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씨 모친 이동순 작가 가사 소개

내방가사 원본
이동순 작가와 아들 홍걸 씨
아들 김홍걸 씨

우리고장 영주는 소백산대관록(小白山大觀錄)에 실린 덴동어미 화전가(花煎歌)의 고장으로 수많은 가사문학이 성행했던 선비의 고장이다.

덴동어미 화전가는 그 문학성을 인정받아 대학수능평가에도 여러 번 출제됐다. 이는 우리나라 내방가사 중 서술적 특성과 화전가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영주문화유산보존회(회장 김치묵)는 올해 2월 집집마다 전해오는 내방가사들을 모아 ‘영주의 내방가사’ 란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이 기사가 영주시민신문에 보도(2019.2.27자)되자 이 책을 구해보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영주시민신문사로, 느티나무출판사로 잇따랐다.

내방가사는 우리 어머니들의 글이다. 그 속에 생활과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영주의 내방가사에 실린 250편의 가사 중 이동순(李東順,1928-2006) 작가의 작품 4편을 소개한다. 읽기에 편하고 눈물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이다.

이동순 작가는 진성인으로 안동 원천에서 출생했다. 스무살 때(1948년) 영주 이산 우금마을 선성김씨家 김기년(金基榮)에 출가했다. 2년여 서울에서 살다가 6.25 전쟁이 일어나 영주로 피난길에 여주에서 아들(홍걸)을 출산했다. 그로부터 일삭(1달)만에 문중 볼일 보러 나간 남편은 영영 소식이 없다. 아들 홍걸(69) 씨는 “어머니, 하면 눈물부터 나온다”며 “학교교육을 전혀 받지 않으셨는데 언문을 익히셨고,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가문의 내력을 묻고 찾아 기록하셨다. 이육사(李陸史,1904-1944)와는 4종질간이라는 이야기를 어머니께 들었다”고 말했다. 이동순 작가의 첫 번째 작품 ‘답가’는 남의 노래에 대답의 의미로 부르는 노래로 남편을 기다리는 애절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두 번째 ‘불면가’에는 해방 후 혼란과 분단의 현실을 절절히 기록했다. 세 번째 ‘소회가’는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근심걱정을 잘 그려냈다. 네 번째 예안김씨 세덕가에서는 가문의 영광과 훌륭한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있다.

답가
여보세요 그말마오
양식이야 젊은 사람 벌면은 살건 만은/우리양인 서로만나 백년언약 굳게 맺어/이별없이 살자더니 이별이 웬말이오/이별만은 야속더라 이별만은 슬프더라/이별이라 하는 것은 일이년도 멀다는데/일년이년 가는세월 오늘은 소식 올까 내일이면 사람 올까/나날이 기다려도 소식이 돈절하오/답답하고 기막혀라 어찌그리 무심하고 어찌그리 냉정하오/이천지에 살아있거들랑 소식이나 전해주고/영원히 없거들랑 꾀꼬리로 돌아오소/죽어서 영이별은 남되도록 살지만은/살아서 생이별은 생초목에 불이붙네/집을떠나 가실적에 6.25 피난오다 낳은 홍걸이/일삭만에 나가더니 홍걸이가 한해두해 철이드니/엄마엄마 우리아빠 어디가서 아니와요/다른아이들은 아빠가 돈도주고 학교에도 오는데요/그걸보니 에들해요 홍걸아 그말마라 너의아빠 돈벌어서 한도락구 싣고와서 너의 학비 대준단다/위로를 한 뒤에는 혼자앉아 신구이 생각하니/가슴에 타는 불이 사라지지 아니하네/천고에 없는 홍걸이 언제나 장성해서/출세한걸 보았으면 무슨걱정 있으리오/이 세월아 어서어서 유수같이 흘러가서/깜깜한 그믐 밤 안개 속을 언제나 헤쳐나가 밝은 세월 보오리오.

