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휴천2동 ‘우승이발관’ 전원하 대표

 

전문기술 없이 대추나무 깎아 하나씩
다양한 취미에도 다시 목공예 시작해


이발관을 운영하면서 남다른 목공예 솜씨로 손님들의 눈길을 끄는 이발사가 있다. 지난 5일 휴천2동에 위치한 ‘우승이발관’에 들어서니 전원하(63) 대표가 손님에게 면도를 하고 있다. 이발관 왼쪽에는 진열장 위에 이용업분야 최우수 업소라는 표창패가 세워져 있고 밑에는 잘 깎여져 있는 조각품들이 장식돼 있다. 그 옆으로는 매끄럽게 깎여진 스탠드형 에어컨 정도크기의 나무 조각품이 세워져 있다. 다시 왼쪽을 보니 비슷한 나무 조각품이 세워져 있는데 잘 깎아놓은 조각품이 옷걸이용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용협회 회원의 제보로 찾아왔다는 말에 전 대표는 “배운 적도 없고 그냥 조금씩 만들어 본거에요”라며 멋쩍게 말했다.

문정동이 고향인 그는 어릴 적부터 조각에 관심이 많았고 손재주도 남달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안 어른들의 나무도장 뒷면에 이름을 새기며 도장을 팠던 것이 첫 시작이었다.

“손으로 하는 것이 좋아서인지 제일 먼저 차량정비업소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적성에는 맞지 않더라고요. 70년대 초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이용업을 시작했는데 만족스러웠어요. 그렇게 49년 동안 하고 있네요”

그는 30대 중반 당시 유행하던 수석 수집을 취미로 삼았다. 하나 둘씩 모은 수석을 진열할 좌대가 필요해 우리나라 잡목을 구해 조각했다. 그때의 시작이 다양한 목공예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에는 나무의 자연색이 살아나는 느낌이 좋아 구입하거나 얻은 대추나무로만 조각을 하고 있다. 다른 어느 것보다 질감과 색감이 좋아 선택했단다.

“지금의 자리로 이발관을 옮긴지 22년 됐는데 이곳에서 조각을 시작해 10여년 이상이 됐네요. 이발관에 진열해 놓은 조각들 모두 칠한 것이 아닌 대추나무의 자연색이에요. 참 색이 좋아요”

그는 전문조각가처럼 제대로 된 도구를 갖춰놓지는 못했다. 작업장이 별도로 없어 큰 나무를 자를 때는 이발관 앞 도로가에서 잠시 작업을 하고 세심한 부분은 이발관이 쉬는 날에 한다. 나무결을 부드럽게 하려고 사포질만 7~8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어요. 다른 것은 실패가 없었는데 거북이는 두 마리 정도 실패했어요. 큰 것보다 세밀하게 해야 하니 더 어려웠어요. 쉬는 날만 하니 옷걸이 같은 큰 작품은 3~4번 손을 거쳐요. 작은 것은 몇 배 시간이 걸리죠”

그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작품을 깎는다. 작품마다 세심한 손길로 정성을 쏟다보니 모든 작품에 남다른 애정이 담겨있다. 자녀나 지인들에게 선물을 한 것도 여러 번이다.

그의 아내 홍정숙(57)씨는 “옛날부터 손재주가 있었고 어릴 때부터 하고 싶어 했다”며 “먹고 살기 바빴던 시대이다 보니 꿈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뒤 늦게 하는 것은 한풀이 용”이라고 했다. 다칠까봐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에 그는 여유시간에 잠시 선인장을 키웠다. 그래도 목공예가 떠올라 지난해 작은 거북이 한 쌍을 조각하고 올해 다시 조각하려하고 있다.

“손님들이 나무 옷걸이에 걸 때면 물어보실 때가 있어요. 제가 했다고 하면 가끔 놀라죠. 조각은 정신집중도 되고 수양도 되니 계속 할 계획이에요. 이발관은 30대부터 젊은 층이 많이 오는 편인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차원으로 이어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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