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도시 군산시의 청소년 사례

청소년들은 말한다. 청소년을 위한 것에 청소년의 눈높이로 바라보았는가를, 그리고 어른들의 생각만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청소년들도 지역에서 살아가며 불편하고, 필요하고, 바꾸고 싶은 것들이

모험의 언덕놀이터
군산시 맘껏 광장

있다면서 자신들이 말하면 들어줄 것인가를 묻는다. 이에 우리고장 청소년들이 바라는 영주는 무엇인지를 알아보려 한다. 그리고 청소년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환경을 만들어주며 지원하는 타 지자체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안전하고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
청소년제안 듣고 사업계획 수립해 나가

청소년 관련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중심이 되어야할 청소년들의 의견보다는 사업계획서가 먼저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전문가들에게 들었고 청소년관련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청소년의 의견이 아닌 어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은 다른 것일 수 있는데 어른들의 시각으로 판단한다면 오류가 생긴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직접 물어야한다. 너희가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아동친화도시에 맞도록
2016년 군산시는 영주시보다 조금 먼저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군산은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기 전부터 아동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지원정책을 수립해 왔었다. 그리고 이를 더욱 다져간 후에는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고 아동청소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이들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고 있다.

2016년 10월, 본지는 영주의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따른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군산시를 방문했었다. 군산은 아동친화도시 이전부터 어린이 행복도시 조성을 시정목표로 전국 유일의 어린이행복과를 신설했다. 민관 협력체인 어린이행복도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법원과 함께하는 위기가정 지원 사업 등 군산시만의 단단한 기반구축과 아동친화적인 법체계를 운영했다. 또한 아동친화도시를 앞두고 어린이·청소년의회를 구성하고 100인 원탁회의를 통한 아동의 참여 창구를 활성화해 나갔다.

3년여가 지난 시점에 군산시를 다시 방문했다. 아동친화도시 이전부터 아동청소년사업에 많은 고심을 해온 담당자인 군산시 아동청소년과 노창식 아동정책계장이 그대로 자리해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아동의 권리 찾아가다
대표적인 사례로 내놓은 것은 아동들이 맘껏 뛰놀며 스스로의 권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소인 ‘어린이 맘껏광장’이다. 이 권리광장은 로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로 추진된 어린이 권리광장이다. 권리광장은 어린이청소년 참여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군산시내에 위치한 수송근린공원에 사업비 6억 5천만원(유니세프 2억원, 군산시 4억 5천만원)을 투입해 리모델링 형태로 조성됐다. 이곳에는 △아동이 생각하는 군산의 주요역사의 길 △미래의 주인공은 ‘나’라는 자아실현의 상징성을 부각한 거울 △토론과 프리마켓 등 청소년 교류를 위한 카페 형식의 시설물 △휴식과 놀이가 가능한 다양한 조경시설과 쉼터 등으로 꾸며져 있다.

어린이 맘껏광장은 이름에 어린이가 들어가지만 아동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동들이 아지트처럼 사용해 원하는 시간에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이곳에서는 와이파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무료 와이파이존이 운영돼 쉼터에서 머물며 사용할 수 있고 재경군산시향우회장의 도움으로 청소년 단체들이 자주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운영 경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청소년수련원에 자체 공모해 프리마켓도 열고 군산YMCA가 2014년부터 운영하는 사랑의 밥차가 올해부터는 제때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맘껏광장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역단체와의 연계로 어느 날은 삼겹살을 구워주고 어느 단체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후원해 든든한 한끼 식사를 해결한다.

맞춤형 놀이터로 활용
군산시가 아동청소년을 위해 새롭게 시작한 사업에는 지역 곳곳에 분포돼 있는 놀이터 활용방안이다. 대표적인 조촌동 놀이터 삼각지대를 살펴봤다. 걸어서 20분이면 3개 놀이터 모두 가볼 수 있었고 맞춤형 놀이터로 다양하게 바뀌었다.

특히 아동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놀이터마다 급수시설과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다. 또한 어른 세대와도 어우러질 수 있도록 놀이터 옆 별도의 공간에는 운동기구들과 쉼터 등이 세워져 있었다.

