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봉(작가)

삽화 이석희

50년 전, 1969년 7월 21일은 임시공휴일이었다. 그날 읍내 전파사에서 거리 쪽으로 내놓은 흑백텔레비전에서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서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어른들 틈에 끼어 지켜보았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임시공휴일을 선포한 박정희 정부를 비웃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이라던 닐 암스트롱의 말처럼 나는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끄트머리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한 까까머리 소년으로서가 아니라 인류의 일원으로서 그 순간을 함께 한 것이었다.

1865년, 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른이 『달세계 여행』을 발표했다. 대포를 타고 달에 간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이 공상과학소설이 나오기 전까지 달은 우리가 ‘가야 할 어떤 곳’이 아니라 밤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에 따라 갖은 상념을 불러일으키며 ‘거기 그냥 떠 있는 것’이었다. 달은 그렇게 태곳적부터 숱한 은유와 이야기들을 가지고 때로는 처량하게, 때로는 황홀하게 원시인의 동굴 어귀를 비추었었다. 산술적 이해가 불가능할 때 신화적 상상력이 발동된다. 해의 신인 헬리오스나 아폴론이 남성이었던 반면 달은 여성성을 대표했다.

동양에서는 달에 항아(姮娥)라는 선녀가 살고 있다고 믿었고 셀레네, 다이아나, 아르테미스, 루나 등은 서양 신화 속에 나오는 달의 여신들의 이름이다. 그들은 밤을 주재하는 신들이었으므로 정신병자나 광증(狂症)을 뜻하는 ‘lunatic’이라는 말이 달의 여신 ‘루나(Luna)’에서 유래했듯 불안과 공포를 상징하기도 했다. 보름달이 뜨면 귀신들이 배회하고 영화 『라자리노』에서처럼 늑대인간의 몸에 털이 돋아나고 송곳니와 손톱이 길어진다고 믿기도 했다. 50년 전 그날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디딤으로 하여 오랜 어둠과 신비의 봉인(封印)이 풀린 것이다.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은 두 강대국 미국과 소련의 체제경쟁의 산물이었다. 먼저 앞서 나간 것은 구(舊) 소련이었다.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닉 호’ 발사에 성공했을 때 미국은 경악했다. 4년 뒤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린 것도 소련이었고 유리 가가린은 우주를 비행한 최초의 지구인이 되었다. 위협을 느낀 미국이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하고 추격의 고삐를 죄었지만 번번이 소련에 선수를 빼앗겼다. 그러나 항우를 몰락시킨 유방의 말처럼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였다. 1962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의회 연설에서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미국의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했다. 2년 뒤 그 젊은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괴한이 쏜 총을 맞고 죽었지만 그의 공언대로 60년대가 저물어가던 1969년 7월 21일(미국시간 20일)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킴으로 우주경쟁은 미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오늘에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거짓이고 모든 영상들이 미 항공우주국의 조작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음모론은 미국의 작가 빌 케이싱이 쓴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결코 달에 간 적이 없다(We Never Went to the Moon)』이라는 그 책은 ‘미국의 300억 달러짜리 사기극(America's Thirty Billion Dollar Swindle)’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우리가 지켜본 달 착륙 영상들이 네바다 주 사막의 한 스튜디오에서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성조기가 펄럭일 수 없고, 배경으로 보이는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고, 달착륙선이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생기는 분사 자국이 없다는 등의 얘기다. 미 항공우주국은 이런 조작설에 대해 성조기가 힘차게 펄럭이는 효과를 주기 위해 깃발에 가로막을 덧대었고, 태양 빛의 반사로 별들이 보일 수 없고, 선회하면서 이착륙을 했기 때문에 분사자국을 남기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들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은 사람들의 믿음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영화나 광고의 삽입곡으로 자주 쓰이는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은 1950년대 중반에 나왔지만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노래가 된 것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고 나서였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도리스 데이의 버전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그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Fly me to the Moon(나를 달로 데려가 줘)/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별들 사이로 날아다니며)/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목성과 화성의 봄이 어떤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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