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독서회 김명숙 회장

10여 년 전 아들은 군에, 딸아이는 대학에 보내고 나니 갑자기 빈둥지증후군(중년에 이른 가정주부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는 심리적 현상으로 마치 텅 빈 둥지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껴 정신적 위기에 빠지는 일을 말함)과 함께 갱년기우울증까지 겹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멀리 있는 친구가 보내준 책이다. 바로 헬렌 리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이 책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유로운 영혼과 음악적 재능을 갖춘 젊은 여성 헬렌 니어링이 탁월한 경제학자이자 교육자이며 생태학자인 스코트니어링을 만나 53년 동안의 삶을 진솔하게 회고한 에세이다. 한때 크리스나므르티와의 짧은 만남도 있었던 헬렌니어링은 24살 때 스코트니어링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가지게 된다. 그녀는 20여년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모든 문명을 거부하고 버몬트 숲에 터를 잡고 스코트와 농장을 일구는 생활로 들어간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최소한의 의식주를 직접 자급자족 하면서 소박한 삶을 이어가는 두 사람은 모든 문명을 누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서로 추구하는 가치관이 같기에 목표를 향해 행동을 일치하며 서로 이해하고 이끌고 협력하면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헬렌과 스코트.

이 두 사람이 평생을 걸쳐 추구하고 실천하는 삶의 철학은 ‘적게 갖되 충만하게 살고, 욕구를 최대한 줄이는 데서 진정한 자유를 찾는 것’이었다. 요즘 흔히들 얘기하는 소확행이 아닌가싶다. 책 말미에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스코트니어링을 보면서 경이로움과 함께 죽음의 새 정의를 느끼게 한다.

한때 긴 터널 속에 갇혀있던 나에게 많은 위안을 갖게 해준 그 친구처럼 나도 어디선가 힘들어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반드시 힐링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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