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겨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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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영주시낭송회 회원

김남조 시인의 ‘편지’를 읽으면

사랑을 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애틋한 그리움이 묻어있는 ‘손 편지’가 생각난다.

마음을 담아 써서 보내고

답장이 담긴 편지봉투를 전해줄 우체부 아저씨를

간절하게 기다렸던 옛 시절,

그 그리움의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 시절 주고받았던 손 편지가 아직도 서랍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발달로 문자 카톡을 주고받는 시대에

손 편지의 기억은 까마득하지만

속내를 다보여 줄 수 있었던 손 편지가 가끔은 그리워진다.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는 싯귀처럼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쓴다는 건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일기를 쓰는 일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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