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나라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백성의 것이란 말이 민본사상(民本思想)이다. 민본은 <서경>의 민유방본(民有邦本) 즉,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란 말에서 왔다. 우리고장은 민본주의의 발상지라 할 수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가장 즐겨 읽는 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주 거론되는 책이 다산의 <목민심서>다. 다산은 22세에 성균관에 들어 초시와 회시에 합격하고 28세에 전시에 수석 합격하여 초계문신(抄啓文臣)에 발탁되었다. 정조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엘리트로 활약하다가 정쟁에 희생되어 긴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18년간의 유배생활과 목민관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 <목민심서>다.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지방행정에 임하는 목민관이 지녀야 할 인품, 경륜, 행정, 사법, 복지 등 백성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기록한 책이다. 백성을, 돌보아야 할 가축에, 관리를 목동에 비유한 말이 목민(牧民)이다. 이후 <목민심서>는 관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런데 이 필독서를 읽은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의심될 때가 있다.

다는 읽지 못할지라도 이 부분만은 반드시 읽었으면 한다. ‘관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라는 관리에 대한 정의이기 때문이다. ‘목(牧)이 민(民)을 위해 있는가, 민이 목을 위해 태어났는가? 목이 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牧爲民有也)이지 민이 목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이를 요즘 말로 바꾸면 ‘정치인이 시민을 위해 있는가, 시민이 정치인을 위해 있는가? 정치인이 시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시민이 정치인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될 것이다.

나라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백성의 것이란 말이 민본사상(民本思想)이다. 민본은 <서경>의 민유방본(民有邦本) 즉,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란 말에서 왔다. 우리고장은 민본주의의 발상지라 할 수 있다.

우리고장에서 나신 삼봉 정도전 선생은 부패한 고려왕조를 혁파하고 민본사상을 바탕으로 삼은 조선왕조의 기틀을 마련하신 분이다. 퇴계 선생께서 단양 군수로 계시다가 풍기 군수로 옮기실 때 단양 백성들이 관아에 속한 밭에 심은 목화를 선물했다. 선생은 목화만 받고 상자는 단양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백성의 것은 상자 하나라도 받을 수 없다는 뜻에서였다.

금계 황준량 선생은 1557년 단양군수로 부임하여 도토리를 주워 연명하는 백성의 참상을 보고 유명한 ‘단양진폐소’라는 상소를 올렸다. 백성들의 곤궁함이 백성의 잘못이 아니라 나라의 잘못임을 논하고 10년간 조세와 부역을 면제받게 하셨다.

이 고장 선대 정치인들은 왕조시대에도 이렇게 민본사상을 실천하셨다. 지금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갇히는 참담한 상황을 맞이했다. 시민이 맡긴 권력을 시민을 위해 행사한 것이 아니라 친구를 위해 행사했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의 전직 대통령도 푸른 옷을 입게 되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우리가 선택한 정치인이었다.

이런 분들을 통치자로 선택한 우리 스스로에 대해 깊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을 목민관으로 선택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이유가 여기에 있고 그 답이 <목민심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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