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수(73, 전 영주문화원이사)

소백산 국망봉 남쪽 기슭에 자리한 초암사(草菴寺.순흥면 배점리)는 소백산 일대에서 비로사(毘盧寺) 다음가는 큰 사찰로서 터전이 양면하고 아늑하여 풍광이 아름답기로 첫째로 꼽힐만하다. 동쪽에는 옥녀봉, 서쪽에는 원적봉이 호위하고 바로 앞에는 청룡줄기에서 떨어져 서편으로 활 테 모양의 휘우듬이 사찰을 감싸 안은 듯, 마치 반달모양의 수려한 구릉(丘陵)이 그림같이 예쁘고 정겹다.

국망봉 석륜(石崙)골짜기 물과 하가동에서 나오는 물이 중봉 아래서 합류하여 초암사 옛 법당터 앞에서 죽계(竹溪)제1곡의 기경(奇景)을 이루고 좌우의 층벽과 기암을 씻어, 혹은 쏟아져 떨어지는 폭포가 되고, 혹은 드넓게 고여서 맑은 연못을 이루니 초암은 풍광과 천석(泉石)이 빼어나기로 일경(一境)의 으뜸으로 삼을 만하다.

의상(義湘)스님이 화엄교학(華嚴敎學)의 홍통(弘通)과 국가의 흥륭을 위하여 왕명을 받들어 대종찰을 세우고자 그 자리를 물색할 때 그럴만한 명산대천을 두루 밟고, 드디어 소백산에 들어와 산천이 영글고 풍광이 명미로운 이 터전에 초막(草幕)을 얽고 부근을 더듬어서 마침내 봉황산(鳳凰山)기슭에 부석사(浮石寺)를 지을 터전을 찾아내었다.

봉황산(鳳凰山) 남쪽 기슭에 안긴 부석사(浮石寺)는 그 자리 부터가 예사롭지 않는 곳이다.

깊숙한 산속도 아니요, 둘레에 기암층만(奇巖層巒)이 있다거나 맑은 여울이 바위를 박차는 계곡이 있는 곳도 아니어서 얼핏보아 그 환경이 매우 민숭하고 단조로운 듯도 하지만, 조금만 눈여겨 살펴보면 <順興誌>에 이른바 ‘영남 제일명승’이란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서남쪽 하늘가에 늘어 솟은 소백산 연봉이며, 학가산, 만석산, 매방산, 대마산, 비로봉, 옥녀봉 등 높고 낮은 군봉이 아득히 에워 두르고, 그 안에 자잘한 산봉우리들이 도량(道場)을 우러러 겹겹으로 엎드린 모양이 마치 묘망(杳茫)한 바다에 파도가 굼실 거리는 듯, 그지없이 웅장하고 드넓으며 수려(秀麗), 호장(豪莊)한 풍광이다.

화엄교학의 근본 도량이며 호국사찰 창건의 지대한 사명을 받들어 그 터를 물색하고자 역내(域內)의 명산대천을 두루 밟아 가장 빼어난 터전을 찾아 얻은 곳이 바로 이 자리 초암(草菴)이었음을 다시 말해 무엇하랴.

이 터전은 소백산 국망봉 남쪽기슭 터에서 시작하여 끝내 찾아낸 곳이다. 지금의 이 터전(소백산의 초막)또한 예사롭지 않는 자리이므로 아담한 가람을 이룩했으니 처음에 의상(義湘)스님이 풀막을 얽었던 자리라 하여 절 이름을 초암사(草庵寺)라 하였다.

<*참고문헌: 順興誌. 영주영풍향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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