.

제 부모를 생각하는 삐뚤삐뚤 눌러 쓴 문구 앞에 닫혔던 마음이 무장해제 되어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 속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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