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영주고2)

현대 문명은 우리 인간에게 놀라운 변화와 발전을 가저다주었다.
그래서 우리들 모두가 그들의 끊임없는 도움으로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안일한 생활속에서 정작 중요한 사실은 잊어가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목수들은 여전히 숲 속의 나무를 베고 인부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을 파괴시키고 있으며 그로 인해 숲의 동물들은 보금자리를 하나둘씩 잃어 가고 있다.

또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곳, 곤충과 동물들의 커다란 아파트 인 푸른 산과 바다 또는 강과 호수와 연못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심한 문명의 이름 아래 사람들의 손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눈만 돌리면 푸른색 ‘터번’을 두른 산들이 미소 지으며 우리에게 인사를 했지만 이젠 그토록 따스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던 산조차 보기가 힘들다.

뒷산 오솔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던 곳. 돌 틈 속에서 숨어 살던 은둔자 가재와 숨바꼭질하던 수정같이 맑은 물은 물이 흐르던 계곡마저도 이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이고 있다.....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드넓은 대지를 무참히 짓밟던 사람들이 어쩌면 나중에는 저 푸른 하늘마저도 짓밟을지 모른다고. 건물을 세운다며 땅에 있는 식물들을 굴삭기로 단숨에 밀어냈던 것처럼 어쩌면 푸른 하늘에 있는 하얀 구름들 마저 가차없이 밀어내고 텅 빈 그곳에 지상의 건물들을 세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렇다. 지금 지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저 드높은 마천루들은 끝없는 문명꽃을 피우며 줄기를 뻗어낸 인위적으로 창조된 하나의 나무 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창조해 낸 인공적인 나무 말이다

내가 소위 그 ‘위대한 나무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작은 나무’ 라는 한 꼬마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나와 작은 나무라는 아이의 만남은 좀 특별한 것이었다. 그래, 그도 그럴 법했다.

그 아이는 아메리카 인디언이었고 나와 나이 차이도 꽤 났을 뿐 더러 사는 곳도 이 현실세계가 아니었다. ‘현실세계’가 아니라니! 그러나 그건 사실이었다. 적어도 그 얘기가 책 속에서라면....

어느 날 우연히 누군가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작은 나무 아니 이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낯선 세계로 나를 인도해 주는 길잡이가 돼 주었다. 물론 이렇듯 시간을 내어 글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도 내가 만난 낯선 세계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함이다.

작은 나무는 불행히도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조부모와 함께 숲속작은 오두막집에서 살게 되었다. 물론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모두가 인디언이었고 으레 모든 인디언이 그렇듯이 그들은 깊은 숲 속에서 조용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오래 전 부모님과 헤어진 작은 나무는 어려서부터 전형적인 인디언의 생활방식을 그의 조부모에게서 배워나갔다.

작은 나무에게 있어 유치원이나 학교는 대자연 이라는 거대한 학교보다 전혀 중요치가 않았다.

어머니 자연은 그야말로 하나의 학교요 진정한 집이었다.광활한 황토 빛 대지는 교실 안에 있는 작디작은 흑색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엄청난 무진장의 보고였다.

작은 나무는 문명인들의 나무를 베어만든 흰 노트 대신 잎사귀 위에 흐르는 물줄기 위에 텅 빈 허공 위에 밤하늘 아름답게 펼쳐진 은하수 위에 글을 썼다 또 작은 나무는 문명인들이 신고 다니는 구두나 운동화 대신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모카신을 신고 다녔다.

인디언으로 태어난 작은 나무는 숲속 오두막집에서 살아가며 할아버지와 언덕 그루터기에 있는 옥수수 밭을 경작하고 사냥을 하는 등 인디언 방식의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작은 나무는 또 이따금식씩 할아버지와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산을 오르다 해가 질 때면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빵과 신선한 우유를 마시면서 요기를 했다 그리고나서 마을로 내려올 때면언제나 붉게 타오르는 노을 속에서 작은 나무를 향해 자상한 할머니가 두손을 내밀었다. 작은 나무는 정말 행복했다......

그러나 작은 나무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작은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작은 나무는 교육청의 강압적인 힘에 이끌려 고아원에 들어갔고 집에 겨우 겨우 돌아가셨다.

그리고 얼마후 할머니마저도. 할머니는 할아버지를따라 다시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면서 작은 나무에게 편지 한 장을 주었다.

"작은 나무야 나는 가야 한단다."네가 나무들을 느끼듯이 귀 기울여듣고 있으면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널 기다리고 있으마, 다음 번에는 틀림없이 이번보다 더 나을거야 모든일이 잘 될 거다." 할머니가 할머니의 편지를 읽은 작은 나무는 결코 울지 않았다. 할머니는 아주 자연스럽게유일한 친구인 개 블로보이와 리틀레드드를 데리고 인디언 연방으로 길을 떠났다 이제 막 떠오른 태양이 작은 나무와 그의 친구들을 환히 비춘다.

이 책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 의저자 포리스터 카터는 작은 나무와 마찬가지로 체로키 인디언 의 혈통을 물려 받았다.

사실 주인공 작은 나무는 저자 포리스터 카터의 분신이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조부모와 함께 생활한 카터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독자들에게 잘 말 해주고 있다. 자연의 소중함과 세상 모든 생명체의 존귀함을 ....

미사여구 없는 평한 문체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구성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감동을 더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 대지 위에서 살아 숨쉬며 움직이는 일! 그것마저도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 로운 일인가!

(저자 소개)
포리스트 카터 (f orrest c arrter)
미국 알라바마주 옥스퍼드에서 1925년 태어났다.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일부 이어받았다.옥스포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미 해군에서 근무했으며 콜로라도 대학에서 공부했다. 작가로서 출발한 것은 48세 되고 나서였다. 처녀작인 <택사스로 가다> 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그의 작품은 모두가 인디언의 생활과 투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저서로
<조지 웨일즈의 복수의 길>, <우리는 영혼을 팔지 않았다> 등을 남기고 1974년 5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떴다.

(역자 소개)
조경숙 -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영어와 일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였다.옮긴 책으로는 <아기 테스트>, <일본 경제사>, <소설 사회학을 위하여>,<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말려>,<내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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