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오피니언
권자미 시인의 詩읽기[18] 나의 새권자미 시인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8.09.05 17:06
  • 호수 683
  • 댓글 0

나의 새

-유승도

내가 인간세계에서 승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듯이
새의 세계에서 새들이 너를 부르는 이름을 알고 싶다
새들이 너를 부르듯 나도 너만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오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멀리하며 나는 살아왔다

아침이야 아침이야 네가 햇살보다 먼저 찾아와 창문 앞에서 나를 불러 아침을 안겨주었듯 저기 저 산, 네가 사는 숲에 들어가 나도 너의 둥지 옆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 막 잠에서 깬 너의 눈이 나를 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때 너는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겠지....... 승도야

---------------------

시인의 첫인상은 이랬다. 남의 눈이라곤 전혀 의식하지 않는 후줄근한 검정색 옷차림에 정리되지 않는 머리카락, 다듬지 않은 듯한 콧수염, 까만 얼굴에 작고 매서운 눈. 세련과는 거리가 다소 먼, 아니 조금이 아니라 좀 많이 먼, 어두운 뒷골목에서 만났다면 지레 겁부터 먹고 도망치고픈 그런 행색이었다.

어느 잡지에서 주관하는 문학행사 자리였다.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그는 거나하게 취해 불콰한 얼굴로 한손에는 술잔을 들고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자기 시를 낭송하였다. 특유의 느린 말투로 이 시를 쓰게 된 이력을 말했다. 그는 시를 쓰기 위해 방 안을 검은 종이로 바르고 빛을 막고 출입문마저 봉하여 자기 스스로를 거기에 강금 시켰다고 한다. 오로지 시만 생각하였다고 한다. 혼미한 며칠이 지나고 정신마저 흐릿해졌을 때 그는 점점 또렷해지는 새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문밖에서 새가 승도야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써진 시가 그의 등단작 ‘나의 새’ 였다.

‘나의 새’를 낭송하자 일순간 그의 시에 반하고 그의 목소리에 매료되어(분명 분위기 탓이 아니었다) 그와 같이 눈을 감고 시 속에 빠져들어 검은 종이가 발린 빛이 없는 캄캄한 방을 다녀온 적이 있다.

집으로 돌아와 그가 쓴 책을 모조리 샀던 기억이 있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영주시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