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선(소설가·본지논설위원)

누군가 말했다. 영주에는 3가지 보물이 있는데 첫째는 소백산이요, 둘째는 서천이고 셋째는 선비정신이라고 했다.

지난 10월24일 오후 7시, 영주시민운동장에서 KBS가 주관하는 ‘열린음악회’가 있었다. 열린 음악회에 구경을 간 우리 시민들이 5천 명 정도 될까? 많은 시민들이 구경을 갔다.

운동장 잔디밭 의자에 앉지 못한 시민들은 스탠드에 앉아서 구경을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밤 기온이 제법 쌀쌀한데도 많은 시민들이 간식과 음료수를 드시며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 했다.

밤 10시가 지나서 음악회가 끝이 나고 시민들이 운동장을 빠져 나갔다. 시민들이 모두 빠져 나간 뒤에 운동장의 잔디밭은 어떤 모습일까?

시민들이 운동장을 빠져 나간 뒤 그곳은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음료수 캔과 병, 과자봉지와 휴지조각, 그리고 오물로 운동장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무대와 공연 시설은 이벤트 회사가 행사 익일까지 철거를 했다.

그리고 운동장의 쓰레기는 행사 주관 부서에서 치우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튿날 오후 5시, 청소년 몇명이 운동장에 들어와 텅빈 운동장에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운동장의 관리 상태를 점검하러 나온 관계자는 깜짝 놀라 누구냐고 물었더니 학생들이라고 대답을 했다. 음악회가 끝이 났는데 뭐하냐고 물었더니 학생들은 운동장에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고 했다.

전부 6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의 쓰레기를 부지런히 치우고 있었다. 너희들이 누군데 운동장에 쓰레기를 치우냐고 물었더니 우리들은 영광중학교 4명, 동산여자중학교 2명으로 구성이 된 음악동아리인데 열린음악회가 끝이 나고 보니 운동장이 너무 쓰레기장이 되어 청소하기로 하였다고 대답을 했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부지런히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열린음악회에 구경을 가신 시민여러분, 그날 선생님들이 운동장에 버린 쓰레기는 평소 우리들이 요즘 청소년들은 버릇이 없고 공중도덕에 무관심하다고 흉을 보았던 우리 지역에 학생들이었습니다.

왜 쓰레기를 치울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가을철이라 내일 당장 이곳에서 운동경기가 열릴 텐데 이렇게 쓰레기장이 되어서 되겠냐고 대답을 하며 밤이 늦도록 쓰레기를 치웠다.

하도 기특해서 운동장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밤이 늦었는데 저녁은 먹고 왔냐고 물었더니 아직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대답을 했다. 그래서 운동장 관리 공무원은 자장면을 시켜서 학생들과 같이 먹었다고 한다.

지금 각 지역의 자치 단체들은 지방정부의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선비의 고장 영주시는 선비들의 후손으로 선비정신이 우리 시민들의 기본덕목이라고 주장하며 인문학 강좌를 열고 사적55호로 지정이 된 소수서원을 중심으로 한국 선비정신의 메카로 만들고 있다.

단기간에 고도성장과 물질 문명의 만능주의는 많은 부작용과 계층간의 분쟁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래서 선비정신만이 현대인의 과도한 인간정신의 피폐를 막을 수가 있다며 많은 석학들이 연구를 하고 시민들은 선비정신 실천 운동으로 우리지역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시민들은 선비의 개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조상들이 우리들에게 남겨준 선비정신이 어떻게 행(行)해 지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선비정신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인간의 탐구와 연구로 힐링(healing)을 하자는 것이다. 회헌 안향 선생은 안자육훈(安子六訓)으로 후세들에게 선비정신의 실천덕목을 가르쳐 주셨다.

선비의 고장 영주는 많은 선비문화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선비정신을 어떻게 실천하고 행(行)하고 있는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열린음악회의 작은 사례는 선비의 수교(受校)와 수학(修學), 출사(出仕)와 은퇴 중에서 수학(修學)의 과정에 있는 후손들이 애향애민(愛鄕愛民)정신을 어떻게 행(行)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선비의 고장 영주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시민들 모두가 수학(修學)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이런 모습에서 선비정신을 찾아야 선비의 고장 영주시가 된다. 그 이유는 큰 것은 언제나 작은 것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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