불면가
헛부다 노인 둘은 국망에 출생하야/자유없는 민족으로 풍상고락 억울지심/생불여사 지나다가 천운에 순환하야/울유당복 되단말가 천지도 광명하고/산천이 춤을 추듯 괴함도 괴할시나/삼십육년 병든국가 치국안민 급선무라/수십년 근고하야 우리나라 경제성장/선진국에 도달하니 공학철학 문명발달/부국인듯 풍부하고 살기좋은 세상이나/난국난세 격난동안 덧없이 늙었으니/창안백발 한심하다 살기좋다 갱소할가/팔십지면 우리둘은 일낙서산 인생일세/유수같이 가는세월 뉘라서 잡을소냐/지난세월 원망하다 속담에 이른말이/중늙은이 밥구렁이 상늙은이 잠꾸러기/세월따라 변하였나 처신에 부당하다.

과학문명 발달하야 살기좋은 세상이나/근심도 적지않다 분단된 우리조국/이산가족 쌓인원한 통일늦어 근심이요/동방에 예의지국 서북풍이 몰라쳐서/삼강오륜 무너지니 인도멸망 근심이요/지상지하 많은건설 부실공사 근심이요/극지사지 교통지옥 듣고보니 근심이요. -이하 줄임-

소회가(素懷歌)
늦어가는 우리독립 우리 민족 가련하다/독립문이 열렸다고 춤을 추고 노래하는/우리백성 낙심되어 잠시동안 멈추더니/왜놈가니 외국인이 아세아의 한구석에/수만리 이강산에 누가 올줄 알았으랴/남쪽이라 미군군대 북쪽이라 소련군대/남북이 가로막혀 두쪼가리 이땅에서/우리는 뒤로하고 마음대로 정치하네/우리백성 마음대로 내왕조차 없어지니/누구보고 원망할고 누구보고 신원할가/어와세상 사람들아 요네 말씀 들어보소/가로막힌 삼팔선에 남북이 갈린 관계/한덩어리 이강토에 골육상쟁 삼아가네/민족상쟁 웬말인고 살아가는 민족상전/쓰러지는 우리동포 애착하고 원통하다/멀지않은 세월속에 살아가는 남북관계/어와세상 사람들아 요네 말씀 들어보소/빠른세월 흘러가고 젊은청춘 쓰러지네/해방의 종소리는 울린지 삼년이라/삼년동안 무엇했나 가진고통 멀리가며/세운정부 우리정부 대한정부 수립했네. -이하 줄임-

예안김씨 세덕가
어화우리 딸내들아 내말잠깐 들어보소/아무리 여자라도 우리세덕 알아야지/명문고사 생장해도 조상세덕 잊지마라/허다한 언문가사 희롱으로 듣지말고/영력히 외워내어 법도로 놀아보소/팔대조 목골산소 가선대부 호조 참판/구대조 영유현령 궐형병마 달현사로/자헌대부 병조판서 일시명강 지장이라/예안을 처음떠나 영천에 복거하사/아들형제 낳으시니 맏분은 누구신고/집현전 교리로서 일찌기 기세하고/십대조 문절공은 교리공 아우시다/선덕년 을묘춘에 형제동반 문과하고/두 번 문과 또하시니 천은이 무비하사/만조에 제일이라 선역법 정전부와/천문산 일대의는 지금까지 준용이라/공노훈업 장할시고 나라에서 사랑하사/척환만 쓰기시니 충주부사 청주부윤/안동부사 재수하여 단종이 손위후에/사직하고 돌아오셔 글지어 조사주고/집으로 돌아오니 그글 뜻이 어떻든고/단충이 병이니라 조정에서 날찾거든/진처사 도연명이 평택행 마다하고/전원에 갔다하라 천은이 감동하사/문절이라 시호주니 공손이 이아닌가/업수초당 이아닌가 영천에 귀강서원/춘추로 향사치니 혈식춘추 기상이라/무술년 등과하여 형조 좌랑 울진 현감/자현대부 병조 판서/십사대 백암선생 중시조 아니신가/퇴계선생 문인으로 갑자생원 병자문과 이조판서 하신후에/임진년 난리당해 경상도 안집사로/각읍에 격서하사 충심을 일키시니/뉘아니 감동하랴 임인년을 당하여서/중원에 사신가사 변일한 충심으로/강직하게 말씀하샤 천자께서 사랑하사/대학년에 창사하고 돌아오셔 북명하니/나라에서 애지하사 대학일속 산사하여/단충을 표하시니 우리선조 사랑안에 지금까지 전해있소/춘추관 재수관리 대사헌 자헌대부 이조판서/숙종조 계유년에 시호는 민절이라 불렀도다. -이하 줄임-

이원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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