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상(148아트스퀘어 사무국장)

▲ 한 여배우의 고독사
최근에 sns를 통해 알려진 한 여배우의 고독사 기사를 접했다. 매일아침 죽음의 행렬이 단 몇줄로 기록되는 아쉬움에, 한 여배우의 생전 얼굴은 익히 잘 알려져 있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난 11월 25일, 각종 드라마에서 열연하였던 중견배우가 사망 2주만에 발견되었다. 오피스텔 이웃주민의 ‘옆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로 경찰, 소방관이 출동했고,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이미 사망해 있었다고 한다. 그 쓸쓸한 죽음에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여배우 처럼 혼자 맞는 죽음을 ‘고독사’라 칭한다. 고독사는 가족으로부터 단절되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고립된 채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고독사의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한 여배우의 죽음 앞에서 문득 우리 동네의 쓸쓸한 민낯이 떠올린다.

▲ 고령사회로 진입
전국이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경북은 70〜80대 ‘나홀로 노인’들이 급증하면서 엄청난 사회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 가족들은 직장과 교육문제로 모두 도심지로 떠나 이들 노인들만 ‘나홀로’ 고향을 지키면서 농촌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노인 복지에 대한 여러가지 시책을 내놓고 있으나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에는 아직 수준미달이라는 여론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생산성 없는’ 노인들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따라서 자녀로부터 아니, 사회로부터 이미 따돌림만을 당하고 있는 ‘노인 왕따’문제는 더 심각해 노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과연 그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과 일자리 창출이 더 절실해 보인다.

시 예산 중 40퍼센트가 복지 부분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예산만으로는 고령사회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에 지자체는 1인 가구에 대해 전수 조사 및 발생한 고독사 자료를 수집하고 실태를 분석해 대안을 마련하고, 시의 복지부서인 사회복지과·장애인복지과·노인복지과·건강증진과·여성정책과 등과 협업체계를 구축해 1인가구 보호체계를 강화하기 노력이 절실하다.

▲영주 문화의 고령화
우리지역의 문화 예술 단체의 고령화도 만만찮다. 70여개의 단체들은 보조 사업으로 근근이 활동이 유지되고 있으며, 젊은 문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신입들과 젊은 인력들이 투입될 수 있도록 환경과 배려를 해도 모자랄 판에 아직도 그 자리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대 간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변화와 예기치 못한 실패를 두려워하는 현실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선비 문화라는 주제 아래 축제와 문화 행사들을 추진해 왔다. 고령화되고 노후화된 나머지 현대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고리타분한 분위기가 만연하다. 축제는 내용보다 형식에 머물고 선비 브랜드는 공허하기 짝이 없다. 선비라는 말로 장사를 하는 셈이 된다.

기존의 선비 문화는 다분히 학자와 학식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면 가족을 사랑하고 젊은 청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방식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선비를 만드는 사회적인 환경과 가족 공동체의 화합을 강조하는 건 어떨까? 과연 옛 선비라면 우리의 지금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타 지역처럼 축제로 영주를 알리고 사람이 많이 관광 오는 것만이 최선일까?하는 의문이 계속 든다. 또한 힐링의 중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남발하는데 관광으로 더 이상 영주를 알리는 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 한마디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고령화된 문화를 젊게 만들어야 한다.

문명은 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강에서 비롯된다는 것쯤은 누구나가 다 잘 알고 있다. 소백산을 알리고 내성천을 죽인 영주는 과연 이대로 가야 하나 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 어디에도 힐링다운 힐링이 없다. 21세기 피끝 마을을 다시 보게 된 것만 같다. 마치 과거 화려했던 여배우의 고독사처럼 소통되지 않고 고립되어 서서히 잊혀져가는 영주의 고독사를 보는 것만 같다.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
낙후된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가짐은 우리지역에 팽배해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한다. 매년마다 이루어지는 문화행사는 작년과 같고 내년에도 같을 것이다.

이것은 이미 죽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단을 만들어놓고 자율적인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프레임에서 역할분담만이 이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아직도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 다가올 초 고령화 현상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떠나간 청년층을 불러들이고 나홀로 노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대간의 단절을 연결하는 문화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여배우의 고독한 죽음이 불러오는 쓸쓸한 생각들이 아직도 나를 감싼다. 화려했던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면서 우리 영주가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본격적인 강추위와 한파가 엄습해오는 올 새해에는 우리는 나와 가족 이외에 내 주위의 이웃, 노인과 영주문화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영주문화를 그동안 일구어왔던 선배나 어르신들에게도 존경과 관심을 더욱더 가져야하겠다. 지금 우리의 시선 밖의 어느 추운 골방에서 외로움과 무관심으로 힘겹게 살고 있을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눌 수 있도록 해 보자.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