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가꾸는 남자 이교철 씨

공직 퇴직 후 꽃가꾸기 ‘삼매경’
꽃이 맺어준 인연, 만남은 축복

‘해마다 입춘 때가 되면 봄에 피는 꽃자리를 둘러본다. 어릴 때 보물찾기 하듯이 늙어서도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이교철씨의 글 중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날 때 그 옆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좋은 기운을 받는다고 한다. 마당가득 꽃씨를 뿌리고, 꽃모종을 심고, 어릴 적 보물찾기라도 하듯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향기로울까. 그렇듯 정성과 그리움으로 피어낸 꽃이기에 혼자만 보기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꽃이 다 지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과 그 향기를 고운빛깔을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 ‘주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행복감
“행복이란 향수와 같은 것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한 방울 뿌려주면, 그 향기와 미세한 방울이 다시 내게로 돌아옵니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걸 베풀면 나도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헬퍼스 하이라는 신종어가 있는데 ‘주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행복감, 엔돌핀 같은 것이 담겨있지요. 사람을 기쁘게 하면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정신적 만족이 높은 상태)입니다”

이교철(71세) 씨는 새롭게 이전한 영주종합터미널 옆에 위치한 본인의 정원에 300여종의 꽃과 100여종의 난을 키우고 있다.

오랫동안 레스토랑(옛 에너밸리)을 함께 운영했지만 지금은 그만두고 담장이 없는 정원에 키워진 아름다운 꽃들로 많은 시민에게 향기로운 행복을 선물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탓에 꽃을 보기 위해 기웃 거리는 사람이 많다.

“농사를 지으면 소득이 나오고 생활에 보탬이 되는데 난 그게 아니에요. 일 년 내내 꽃을 가꾸는데, 처음에는 꽃을 바라보며 기쁨으로 사는 것에 만족했어요. 지금은 하나의 욕심이 생기는 거야. 나 혼자만 봐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과 같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꽃밭에서 향기로운 만남도 갖고 싶어서 아이리스가 필쯤이면 ‘우리 집에 꽃 보러 오세요’라는 현수막을 걸려고 했어요”

▲ 마음을 주고 정성을 다하면 식물도 내게 보답해
풍기가 고향인 이씨는 영주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퇴직을 7년 남겨두고 99년 명예퇴직을 한 뒤 지금의 자리에 집을 짓고 소나무와 꽃을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 영주문협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길이 나면 좋은 소나무들이 잘려나가요. 달려가서 가져와 정성과 애착으로 나무를 길렀어요. 소나무를 가꾸면서 소나무를 바라보면 잡념이 없어집니다. 나는 소나무를 보살펴주고 소나무는 내가 앓던 병을 없애준 것 같아요. 마음을 주고 정성을 다하면 식물도 내게 보답하는 게 진리인 것 같아요. 신비스러워요”

식물과 함께하며 정신을 바로하고 병을 물리쳤다는 이씨는 수차례 전국을 돌아다니며 300여종의 꽃을 사들였다.

“무심으로 지나쳐버리면 꽃은 자라지 않아요. 기쁨도 얻지 못합니다. 정성을 다해 심고 가꾸었더니 다 살았고 번식도 잘해주고 있어요. 사람들이 꽃을 바라보며 ‘어머나’ ‘세상에’ 감탄을 하며 좋아해요. 꽃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 없잖아요” 

▲ 꽃이 맺어주는 귀한 인연
이씨는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꽃 좋아하는 분의 집에 가서 꽃단장도 해주고 정원도 가꾸어 주고 있다.

“지인의 집에 가서 조경기법도 가르쳐주고 조성도 하며 예술작품으로 성취감을 느낍니다. 작년에는 아이리스(검을 닮은 길게 뻗은 잎과 붓끝에 물감을 듬뿍 머금은 듯한 여러가지 꽃색이 있다. 무지개의 여신이라고도 한다)가 맺어준 귀한 인연도 있습니다. 꽃이 맺어준 귀한 인연이지요. 지인에게 꽃을 선물하면 꽃 필 때 더 생각난다고 전화가 옵니다. 세상길 가다가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하늘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을 가꾸며 꽃과 함께하는 삶에 만족한다는 이씨는 꽃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몇 년 뒤에는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종교, 철학 이전에 잘 살아야 해요. 이미지도 그렇고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지요. 저는 꽃을 가꾸면서 심성이 착해진다는 걸 느꼈어요.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 와 있어요. 내 마음 안에 와 있지요. 입춘 전부터 복수초가 피고, 튤립이 올라오고 깽깽이에 아이리스가 피어나지요. 문만 열면 황홀해요”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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