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없고 자원봉사자 "안내·뒷정리"

▶관 주도 아닌 민간 주도 축제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5월의 문화인물 '의상'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된 부석사 화엄축제가 한 달간(행사기간 8일)의 일정 끝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개최된 올해 부석사 화엄축제는 의상사상학술 발표회와 의상창건 화엄사찰 답사, 그리고 화엄음악회와 불교 예술공연제 등 내실있는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부석사를 대내외에 알리고 지역 문화를 꽃피우는 잠재력 있는 축제로써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했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특히, 화엄축제는 처음부터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기획되고 추진됨으로써 지금까지 보여 왔던 지역축제의 획일적이고 보편화 된 이미지를 크게 개선했다는 여론도 있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인 풍기인삼축제와 소백산 철쭉제가 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넘어왔지만 부석사 화엄축제는 처음 기획부터 민간이 기획해 추진되어 왔다. 이 행사를 기획한 조재현 추진위원장(극단 영주 대표)은 "지난해 10월 첫 행사를 마치고 또다시 반년만에 행사를 준비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미흡했음을 인정한다"며 "내년에는 보다나은 행사로 부석사를 대내외에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주시청 권혁태 문화관광과장은 "지난해의 경우 교통문제가 야기됐지만 올해의 경우는 화장실과 스크린 위치 등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적절히 대응해 상당히 잘 치러졌다"고 평가한 뒤 "내년부터는 더욱 내실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첫 행사부터 마지막까지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준비와 뒷정리를 하는 등 많은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역 대부분의 행사가 공무원들이 동원되던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변화된 모습 중의 하나로 눈길을 끌었다. 

자원봉사자로 처음부터 행사준비부터 뒷정리에 참여했던 이종철씨(영문사 대표)는 "전반적으로 힘은 들었지만 지역축제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 뒤 " 화엄축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민간이 개최하는 세계적 축제로 발돋움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상 사상 전파, 이젠 세계축제로...
지난 28일 동양대에서 열린 의상 사상 학술대회는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가해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이란 인물과 그의 사상에 대해 이론을 제시한 것은 축제의 질적 향상을 높이고 화엄종의 본산인 부석사가 있는 이 지역의 발전이념으로 재조명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날 학술대회는 먼저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가 '의상의 생애와 7세기 신라불교'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고영섭 동국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으며 '의상의 불타관(발표:전해주 동국대 교수, 토론:이효걸 안동대 교수)', '의상과 신라 화엄종(발표:김상현 동국대 교수, 토론:김영미 이화여대 교수)', '의상과 일본불교(발표:최연식 금강대 교수, 토론:남동신 덕성여대 교수)'라는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동양대 한국전통문화연구소장 노대환 교수는 "의상은 새로운 불교사상인 화엄사상을 체계화하고, 관음신앙과 미타신앙을 널리 폄으로써 신앙의 대중화에도 크게 공헌했다"며 "온몸으로 사회를 끌어안고 그들과 함께 했던 의상의 실천행은 7세기 신라 사회를 구석구석 비춰주는 따뜻한 빛이었다"며 의상사상의 불교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 인원보다 많이 참가해 9일(해인사)과 16일(낙산사) 두 차례 가진 화엄사찰 답사는 지역민들로 하여금 의상이 창건한 화엄사찰을 직접 둘러보면서 우리지역에 소재한 부석사에 대한 자긍심과 이해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번 답사는 화엄축제의 대외적인 홍보도 겸해 진행됐다.

16일 낙산사 경내 안내를 맡았던 고경 스님은 "3년 전 낙산사에서 의상조사를 문화인물로 선정해달라고 문화관광부에 요청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 "뒤늦게나마 영주지역에서 요청해 문화인물로 선정된데 대해 영주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본지 논설위원으로 답사에 함께 나선 김범선씨는 답사기에서 "인근 안동시는 하회탈로 영국여왕이 방문하는 등 세계적인 도시가 됐지만 우리 지역은 불교문화의 화려, 장엄의 극치를 이룬 곳이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왔다"며 "부석사 화엄 축제가 국제적인 행사가 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을 받기 위한 노력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날인 30일 열린 화엄불교 공연 예술제는 불교예술과 문화를 한자리에 모아 공연함으로써 일반시민들이 불교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 행사에는 디딤 무용단의 승무춤과 오고춤, 미추 관현악단의 소리여행,중앙가무단의 화현과 바라춤 등 불교예술문화를 중심으로한 공연이 이루어 졌다.

▶부석사에 매료된 관광객들
이번 화엄축제의 하이라이트인 29일 저녁의 화엄음악회는 3~4천여명의 관광객과 시민들이 운집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출연자들의 열창과 관중들의 앵콜이 이어졌으며 산사의 배경과 어우려져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음악회로 자리잡았다.

이날 음악회는 마당놀이 재담꾼으로 알려진 김종엽씨의 사회로 미추 관현악단, 디딤무용단, 마당놀이 인간문화재 김성녀씨, 국내 최고 소리꾼 장사익씨, 판소리의 대가 안숙선씨 그리고 지역무용단인 홍성희무용단 등이 참가해 3시간 가량 공연을 펼쳤다.

혼잡을 예상해 일찌감치 부석사에 올라와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대구에서 온 50대 관광객은 "대부분의 산사음악회가 요란하거나 시끄럽기 일쑤이지만 출연자들의 대부분이 산사의 이미지와 딱 맞아 조용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해 끝까지 공연을 지켜봤던 차정균 영주부시장은 "자치시대의 모든 행사는 이제 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주도형 행사가 되어야 하며 행정은 단지 보조역할에 머물러야 타 자치단체와는 차별화된 지역 특성에 맞는 독특한 축제를 개발해 낼 수 있다"며 "이는 지역의 관광 수입 증대 등 부가적인 수입을 통해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순 문화원장도 "모든 행사의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민간이 참여해 기획되고 추진됐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문화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29일 열린 화엄음악회에 대해서는 "산사의 배경과 어우러져 지역에서 경험하지 못한 수준 높은 음악회로 열려 지역민의 문화의식을 한차원 높였다"고 평가했다. 

공연에 참가한 소리꾼 장사익씨는 "단순한 산사음악회로 알고 부석사에 왔지만 출연진과 산사의 아름다운 배경, 그리고 관객의 수준 등이 함께 어루러져 매우 의미있고 뜻 깊은 공연이었다"며 "이런 공연을 펼친 영주는 복 받은 곳"이라고 극찬했다.
 
마지막 날인 30일 무량수전 앞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시낭송회를 주관한 영주문협 정옥희 부지부장은 "단순히 축제가 먹고 노는 소비적인 축제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축제는 민간 차원이라는 새로운 접근과 시도가 이루어졌고 내용에 있어서도 상당히 의미있는 탄탄한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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