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육사
김재순
-영주시낭송회 회원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할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정정히 사라지긴 시냇물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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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황혼에 들어섰나 봅니다.

 

머나먼 길, 이곳까지 오느라

온갖 고통과 고난을 겪으며 살아온 세월을 추억하며

무수히 많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어두울수록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나는 정녕 나를, 오월의 골방이 아닌

오월의 활짝 핀 꽃으로 맞아 들여야겠노라고....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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