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전통주의 맥을 이어가는 소백산 오정주 박찬정 대표

오래 묵을수록 향기나는 술

‘오정주는 한국 민속주, 위스키는 영국 민속주’ 고현동 귀내마을에 위치한 우리고장 전통주인 소백산 오정주의 박찬정 대표(63)의 카톡 배경에 씌여진 글이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쌀을 주재료로 하면서 죽을 비롯한 떡과 고두밥 등 다양한 가공방법을 이용해 빚는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가치와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 고장에도 긴 세월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술이 있다.

▲오정주의 탄생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박 대표가 어머니 고 이교희씨의 권유로 전통주의 맥을 잇기로 결심한 것은 1992년이다.

그 이후 면허를 내고 공장을 짓고 97년 영업을 시작할 때까지의 삶을 박 대표는 “술 공부에 미쳐서 산 삶”이라고 표현했다.

박 대표는 “각종 문헌 등을 보면 오정주는 과거 사대부 집안의 보편적인 술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제시대와 이후의 양곡정책 등으로 모두 사라지고 우리 집안에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백산 약초로 빚어 강장·강정 효능이 있는데다 오장육부의 정기를 북돋워준다 해서 ‘오정주(五精酒)’이지만 우리 집안에서는 대대로 ‘오선주(五仙酒)’로 불렸다”고 말했다. 1940년대 박씨의 어머니가 시조모에게 배운 ‘오선주’ 비법을 아들 박 대표는 ‘오정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공책 두 권을 보여준다. 빈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담은 공책에는 긴 세월 전통주 지킴이의 우직한 삶이 담겨져 있다. 전국의 전통주, 발효공학, 오정주에 관련된 모든 자료들이 담겨있는 귀한 자료를 손수 만들었다.

이 노트의 제목은 ‘선농활인방’이다. ‘선농활인방’이란 박 대표가 지은 제목으로 사람을 살리는 술(정곡)을 빚는 방법을 고문서에서 찾아 번역해 놓은 것이다.

오정주에 대한 기록이 담긴 고문헌을 찾고 술 빚는 방법을 고증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오정주가 탄생했다. 오정주에 관한 기록은 1540년경에 씌여진 수운잡방과 1680년경의 요록(要錄)에 전해지고 있어 그 역사는 훨씬 이전으로 추정된다. 옛날 사대부가의 선비들이 즐겨 마셨던 보편적인 술로 알려져 있다.

▲사람 살리는 술
은은한 연둣빛 오정주는 소백산 청정약수, 쌀, 밀로 만든 누룩에 황정, 백출(창출), 송엽, 구기자(지골피), 천문동을 넣어 빚어 만든 전통주로써 저온에서 백일이상 장기 숙성돼 뒤끝이 아주 깨끗한 술이라고 한다.
토종 밀로 누룩을 빚고 다섯가지 약재를 달이고 쌀로 고두밥을 지어 혼합 후 발효를 하고 증류를 하면 35%의 오정주가 만들어진다. 밑술을 만들고 중밑술과 덧술의 과정을 거쳐야 소주가 만들어지게 된다.

박 대표는 “오래 묵을수록 향기가 나는 술이 되고 숙취의 원인이 되는 물질도 거의 검출되지 않아 취기가 오르다가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취기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오정주의 내일
우리나라 전통주가 외국의 전통주에 점점 밀려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박 대표는 “외국의 전통주는 오래되고 비쌀수록 더 귀하게 대접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 전통주에는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오정주에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멕시코의 전통주는 세계화를 이뤄냈다”며 “우리나라도 전통주를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공책 두 권 속에 잠들어 있는 오정주를 포함한 전통주 비법들이 ‘선농활인방’이라는 책으로 빛을 볼 날을 기대한다.

소백산 오정주는 2000년, 2001년 제4회 경북 관광기념품 경진대회 가공식품 부문 입상, 2009년, 2010년 전국 우리술 품평회 경북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1년 6월6일 EBS ‘천년의 밥상’ 제11편 다섯 가지 정기를 받은 술로 방영되기도 했다. 2013년 12월25일 CJ헬로비젼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코리아의 품격 한국의 명품 맛편’으로 제작해 국회방송 등에서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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