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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송시[18]초가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8.02.05 16:51
  • 호수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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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

-이육사

구겨진 하늘은 묵은 얘기책을 편 듯
돌담울이 고성(古城)같이 둘러싼 산기슭
박쥐 나래 밑에 황혼이 묻혀 오면
초가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지고
고향을 그린 묵화(墨畵) 한 폭 좀이 쳐.

띄엄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앞밭에 보리밭에 말매나물 캐러 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 소리에 반해
빈 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레짠 두 뺨 우에 모매꽃이 피었고.
그네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더니

앞내강(江)에 씨레나무 밀려 내리면
젊은이는 젊은이와 뗏목을 타고
돈벌러 항구로 흘러간 몇 달에
서릿발 잎 져도 못 오면 바람이 분다.

피로 가꾼 이삭에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놈이 북극을 꿈꾸는데
늙은이는 늙은이와 싸우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에 끼는 한겨울 밤은
리의 밀고자(密告者)인 강물처럼 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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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화영주시낭송회 회원

이 시를 읽으면 하늘아래 첫 동네, 한산골 초가집에 살던 시절이 떠오른다.
참새가 지붕에 집을 짓고 큰 황소가 부엌에 있었고 우리는 모두 같이 살았다.
호롱불 밝혀가며 이모가 공부를 하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주 싸우셨다.
할아버지는 “여자가 공부는 해서 뭐하려고 이놈의 가스나 빨리 불 끄고 자라”고 소리를 지르곤 하셨다. 나 또한 중학생이 되고 학교를 가려면 할아버지를 속여야 했다.
공장에 돈 벌러 간다고 말하곤 길 숲에 책가방을 묻어두고 다녀야 했다.
동네 청년들은 일본으로 돈 벌러 갔다가 농사철이 되면 돌아오곤 하던, 참 모두들 어렵게 살던시절이었다. 이제는 그 이모님도 어르신들도 다 저세상으로 가셨지만....
봄이면 산 벚꽃이 피고 지고 앞내가 흐르던 한산골 초가집의 옛 추억이여~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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