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영주고전연구회 장완수 강사

서당 운영하던 할아버지 영향
고전 공부 통해 사회변화 주도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인 철학 고전을 포함한 각종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허용하지 않겠다’

삼류대학이었던 시카고 대학을 명문대학으로 탈바꿈 시킨 시카고 대학의 로버트 허친스 총장이 내건 ‘시카고 플랜’이다. ‘시카고 플랜’을 가동한 이후로 시카고 대학에서는 73개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고전은 우리네 삶을 비추어주는 등불 같은 것이지만, 생각보다 고전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 고장에 고전을 읽고 연구하는 모임이 있다. 그 모임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장완수(53세) 강사를 만났다.

▲ 5년 전, 친구 8명과 함께 고전연구회 만들어
“이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가슴이 허전하신 분들은 향교의 문턱을 넘으셔도 됩니다. 향교의 문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알음알이 모여서 고전을 읽고 따뜻한 난롯가에서 고전을 이야기한다면 우리네 삶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영주고전연구회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장완수 강사는 중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20여 년간 재직했다. 영문학과 한문학을 전공한 장 강사는 5년 전에 뜻이 맞는 친구 8명과 함께 고전연구회를 만들었으며 현재는 15명의 회원이 모임을 하고 있다.

“집안 할아버지께서 문집을 내고 제자를 기르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서당을 여셨어요. 집안이 한문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였기에 자연스럽게 고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전속의 문장을 터득하기에도 바빴고 한문을 포기하려 한 적도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친구들이 함께 공부하자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고전을 공부하고 연구하게 됐습니다”

장 강사는 인류의 지혜와 통찰이 담긴 고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알고 싶어 하는 욕심을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전을 배우고 알아야 근대이론과 접목시켜 현실을 직시하고 내면의 지혜를 깨워 삶의 답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책 읽는 사회, 똑똑한 시민, 잘사는 영주가 목표
장 강사가 활동하고 있는 ‘영주고전연구회’는 하망동 성당 뒤편에 위치한 향교에서 매주 두 번 15명의 회원이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그동안 동몽선습, 격몽요결, 소학, 대학, 중용, 논어, 맹자, 고문진보 등을 함께 공부했으며 지금은 다시 논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책을 읽고, 독서 토론하는 모임이 많은 영주가 돼야 합니다. 문학으로 소통하는 모임에는 고급문화가 숨어있는 건데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주 고전연구회는 영주향교에 소속된 연구회이지만 하나의 시민단체입니다. 회원들이 빨리 이곳에서 고전을 터득하고 밖으로 나가 활동을 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더 쉽게 다가오고 함께 할 수 있는 소모임이 많아져야 합니다. 우리는 책 읽는 사회, 똑똑한 시민, 잘사는 영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뜻있는 사람들의 문학적 소그룹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장 강사는 지금 함께 공부하고 있는 회원 모두가 공부를 포기하지 말고 연착륙해서 자기의 뜻을 펼치고 나아가 영주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유교나 선비정신을 고양시키는 면에서 근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지금의 시대는 전통사회와 전혀 다른 세상이 돼 버렸습니다. 전통이라는 할아버지를 근대라는 아이가 말살한 것이지요. 그래서 근대의 아이는 죄책감이라는 불안에 떨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병리학적인 부분에서 저희들이 고전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0대인 저희 세대가 고전을 이어나가고 전해줘야 할 막중한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고전문학을 통해 세상을 보아야
학교에서 ‘선생님’을 하던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장 강사는 봉화문화원에서도 고전을 강의하고 있으며 몇 개의 개인모임도 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함께 모여 공부 할 수 있는 강의실이 더 많아져서 다양한 강좌를 개설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전문적으로 고전을 가르치고 싶다는 바람도 있으며 현재는 고전번역원 번역위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한문도 잘하면 쓸데가 많습니다. 국가의 일을 맡아서 번역도하고 보람된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고전속의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제 맘대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철학하는 사람처럼 책의 내용만 확인하지 말고 문장을 제대로 터득하고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전을 잘 이해하면 그 안에서 분명히 삶의 정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장 강사는 영주에서 활동하는 여러 단체들도 함께 모여서 고전을 공부하고 연대하고 소통하길 바란다.

“고전을 통해서 세상을 보아야 합니다. 똑똑한 지식인이 지도자가 되어 이끌어가는 사회를 지향해야 합니다. 영주가 세계이고 세계가 영주라는 것을 우리는 보여주어야 합니다”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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