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 창간 3주년에 부쳐

처음 한 방울의 물이
빈 물통을 가득 채우게 하고
처음 한 방울의 물이
커다란 바위 밑에 움츠린
새싹을 밀어올리게 하고
처음 한 방울의 물이
산길을 오르는 이의 마른 입술을 적셔주는
옹달샘이 되게 하고
은어떼 뛰노는 강물이 되게 하고
처음 한 방울의 물이
거친 바다 사내들의 수평선이 되게 하고
처음 한 방울의 물이
메마른 땅에 꽃씨를 뿌리게 하고
흙 속 뿌리를 어루만져
꽃나무의 꽃을 피게 하고
처음 한 방울의 물이
숲 속 새들을 날게 하고
그렇치 않더냐
처음 한 방울의 물이
긴 겨울을 보낸 자들의 손으로
마침내 우리들의 푸른 하늘을 열게 하고

- 詩, 권 화 빈 ( 시인, 동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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