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면 레티몽니 씨

한국에서, 영주에서 살기를 선택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 결혼 전과 후, 최소 두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피부로 느낀 영주는 어떠한 곳일까. 정착단계부터 영주의 변화를 바라봐 온 그들에게 물었다. [편집자주]

 

책읽기로 아이들 언어교육 중점지도
농촌 다문화가정 농사정보 상담필요

이산면 운문2리에 사는 레티몽니(34)씨는 베트남 속짱시가 고향이다. 한국으로 건너오기 전부터 그녀에게 한국은 친숙한 곳이었다. 한국반찬가게에서 일했고 베트남 한식당에서도 2년여 간 근무했기 때문에 한국 사람과의 교류도 잦았고 기초적인 말도 습득했다. 한식당에서 성실히 일하는 그녀를 좋게 본 식당대표는 자신의 친구동생을 소개했다. 아주버니를 통해 베트남에서 만난 남편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잘 챙겨주는 성격이 참 마음에 든 사람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2008년 5월 결혼했다.

▲영주에서의 정착
그녀가 한국에 온 것은 2009년 1월이다.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한 그녀는 귀국서류준비가 늦어져 베트남에 당분간 머물렀단다. 남편을 만난 이후에는 조금씩 알던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8개월여를 공부해 한국에 와서는 다문화지원센터에서 한국어 2단계를 바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한국에 정착해 익숙한 한국음식이 무엇이든 입에 잘 맞았다. 대화도 어느 정도 소통은 가능했다. 그래서 남편과 시어머니를 위해 요리부터 배웠다. 요리프로그램도 보고 요리책도 읽으며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한 가지 놀랐던 것은 설날과 추석에 많은 가족이 모인다는 것이었어요. 베트남은 정말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잘 모이지 않거든요. 친정집 식구도 남동생과 저뿐이라 조용했어요”
시댁식구는 다복한 8남매다. 그녀의 남편은 여섯째로 모든 가족이 모이면 30명 정도 된단다.
영주에서 첫딸을 낳을 때는 가족들이 도왔다. 둘째 아들을 낳을 때는 당시 영주에 분만산부인과가 없었다. 그래서 대구에 사는 시누이 집 근처에서 아이를 낳고 시누이집에서 당분간 머물며 산후조리를 받았다.
대화 중 갑자기 생각난다면서 먼저 웃어 보이는 그녀, 경상도사투리에 대한 일화를 말했다.
“한국어를 표준어로 배워 처음 시어머니의 사투리가 조금 알아듣기 어려웠어요. 옥수수를 삶을 때 자꾸 ‘강냉이’라고 말해 못 알아들었어요. 그때는 사투리를 못 알아들었는데 지금은 잘 알지요”

▲책 읽어주는 엄마로
그녀는 남편과 슬하에 9살 딸, 6살 아들을 뒀다. 이산면에 살지만 문수초등학교가 가까워 그쪽으로 학교를 보낸다. 한국교육에 대해 전혀 몰라 걱정이었던 그때 다문화지원센터에서 부모교육을 열어 참여했고 선배들에게 묻고 배웠다.
“베트남은 오전이나 오후로 나눠 공부해요. 한국에서는 아침에 가면 종일 있더라고요. 많은 것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힘들 것 같아요”
그녀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다른 아이들보다 말을 잘했다고 한다. 그녀의 노력에 대한 결과이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그녀는 언어교육을 위해 베트남어는 사용하지 않고 한국말만 사용했다. 그리고 핸드폰, 인터넷도 하지 않았다. 대신 책을 많이 읽어줬단다. 그렇게 4년을 지냈다.
“평소 책을 읽는 것이 취미였어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언어교육이 늦다는 것을 듣고 평소 한국말을 사용하고 책을 꾸준히 읽어줬어요. 그랬더니 다른 아이들보다 언어부분이 월등 했어요”
지금은 조금씩 베트남어를 가르쳐 준다는 그녀는 큰딸이 친구에게 베트남어를 배웠다며 자랑한다면서 웃어보였다.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다보니 아들도 관심을 갖고 더 잘한다며 흐뭇해했다.

▲농사 노하우 전달자
그녀는 시어머니, 남편, 베트남에서 온 부모님과 여러 가지 농사를 짓는다. 수박 4마지기와 고추 3마지기를 심고 작년에 생강을 했던 땅에는 올해 땅콩으로 바꿨다. 계약재배로 3마지기에 무도 심었다.
“수박농사는 처음 2년 정도는 잘 몰라 어려웠는데 가르침 받고 배워 지난해에는 잘됐어요. 실패를 하고 이젠 노하우가 생겼죠. 농사는 힘들지만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일하고 낮에는 시간을 맞춰가며 볼일 보고 하기 때문에 괜찮아요”
가을이 가장 좋다는 그녀. 수확의 재미가 쏠쏠하단다. 올해는 비도 적고 우박도 내려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그녀가 키운 수박에는 지장이 적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그녀는 영주에 대한 한 가지 바람이 있다. 농촌지역에 사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일이다.
“농촌에는 농사가 중심이에요. 농촌에 정착한 다문화 새댁들을 위한 농사정보 전달과 언어상담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자마자 남편을 도와주고 싶어도 소통도 어렵고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더 어려워해요. 도울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영주에서 가정주부이자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레티몽니씨. 그녀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시간이 된다면 4단계까지 배운 한국말도 더 배우고 새롭게 정착한 외국인에게 도움도 주며 살아가고 싶다.

윤애옥/ 김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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