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저의 친구가 여기 들어와 있어요. 누구라도 가는 세월 막을 수야 없죠."

만수촌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소망의 집으로 내려온 한국부인회 영주지회장인 윤순자씨(60).

그녀는 3년씩 돌아가며 회장직을 하는 것을 99년 5대에 이어 올해 재선임되었다.

영주가 토박이인 윤 회장은 영주여고 제7회 졸업생이지만 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는 타고난 후덕한 인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언니’로 통하고 있으며 이곳 이레마을 (만수촌, 소망의집)을 자주 찾아오는 봉사자 중 한사람이다.

"봉사한 후의 기쁨은 이루말로 표현 할 수 없으리 만큼 기쁩니다. 그래서 또 하게 되는 거지요." 그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미 같은 연령 대에 있는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와 있으니 말이다.

"윤 회장은 언제나 언니같이 자상해요.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임에도 항상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조금이라도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거든요."
시청 사회복지과 김분식 계장의 말이다.

이레마을에 올 때면 언제나처럼 빈손으로 오는 적이 거의 없다. 이날도 딸기와 음료수를 사고 초대회장인 이화춘씨(대화예식장)가 떡을 해 함께 오게 됐다.

오늘 따라 회원들의 참여가 적어 봉사의 손이 부족한 터라 더 열심히 봉사했다.

오늘은 노인들 목욕시키기로 한날, 연세 많은 할머니들을 씻기는 일이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이마에 콩죽 같은 땀을 닦을 겨를도 없다. 따뜻한 물로 시키다보니 더울 수밖에...

옷이 담뿍 젖은 채 욕실에서 나오는 윤 회장은 " 언젠가 나도 이런 날이 오겠지요. 그래도 이만 할 때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잖아요." 라며 씨익 웃는 모습이 전혀 힘들지 않은가 보다.

이곳 이레마을은 영주시 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경자) 12개 단체에서 윤번제로 봉사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주로 청소와 목욕, 그리고 함께 노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 공연 팀과 함께하기도 한다.

때로는 잔디밭에 나와 좋은 공기를 마시며 얘기를 들어주기도 하며 일일 딸 노릇을 하게 된다.

"지금은 IMF로 많은 회원들이 직업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사정 때문에 참여수가 현저하게 떨어졌지요. 저희 단체에도 회원 35명이 있지만 봉사할 수 있는 회원은 10여 명 이내밖에 안 되요." 그래도 윤 회장은 실망하지 않고 이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영주시 합동결혼식 때면 으례히 폐백은 무료로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봉화합동결혼식에도 무료로 폐백을 했다. 시내 '은미폐백' 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지금도 중국 신부들을 위해서 무료로 폐백을 해주며 형편이 어려워 폐백을 도저히 못하는 이들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면 무료로 제공해주겠단다.

그는 또 어느 해인가 문수에 있는 황 모씨가 농사지은 배추를 팔 데가 없어 그냥 버릴 지경인 것을 알고 부인회에서 직접 밭에 나가 일일이 손으로 뽑은 후 3마지기 배추 전량을 모두 팔아준 일도 있다.

또한 윤 회장은 상망동에서 자라나 고개 넘어 학교를 다녀서인지 동네에 남다른 애정이 묻어 있다. 그녀는 매년 김장철만 되면 배추 3접 무우 1접을 김장하여 동네 불우한 이웃을 위해 나누어주기도 했다.

"전에는 폐품, 공병 수집을 했으나 요즘에는 김이나 미역을 싼 값으로 구입하여 팔아 회비에 충당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보조가 없어서 마음 놓고 봉사하고 싶으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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