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주(영주2동)

꿈을 꾼적이 있다. 목이 조여서 숨이 막혀 죽는 꿈이었다. 꿈속이었는데도 죽지 않으려고, 살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그러다 깨어나 다시 잠들기조차 무서워 하얗게 밤을 새웠던 일이 있었다.

그렇듯 죽음이란 사람에게 최대의 두려움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죽음에 대해서 조금은초연해질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삶에 대해서도 더운 소중히 여기며 더 열심히 살아야 함을 깨달았다.
 
모리 교수는 루게릭 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나뿐만이 아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졌을 것이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그 분의 말씀처럼......

내 주변에서 가까운 이를 떠나보낸 적은 고등학교때 할머니를 잃었을 때였다. 할머니의 죽음 자체를믿기 힘들었으며 세상이 떠날 듯 울었던 그때...... 그 뒤로도 한동안 길에서 마주치는 할머니들의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나 시선을 바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진정 사랑했던 사람이었기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할머니는 내 마음속에 살아계실 것이다.

진정 마음을 열고 사랑을 나누면 그 사람의 삶이 끝난다 해도 남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언제까지나 살아 있을 것이라는 모리 교수의 말뜻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또한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며 참되게 살다보면 언제 그 날이 오더라도 모르 교수처럼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모리 교수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을 부러워한다거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나도 30이 다 된 이 나이에도 아니 그 전부터도 늘 내 나이를 많다고 여기며 20살 때를 그리워했다.

이런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고 바보같았는지를 정신 반짝하도록 깨닫게 해 주신 고마운 모리 교수님! 사람은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20살에 머문다면 언제나 그 나이만큼 무지할 것이라고 하셨다. 70대인 모리 교수는 10대 20대 30대...... 그 모든 세월을 거쳐 오셨다.

그러므로 그 시절이 어떤지 다 겪어봤으므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것에 대해 만족하신 것이다.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기에 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지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제는 나도 내 나이에 자신이 생기며 그동안의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삶에 임하며 나이가 드는 것을 자연스럽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드는 것이 인간의 순리이듯 사람에겐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재난이 들 수도 있다. 병이든 사고이든...... 갑자기 찾아드는 그 불행에 대해 슬퍼하며 자기 연민에 빠지다 보면 다시 일어서기란 무척 힘든일일 것이다.

그대로 절망적인 삶을 살 수 밖에. 하지만 모리 교수가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매일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연민을 느끼는 시간을 정해둔 때문이었다.

모리 교수라고 왜 자기에게 닥친 병에 대해 괴로워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하루에 몇 분만 눈물을 흘리고 나머지는 병의 고통 속에서도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치려 애썼다. 사람에 대한 존경도 그처럼 자신의 가진 것을 내어 줌으로써,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리라.

20년 전의 제자 미치에게 매주 화요일에 만나 몸이 굳어가며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인생에 대해 강의를 해 준 것이다. 그러면서 아무 희망이 없을 그 삶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며 행복해 하신 것이다.

사람이 죽어갈때는 돈이나 권력같은 물질적인 것은 소용이 없다고 하시면서...... 제자와의 인간적 인정에도 모리 교수는 그토록 행복해 하셨다.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 모리 교수는 가족은 정신적인 안정감이란 최대의 선물을 주는 존재이므로 소중하다고 했다. 나는 독신주의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아쉬운 것을 모르고 살지만 모리 교수의 이 말씀 때문에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내가 앞으로 계속 혼자 산다면 돈도 명예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그 정신적인 안정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인생엔 많은 길이 있고 그 길을 둘이서 갈 수도 있고 셋이서 갈 수도 있지만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이기에 혼자하는 것만큼 현명하고 바른 것을 없다고 한 헤르만 헤세의 말을 이젠 가슴에서 쓸어내고 모리 교수의 말씀을 새겨야 할까 보다.
 
모리 교수는 나에게 인간의 감정인 외로움, 두려움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셨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이런 감정에 매달리지 말고 경험하면서 벗어나라고 하셨다.

외로움이나 두려움이 생기면 늘 입던옷처럼 그냥 입으며 이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한순간일 것이니 그러한 순간에는 그 감정들을 충분히 느끼며 그러고 나면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슬픔이란 감정도 마찬가지겠지...... 루게릭 병을 앓으며 정작 자신은 웃으려고 애썼지만 가족들의 마음은 많이도 아프고 슬펐을 것이다.

가족중에 환자가 있으면 아무리 즐거운 일이 있어도 가슴 한 쪽은 늘 아픈 법이니까......나에게도 조카가 있는데 투병중이다. 학교도 들지 않은 어린 나이에 그 힘든 고통 다 견디며 잘 자라주는 조카가 너무나 대견스럽다.

모리 교수처럼 불치병은 아니므로 지금은 안쓰럽기만 하지만 완치 될 것을 믿으니까 더 이상의 슬픔은 없다. 우리조카가 병이 다 낫고 이 담에 더 크면 반드시 말해 줄 것이다. 내가 모리 교수에게 배운 인생의 참 뜻에 대해서...... 서툴지만 감명있게 느낀 그 모든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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