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독서회 서 희 부회장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의식주이다. 이것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한다면 인간답게 살아가지 못하리라. 골무 같은 소도시를 벗어나고 싶을 때, 밥을 먹었는데도 이유 없이 허기질 때,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추천한다.
나는 평소에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소설이라기보다 오히려 시집에 가까웠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라임이 있고 서정적인 문체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숨을 쉬는데 숨 속에 그네가 있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가. 숨이 그네처럼 스윙을 하다니!
주인공 레오는 말한다. 자신의 존엄을 지켜준 건 “너는 돌아올거야”라는 말과 새하얀 손수건이었다고.
나는 음악이 이와 같은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름이 지워졌지만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그것들을 부르고 싶었고 그게 음악이 할 수 있는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이다. 러시아가 군을 몰고 루마니아로 와서 독재자를 몰아내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계 사람들을 강제로 차출해간다. 이유는 독일과의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곳을 재건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러시아 수용소에서 5년 간 겪었던 일들을 소설로 엮었다. 인간으로서 비참한 대우를 받으며 언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지를 소망한다. 배고픔을 역설적으로 배고픈 천사라고 부르는데, 수용소 생활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배가 고플지언정 죽어서도 안식을 얻고 싶다고 했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은유’이다. 다양한 은유로 배고픔이 천사가 되고 숨쉬기의 그네가 되기도 한다. 삶의 난관에 부딪혀 마음 아플 때, 이 아름다운 서정 앞에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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