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수달보호협회 박원수 회장

수달이 멸종되지 않았음을 알린 장본인
하천정비는 수달을 생매장 시키는 것

세상을 살아가며 가슴에 사랑이 그득한 사람은 어쩌면 늘 마음 한구석이 아픈지도 모를 일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손길 주어야 할 곳이 너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와 명예를 쫓는 사람은 구석지고 그늘진 곳까지 눈길이 닿지 않으며, 오히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작은 생명들의 자리까지 차지하려고 내쫓고 있다. 그러나 이 지구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함부로 발을 내딛기도 사실은 쉽지 않은 것이다. 우리 지역에 멸종위기에 처한 수달을 위해 30년이라는 긴 세월과 열정을 바친 사람이 있다. 자신이 힘이 없어 수달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영주시수달보호협회 박원수 회장(64)을 만났다.

▲ 수달과 함께한지 30년
“제 삶의 철학이 ‘상대편이 잘되면 나도 따라 잘 된다’입니다. 지구가 둥글 듯이 거기에 순응해 우리도 모나지 않게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만이 아니라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존중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야하는 것이지요”

박 회장은 수달과 사랑에 빠진지 30년이 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달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수달이 돼 수달과 함께 눈높이를 맞추고 수달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87년도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휴가를 떠난 강가에서 우연히 수달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는 수달인지 몰랐지요. 그 뒤로 수달을 찾아다니다가 92년도에 다시 수달을 직접 보게 되었고 그 정체가 수달이라는 것도 알게 된 것이지요”

처음 수달을 봤던 봉화 운곡천에서 다시 수달을 보게 된 박 회장은 수달이 멸종되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렸다.

▲ 수달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 아파
수달이 멸종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 박 회장은 본격적으로 수달이 서식하는 계곡 구석구석을 찾아다녔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수달을 보호하고 수달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작년 여름에도 수달과 함께 물에서 놀기도 했다는 박 회장은 수달의 개체수가 줄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하천정비와 오염 때문에 수달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어요. 수달의 영역을 사람들이 침범하고 있는 것이지요. 제가 힘이 없어서 수달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파요”

산업화가 되면서 야생동물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박 회장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보호되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 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수달을 천연기념물이라는 이름으로 지정해 놓고 수달을 직접 잡으면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수달을 죽게 놔두고 있는 것이지요. 하천정비를 하며 수달을 생매장 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수달박사로 불리는 박 회장은 요즘 노빌리스 근처에서 열대식물도 재배하고 있다. 열대작물이 농가소득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본인이 먼저 다양한 작물들을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박 회장은 혼자보다는 여럿을 위해, 힘이 강한 자보다는 약한 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늘 연구 중이다.

“모든 일들이 이론적으로 파헤치기 보다는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바라보면 비밀이 살살 벗겨지고 자연스럽게 풀리며 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 하천만 그냥 둬도 수달 개체 수 얼마든지 늘릴 수 있어
박 회장은 수달을 만나러 갈 때에도 자연의 일부가 돼 수달을 찾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7개월간 매일 같은 시간대에 한자리에서 수달의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는 박 회장은 그동안 수달과 함께하며 알게 된 모든 것들을 책으로 발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수달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고 수달의 입장이 돼 수달을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수달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앞장설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달은 정말 사람을 잘 따르는 귀엽고 사랑스런 동물이지요. 그러나 하천이 개발되면서 수달이 살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정말 불쌍해요. 사람들이 하천만 그냥 둬도 수달의 개체 수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지요. 제발 하천 좀 그냥 뒀으면 좋겠어요. 세월을 막을 수 없듯이 물도 물 흐르듯 그냥 둬야 합니다. 세월이나 물을 막으려하면 사고가 나게 됩니다”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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