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한반도에 다시 위기설이 떠돌고 있다. 1950년 일어난 한국전쟁이 1953년 미국과 북한이 휴전협정을 맺음으로써 전쟁을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으니 늘 위기이다. 남과 북의 젊은이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서 꽃다운 시절을 보내야 한다. 북은 남 때문에, 남은 북 때문에 터무니없는 국방비를 쓰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군사비용을 치르고 있다.

북의 핵미사일 실험, 남의 사드 배치, 이에 따른 중국의 경제 제재, 트럼프의 대북 제재, 이에 따른 북의 호전적 대응 등이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분단 이후 남과 북의 권력자들은 늘 전쟁의 위험을 내세워 그들의 권력을 강화해 왔다. 권력이 위태로울 때마다 북풍이 불었다. 늑대가 온다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말 늑대가 와도 믿지 않게 된 것은 아닐까?

이번 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은 정적을 처형하는 것으로 보아 상식적 인간이 아니다. 트럼프도 상식적 인간은 아니다. 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늘 사소한 일로 일어나곤 했다. 축구전쟁도 있었고 미인을 빼앗기 위한 전쟁도 있었다.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어떻게 극복되어야 할까? 사람마다 모두 다른 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운명을 남의 나라에 맡겨서도 안 될 일이며, 전쟁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는 전제는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얕은 지식이 정의인 양 전쟁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헌법 66조 3항에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헌법이 지향하는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통일이다. 그럼에도 남북대화와 평화통일을 말하는 사람들을 좌파 혹은 나쁜 사람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우리의 군사력은 북을 능가한다. 그렇다고 전쟁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전쟁은 누구도 안전할 수 없게 한다. 첨단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은 한반도를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게 할 것이다.

촛불혁명 이후 시민이 주인인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전쟁을 주장하는 시민이 많으면 전쟁을 할 수도 있는 사회가 민주사회다. 그래서 시민의 생각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은 오두막에서 최소한의 생계비로 살면서 수 십 억의 인세를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고 유언하고 돌아가신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은 ‘나는 평화통일을 원한다. 내가 죽어 환생할 수 있다고 해도 이 땅에 전쟁의 위험이 있다면 나는 환생하지 않겠다.’고 했다. 5월 17일이 선생의 10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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