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영주 사람이 된 그들에게 영주를 묻다[4] 휴천1동 유호정 씨

한국에서, 영주에서 살기를 선택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 결혼 전과 후, 최소 두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피부로 느낀 영주는 어떠한 곳일까. 정착단계부터 영주의 변화를 바라봐 온 그들에게 물었다. [편집자주]

관광지 아이들 놀거리 적어 타 지역으로
정착 위해 통역기능과 일자리 확대되길

▲ 결혼, 그리고 영주에서의 삶
지난 12일 한 커피숍에서 만난 짧은 머리에 환한 미소가 인상적인 그녀는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2009년 결혼하고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으로 오기 전부터 한국어를 공부했지만 높임말, 존대말, 발음은 지금도 여전이 어려울 때가 있다.

“영주에 와서는 한동안 집에만 있었어요. 길을 잃을까봐 두렵기도 했고요. 조금 지나서는 마트에도 갔지만 계산할 때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막상해보니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더라고요”

지난 날을 떠올리던 그녀는 주말 없이 바쁜 남편이 힘들까 봐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미국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던 남편도 혼자 한국으로 나온 후 중국에서 유씨를 만나 결혼하고 고향에 정착했지만 변화된 영주모습에 큰 도움이 될 수 없었단다.

그나마 한글을 조금 알아 불편은 크지 않았고 지인을 통해 당시 종합사회복지관 내 다문화지원센터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은 방문지도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처음에 힘들었는지 몸이 많이 아팠어요. 남편이 점심에 잠깐 와서 밥을 챙겨주고 갈 정도였으니까요.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이틀을 굶은 적도 있지요”

4개월 후 임신을 하고 요리도 할 수 없어 음식을 사먹었다는 그녀는 냉면이나 자장면, 햄버거로 끼니를 해결했지만 이젠 한국음식도 뭐든 잘 먹는다면서 웃어보였다.

옆에서 가르쳐줄 사람은 없었지만 인터넷으로 확인해 남편의 입맛에 따라 김치찌개도 자주 끓여 줄 수 있게 됐단다.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이 더위를 타거나 입맛이 없다면 양, 돼지꼬치를 만들어 주거나 토마토와 계란을 볶아 삶은 국수를 얹어 먹는 음식을 만들어줬다.

“뭐든 도전하고 실패하다보니 성공하는 것도 있다”면서 영주에서의 정착도 그런 것 같단다.


▲ 아이들이 놀 곳 많아지면
유씨에게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 아들과 7살 아들, 4살 딸이 있다. 어린 아이들 덕분(?)에 영주는 물론 다른 지역에도 놀고 즐길 곳을 찾아간다.

“선비촌에 나들이 가면 어른들 중심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에요. 아이들이 구경하고 놀 수 있는 것이 적어요. 그래서 아이들 위주로 대도시로 이동해 가요. 영주에도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고 갈 곳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학원을 많이 다니는 한국문화에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한 큰 아이가 걱정이다. 예전에는 한글을 학교에서 배웠다는데 지금은 너무 일찍 깨우쳐 책읽기에 장점은 있지만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 있을 것 같단다. 주변을 살펴봐도 아이들이 학원을 많이 다녀 고민스럽다는 그녀. 놀 곳은 없고 공부만 해야 하는 환경이 안타깝다고 했다.

“큰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해 학원을 보내고 있어요. 집에서 중국어로 대화해 간단한 소통이 되면서 이중언어대회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수준이 높던데 자유로운 중국어 습득으로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실력이 되면 좋겠죠?”


▲ 영주에서 미래를 계획하다
한국어를 배우던 그녀에게 방문교사는 경북전문대 사회복지과 입학을 제안했다. 당시 한국어 수준에서 조금 더하면 공부에 도전할 수 있다면서 힘을 실어준 교사는 그녀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야간 사회복지과에 들어간 그녀를 위해 친정엄마는 영주로 왔다. 그녀가 공부할 동안 3살, 2살인 아이들을 돌봐줬다. 지난해 친정아버지가 퇴직을 한 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중국에 머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두 가지 문화를 접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올해부터 그녀는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있다. 리모델링과 관련한 직업을 가진 남편과도 연계가 되고 앞으로 영주에서 미래를 설계하는데 전망이 있는 직업으로 보였다.

열심히 사는 그녀는 지금 영주에서의 삶이 만족스럽다. 부모님이 옆에 있고, 학교를 다니기 좋은 환경, 직장을 잘 다니고 있는 남편,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하는 자신 등등.

다문화지원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친구도 만나고 많은 도움을 받는 그녀는 이주여성을 위한 하나의 바람을 전했다.

“이주여성들은 정착단계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영주에서 정착한 새로운 사람들을 위해 언어별로 전문통역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해요” 가정폭력을 겪는 이주여성들이 경찰서를 찾아가거나 취직을 위한 연계에 있어 전문적인 소통창구가 마련되길 희망했다.

윤애옥, 김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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