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사람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는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다.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하시고 맨 마지막에 진흙으로 사람의 형상을 빚어 아담을 만드셨다. 히브리어 아담(Adam)은 영어의 남자(Man)와 같은 뜻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을 만든 뒤에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셨다. 창세기의 관점에서 보면 여성은 남성에 속한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에서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서양과 다르다. 한자의 기원을 풀이한 ‘설문해자’에 계집 여(女)자에 대한 설명이 있다. 계집 여(女)는 사내 남(男)보다 먼저 만들어진 글자다. 한자는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문자에서 비롯되었다. 그 다음 둘 이상의 글자를 합해서 만든 회의문자, 형성문자가 만들어졌다. 남(男)은 밭이라는 글자와 힘이라는 글자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것(田+力)이니 여(女)가 남(男)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女의 처음 글자는 지금과 조금 다르다. 여자가 앉아서 아기를 분만하는 모습이다. 인디언 영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시시대에는 여자가 앉아서 아기를 분만했다. 계집 여(女)는 여성의 생산성을 숭배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 고대의 女는 母와 같은 의미(女=母)로 사용되었다. 男은 농장에서 농사일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여자는 생산하고 남자는 먹을거리를 구해오는 일을 했다. 우리말의 ‘계집’도 ‘집+계시다’에서 온 말이다. 계집은 집에 계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원시사회는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였다. 한 여자가 여러 명의 남자를 거느리고 살았다. 실제 중국의 소수민족 가운데는 아직도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며, 여러 남자를 거느리기도 한다. 동물의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자의 수컷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한다. 암컷은 이긴 수컷을 선택한다. 우수한 인자를 물려받아 종족을 보전하려는 자연의 법칙이다. 이로 미루어 동물이나 사람이나 성결정권은 암컷에게 있다. 그럼에도 남자 가운데는 힘으로 여성의 결정권을 무력화 하려는 사람이 있다. 이 점이 사람이 짐승보다 못한 점이다.

남자들이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남편을 뜻하는 지아비 부(夫)는 하늘 천(天) 위에 점 하나가 있으니 하늘보다 높다. 남편은 하늘보다 높다. 또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니 남편은 하늘과 같은 존재라 한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다. 하늘은 양이요 땅은 음이다. 음과 양은 높고 낮음의 구별이 없다. 우주만물은 음과 양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남자들이 여자보다 높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정치적 인간(Homo politicus)이 되면서부터다. 마을을 이루어 살면서 부족과 나라가 생기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 전쟁을 하게 되었다. 전쟁을 하는 일이 남자에게 주어졌다. 이로 인해 정치적 권력이 남성에게 주어지면서 남성의 지위가 여성보다 높아졌다. 남성이 여성보다 강한 것은 힘뿐이다. 여성이 남성에 속한다는 관념은 힘의 논리요 야만의 논리다.

동물의 세계는 아직도 성결정권이 온전히 암컷에게 있다. 그러나 사람의 세계에서는 아직도 힘과 권력으로 여성을 지배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남자들이 있다. 성결정권은 예나 지금이나 여성이 가진 고유한 권리다. 이제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고유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힘의 논리로 여성을 대하면 100% 미투(Me too)에 걸리는 시대가 되었다. 여성은 남성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남성과 대등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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