노 계장은 “서울과 부천으로 어린이 체육시설을 갖춘 생태놀이터 견학을 다녀왔다”며 “아동들의 의견을 물으니 유아와 초등저학년, 초등고와 중등으로 구분지어 맞춤형으로 시설이 설치되길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를 회상한 노 계장은 놀이터를 활용하고자 했으나 살펴보니 아파트 외에 74개 놀이터가 활용이 안 되고 제초작업 등 관리만 되고 있었고 기본 자료도 없었단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어떤 놀이터를 만들 것인가?’를 물었을 때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고. 그래서 국내외 전문가에게 놀이터에 대한 진단부터 받았다. 전체 놀이터를 조사해 51개 항목을 진단받았다. CCTV 등을 살피는 시민조사원과 놀이터 인근 학부모,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주말과 평일 3회에 걸쳐 데이터를 조사했다. 조사 후 안 좋은 것은 ‘빨강’, 놀이기구 있는 놀이터는 ‘파랑’, 친화적인 환경은 ‘녹색’으로 구분지었다.

노 계장은 “놀이터를 조사하고 여러 가지로 체계적인 관리가 좋아졌다”며 “핵심 사업으로 하려고 1천만 원의 자체비용으로 조사, 진단 분석해 예산은 줄이고 만족도는 높은 특색을 갖춘 놀이터로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동들의 의견을 수렴해 놀이터는 변화됐다. 언덕을 만들어 미끄럼이나 겨울에는 눈썰매를 탈수 있도록 했다.

삼각지대로 구성된 놀이터 중 ‘모험의 언덕’은 오르기 좋고 모험을 즐길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잔디 둔덕과 나무, 숲속 바위 등 자연 친화적 환경과 입체적 공간구조의 조합놀이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체활동이 가능한 초등저학년에 맞춘 어린이공원이다.

초등고학년과 중학생들을 중심에 맞춘 ‘플레이 필드’는 다양한 연령대가 공터에서 공을 갖고 뛰어놀거나 바퀴달린 기구를 탈 수 있는 장소이다. 또 한쪽에 마련된 휴게공간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쉴 수 있다.

‘부메랑’놀이터는 킥보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 유아들이 놀 수 있는 놀이기구와 신기한 모양의 조합 놀이대, 부메랑 형태의 경사면, 숲속 자연환경을 연결해 다양한 놀이 활동이 가능하다.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군산시는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2017년부터 아동청소년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못하는 부모들로부터 방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중학생의 야간보호와 식사제공 등의 야간보호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11월에는 어린이청소년 정책제안대회를 열고 군산시에 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회는 어린이 권리광장의 활용과 놀이터 조성과 운영방안, 학교생활에 대한 교육·복지·안전 등 청소년이 행복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 등을 제안 받았다. 사업계획이 모두 수립돼 형식을 갖추는 것이 아닌 청소년을 위한 공간에 청소년에게 먼저 의견을 묻고 이를 반영시키겠다는 뜻이다.

지역을 위해 활동한 어른들에게 주는 상이 아닌 모범적인 생활하는 청소년을 발굴해 상을 수여한다. 2016년 조례제정 후 2017년부터 시작된 군산시 청소년상은 초중고를 대상으로 청소년상 수상자 선정 심의위원회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봉사, 효행, 문화예술, 체육, 과학기술, 참여부문 등 6개 부문에 각 1명씩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체육을 제외한 5개 부분에 상을 수여했다.

이외에도 청소년의 꿈과 끼를 맘껏 펼칠 수 있는 ‘청소년 복합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개인의 적성과 특기를 살린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관내 14~19세 학교 학생만이 아닌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진로탐색의 기회를 주고 학습 및 정서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은아 /윤애옥 기자

ㅣ인터뷰ㅣ군산시아동청소년과 노창식 아동정책계장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제안하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청소년이 제안한 것을 시장과 의장에게 인식시켜야 해요. 청소년 사업에는 3자가 아닌 청소년 당사자가 직접 계획하고 논의한 내용을 전달해야 합니다. 군산은 청소년을 위한 사업에 시장의 철학도 중요했죠. 청소년도 3~4년이 지나면 투표권이 생겨나잖아요. 청소년참여부분에 매월 1회 모임 외에도 년 78회 모임을 갖고 정책제안도 합니다. 3년여 하다 보니 청소년을 위한 자체조례는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청소년뿐만이 아닌 3세대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도 있어요. 군산시는 놀이터와 게이트볼장을 함께 설치해 모든 세대를 위한 복합 형태로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군산시청소년수련관 정락영 사무국장 ㅣ인터뷰ㅣ

“지역 안에서 청소년관련 사업을 진행하거나 의견을 물을 때 청소년의 제안이 기대보다 적게 나올 때도 있습니다. 이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그 역량을 끌어올려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부분들도 있는데 진정으로 청소년들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이 본 모습을 꺼내 보이도록 해줘야죠. 청소년들의 시각으로 보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제안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됩니다. 맘껏 광장에 선풍기 3개를 달아달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런 것처럼 자신들을 위한 작은 고민을 계속 제안하다 보면 더 좋은 제안들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가운데 청소년들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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