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이별도 사랑의 한 방식

- 이상호

진짜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지

단숨에 단념할 수 없는 단념을 단숨에 단념하는
동백나무의 저 핏빛 결의를

끝끝내 추한 꼴 안 보이는 것이 진짜 사랑이듯
사랑이 끝나도 사랑한 사랑은 끝끝내 남는 법

눈 감으면 세상 모든 것 일순에 다 버려져도
눈까풀 닫는 단념으로는 단념하지 못할 사랑

뜨거움을 고이고이 간직하려는 저 붉은 결기가
사랑한 사람을 결별하는 사랑의 한 방식인 것을

동백꽃이 지는 순간을 지켜본 사람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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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가 꽃과 이별하듯 뚝! 그렇게 ‘끝끝내 추한 꼴 안 보이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단숨에 단념할 수 없는 단념을 단숨에 단념하는’ 동백나무의 굳은 마음이 진짜 사랑의 이별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도 영원하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별은 온다. 그 형식이 어떻든 누구에게나 이별은 슬프고 가슴 저미는 일이다. 그만큼 결별을 맞는 모습도 제각각일 테지만 동백나무가 모진 마음으로 한 번에 꽃 머리를 꺾어내는 이별 방식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울음이 있다. 오로지 혼자 감당해내야 하는 슬픔이 더 있기에 더욱 절절한 것이다. 그것은 뜨겁게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이 끝나도 사랑한 사랑은 끝끝내 남는 법’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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