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상(영주문화관광재단 이사)

최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영주시 도시경관 전략계획 시민설명회에 다녀왔다. 부석사 배흘림기둥을 품고 있는 도시의 전략이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앞으로 10년을 바라보는 변화와 오류들을 미리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흔한 말들로 영주는 안동에 비해 10년이 늦다라는 말을 들어왔다. 다시 말해 영주는 다른 대도시와는 다르게 느린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다.

‘선비정신을 담은 경관, 영주’ 라는 주제로 시작된 시민 설명회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대비책이다. 150여 좌석을 가득 채워 시민들의 관심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장기적인 도시 경관 계획의 마스터 플랜은 중앙선 복선으로 인한 인구 유동에 대한 전략이고 우리가 품고 있는 유네스코 문화재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현대적인 소통이었다. 도시의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브랜화 시키고 경쟁력 있는 곳으로 거듭나기 위한 공공의 노력이 엿보였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상호 교수(한밭대)는 영주시는 전통문화재에 치우친 오래된 관광프레임을 벗어나서 도시에서 직접 체감하는 공공장소(철도역과 대중교통)와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풍경에 대해서 새로운 랜드 마크를 세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새로움을 위해 기존의 것을 부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잘 활용하여 근접한 활용에 대해 주장할 때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특히 기존의 선비의 개념을 공부하는 선비가 아니라 현대적인 리더와 선구자 역할을 하는 내용으로 개선하여 랜드 마크와 주변의 경관을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납득이 충분히 갔다. 형이상적인 선비의 이미지를 오감으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과 경관을 구축하는 도시전략이 충분히 시민들에게도 어필됐으리라고 본다.

영주의 느림을 다시보기와 미래의 컨텐츠를 생산하는 동력으로서 경관계획을 1읍면 1경(景)으로 정해 크게는 소백산을 중심으로 하는 북부역사문화권역(山), 영주역을 중심으로 하는 중부시민리더권역(人), 내성천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레저문화권역(水)으로 나누고, 세부적으로는 선비11경을 나눠 제1경 풍기역은 인삼달이는 십승지를 주제로 시작하여, 제11경 영주역은 소백산 조망루와 선비의 정원으로 마무리 된다. 각 11경마다 경관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전략이 대부분이었다. 영주역에서 남부육거리를 거쳐 제2가흥로까지 도시경관 계획은 선비정원과 소백산 조망루를 조성하고 조명과 도로를 정비하는 부분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직접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특히 서천 옆에 있는 삼판서 고택과 영주문화원을 연결하는 선비다리 전망대는 영주의 새로운 랜드 마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 우리를 보는 것에 익숙해진다. 매일 보는 풍경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타 지역 교수와 전문가들에 의해서 우리의 모습이 재현된다. 이번 시민설명회는 영주시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용역을 준 셈이다. 이전에도 많은 부분 활용방안이나 계획을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있는데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찮다.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많다. 최근 도시재생이라는 바람이 불고 지역의 노후된 장소들이 새롭게 탈바꿈되었다. 후생시장과 중앙시장 그리고 구성마을과 학사골목, 148아트스퀘어가 그렇다. 지역이 많은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하는 것은 인정하나 너무 많은 것을 알릴려고 하는 지나친 과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전히 새로울 것도 없는 관광이라는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지인들의 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이 아닐까 한다. 대외적으로 영주를 알리는 데는 부석사 배흘림 기둥 하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 무엇을 말할까. 아름다운 목조건축물의 아름다움 안에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상향을 향한 집념이 숨어있다고 본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 선비라는 타이틀 안에 갇혀 상상력이 결여되고 과거의 옛 향수만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그 흔한 지명이름도 ‘와이 스트리트’ 니 ‘148아트스퀘어’ 니 하는 듣도 보도 못한 지명이름으로 개명되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심하지 못할 때가 많다. 중앙선 복선 철도가 개통되면 유입되는 인구보다는 유출 되는 인구가 더 많을 것이다. 지역의 고착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우리가 제 아무리 랜드마크를 만든다고 해도 쉽게 관광객을 유입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그보다 더 강력하고 내실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건 바로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 외부의 시선으로 포장된 것이 아니라 선비의 후예인 우리가 직접 고심하고 타협해서 공동의 의견을 내세워야 한다. 하나의 주제아래 문어발식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그 많은 타 지역 성공사례가 과연 우리에게는 무슨 의미인가? 우리는 인테리어 잘된 집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살고 행복해 하는 참된 모습을 보여줘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관광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의 모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유교성지로 선포되고 선비 도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내년에는 한 도시에 두 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주 특별한 도시에 이미 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의 삶에는 매우 특별한 무언가가 내재되어 있을 터인데 이것을 밖으로 표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학생들이 이곳에서 매우 특별한 수업을 듣는다던가, 영주시민들은 모두가 하나씩 선비 도시에 걸 맞는 특별한 무언가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가 평소 선비의 후예라면 각종 선행과 세계를 상대로 올바른 실천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한다. 그리고 휼륭한 리더가 계속 배출되어 영주라는 도시가 역시 선비도시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게 우선이 아닐까 한다. 화려해 보이는 도시 계획 경관 속에서 이런 부분들이 보이지 않아서 다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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