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독 낭송과 도동곡 창이 이색
향사는 선현과 후학이 제향을 통하여 교감하는 장소

갑오년(2014) 소수서원 춘향(春享) 의례가 지난달 음력 3월7일(上丁日) 오전 문성공묘정에서 봉행됐다.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이곳 출신 유학자 안향을 제사하기 위해 사당을 세운지 47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전통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소수서원(원장 황한문, 도감 서승원·안병식·유준희)은 문성공 안향을 원위로 문정공 안축, 문경공 안보, 문민공 주세붕 등 4위를 모시고 있다.

이날 춘향에는 황 원장을 비롯한 소수서원 관계자, 각 향교 전교, 각 서원의 원장, 지역유림 대표, 주세붕의 후손, 안향 후손, 동양대학교 선비연구원 등 70여명이 시도기에 등록했다. 오전 10시. 도사령이 “개좌 아뢰오”를 3창하면 모든 제관들이 강학당에 도열한다.

도감이 “상읍례합시다”라고 하면 모두 ‘읍’하고 상견례를 한 후 자리에 앉는다.

첫 순서는 경독이다. 옛 유생들이 심성함양을 위해 학업시작 전에 유학의 핵심을 요약한 잠언을 낭독했던 예에 따라 성독을 잘 하는 서석원, 이종건, 김형기 제관이 낭송했다.

황한문 원장은 개좌 인사를 통해 “공사다망 중에도 참제에 감사드리며, 원장 재임 기간 중 협조와 성원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면서 “‘엄숙봉행’이라는 서원향사의 깊은 뜻을 상기하면서 소수서원의 명성이 사회에 널리 빛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있은 집사분정에서 초헌관 황한문(원장), 아헌관 변동우, 종헌관 권기화 등 3헌관이 선임되고 축관에 권영표, 찬자에 안병우, 알자에 서석태, 찬인, 사준, 봉향, 봉로, 봉작, 전작, 진설, 학생 등 총 68명이 집사분정에 이름을 올렸다. 문성공묘정으로 이동한 제관들은 찬자의 창홀에 의해 제례가 시작됐다. 초헌관이 삼상향을 하고 첫잔을 올리면 축관이 독축을 한다.

“회헌 안향 선생께 감히 고하나이다. 선생께서는 유학의 신봉과 교학진흥의 선구자로 길이 추앙 되었기에 희생과 폐백과 술과 서직을 드리옵고 문정공 안씨, 문경공 안씨, 문민공 주씨를 배향하오니 흠향해 주시옵소서”라고 축원했다. 영주 유림의 송원태(성균관 전의) 원로는 축문에 대해 “축은 초헌례 때 원위인 안향 선생께 향사를 올리게 된 연유를 고하는 것으로 선현과 후학이 제향을 통하여 교감하는 의례이다”고 설명했다.

축이 끝나면 도동곡을 창하는 악정 순서로 서원기, 김호철 제관이 묘정 중앙에 나와 도동곡 초헌 3장을 창했다. 아헌관과 종헌관 헌작 시에도 각 3장의 도동곡을 창했다.

이어서 음복수조례(초헌관이 음복을 먹음)와 망예례(축문을 땅에 묻는 예)를 마치고 강학당으로 이동하여 음복을 나눈 후 파좌했다.

소수서원 향사의 특징은 경독과 도동곡 창에 있다. 이 모두 창건 당시부터 전해 온 의례 절차이다. 또한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서 향례에 대한 의례 절차를 적은 오래 된 홀기(제례의 순서를 적은 문서)를 보존하고 있으며 이는 향사 의례절차의 시원으로서 중요한 자료이다.

주세붕의 14세손인 주영신(75, 경남 함안) 상주주씨 문민공파종회장은 “소수서원과 영주유림에서 주 선조에 대한 추앙과 흠모의 예를 다해 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선비의 고장 영주가 더욱 발전하고 소수서원이 세계인들이 줄을 잇는 명승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전에서 참제 차 온 안영길(69, 순흥안씨 29세손)·박종순(67) 부부는 “500년 전통의 향사의례에 참제하여 많은 것을 배웠고 지역유림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소수서원 향사의례는 매년 춘추로 지내는데 3월과 9월 상정(上丁)일에 올린다.

이원식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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