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한 때 영주는 번성한 도시였다. 김창근이라는 국회의원이 있었다. 이분이 영주에 지방철도청과 연조제조창을 유치하는 등 지역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영주 시민들로 보아서는 은인이라 할만하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 시대가 군사독재 정권 시대였기에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이 권력으로 특정지역에 유리한 활동을 하는 일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은 박탈감을 갖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주 시민들은 이분에게 빚진 바가 많다.

후에 이분은 박정희 정권이 영구집권을 도모하자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서 김대중, 김영삼 등과 함께 활동하면서 민주인사로 변신하게 된다.

무소속으로 이 지역 국회의원에 출마했지만 시민들은 외면했다. 이분의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지는 알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영주 시민들의 성향이 드러나게 된다.

그 성향이란 어떤 모습일까? 아무리 그가 고장을 위해 많은 업적을 쌓아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정당이 아니면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겨울 태극기 집회에 간 시민들의 수효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문득 성주라는 말이 떠오른다. 성주에 사드가 들어선다는 결정이 나자 성주 시민들은 사드 배치 반대시위로 한 겨울을 보냈다. 그 와중에 탄핵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었다.

성주 사람들은 사드를 반대하면서도 사드를 찬성하는 후보에게 몰표를 선사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분들의 성향도 영주 시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인다. 자신들의 대표를 뽑을 때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전통 주류에 ‘묻지 마’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영주가 자꾸만 작아지고 있다. 철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시민의 수도 줄어든다. 학교는 정원을 채우기 어렵다. 살기 좋은 곳이어야 사람이 모인다.

이런 영주에 어떻게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전 시대처럼 정치권력의 힘으로 지역을 일으키는 시대는 갔다. 지금은 독재의 시대가 가고 민주주의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새 시대를 열었듯이 깨어 있는 시민의 힘으로 우리지역을 살려야 한다.

영주에도 시민단체들이 있다. 영주시민연대, 교직원노조, 철도노조, 내성천보존회 등의 시민단체가 있지만 시민들의 호응을 제대로 얻지 못해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과가 있었다면 화학물질 조례안을 만드는데 일정한 역할을 했을 뿐이다.

영주 댐도, 시내를 가로지르는 복선철도도 막아내지 못했다. 시민단체 몇 명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강릉, 제천, 안동 어디에도 시내를 가로지르는 복선철도를 만드는 곳은 없다. 풍기와 영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복선 철길로 도시가 쪼개질 것이다.

우리는 녹조로 덮인 영주 댐과 시내를 가로지르는 고속열차를 바라보아야 한다. 화병이 나더라도 참아야 한다. 우리 시민들이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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