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이젠 좋은 후배가 나타나면 미련 없이 물려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는 열심히 해야지요"

37년 3개월이란 긴 세월 동안 시내버스 종점 건너편에서 아내와 함께 '경북서점'을  경영하면서  서점업에만 종사해 온 송영환씨(60).

송 씨는 조부 때부터 일본(동경도 심천구)에 정착한  부모 밑에서 4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조국이 해방 되던 이듬해, 가족들과 함께 귀국해 영주중학교를 졸업(8회)하고 영주농고를 졸업(14회) 했다.

"24살 때입니다. 그러니까 66년 5월10일, 영주초등학교 앞에 있는 우리복어집 자리에서 제가 서점을 인수했는데 서점이라기보다 헌책방으로 출발했지요. 14년 동안 줄곧 헌책방을 운영했는데 제법 수입이 괜찮았습니다"

그는 그동안 시내 군농협 앞과 송외과 앞에서 약 11년 동안 번화가에서 서점을 운영해 봤고 이곳으로 옮겨 온 지는 12년이나 됐다.

"경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중앙선 주변에 책방으로서는 저보다 역사가 긴 사람이 없습니다. 나이도 제일 많고 책도 가장 많이 있거든요"
 
서점 평수가 자그마치 90평이란다. 빼곡이 정리된 책들로 눈이 어지러울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서점을 경영하려는 많은 이들이 운영에 대해서 물어온다고 한다. 송 씨는 자기만이 아는 노하우를 거침없이 가르쳐주고 친절히 안내해준다고 한다.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책을 살 수가 없었습니다. 보고 싶은 책은 많은데 마음대로 책을 사 볼 수가 없어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가 평생 서점 경영을 하게 된 동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지 책 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은 저자의 인생관을 간접적으로 독자가 체험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든다면 미국을 다녀온 저자가 쓴 기행문을 독자가 읽는다면 간접적으로 미국 체험을 하는 것이 된다는 말입니다. 간접적 주관이 나에게 책으로 인해 온다는 것이지요"

요즘은 인터넷으로 인해 많은 독자들을 빼앗겼지만 그래도 그는 책에 대한 예찬은 입에 침이 마른다. 특히 베스트셀러가 나오면 놓치지 않고 거의 읽는다고 한다. 그래야만 손님들에게 권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서점은 다른 사업에 비해 불황이 크게 없는 편이라고 한다. 그것은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들이 영주에는 엄청 많다는 것이다.

"가끔 학생들 중에는 책을 못 사서 애를 태우는 것을 보고 몇 번 도와준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찾아와 인사할 때는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현재 영주.봉화 검인정교과서 공급소장으로 있으며  휴일회라는 동네친목단체에 부회장직으로 봉사하고 있고, 88년도에는 적극적으로 주민활동에 협조한 공로로 영주경찰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또 지난 97년도에는 4대가 한지붕 밑에 화목하게 살면서 영주시장으로부터 모범가정으로 선정 되기도 했다. 아내 이재득씨와의 사이에 4남매를 두었고 자녀들은 모두 대학을 나와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인생철학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성실과 정직을 덕목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약속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지키려고 합니다"

묵묵히 외길인생을 걸어온 송영환씨,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겸허한 자세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승리의 실천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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