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솥에서 손을 떼 본 일이 없어요”

보신탕집만 20년째...88올림픽 때 행정기관에 불려다니기도

"올해로 만 20년인 걸요. 저도 벌써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는지 실감이 나질 않아요. 83년 5월16일 허가증을 받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 걸요."

남들처럼 봉사도 번번히 못했다며 양손을 내 저으며 취재를 굳이 마다하는 이인숙씨(57)를 겨우 설득, 말문을 열게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2번이나 변했다며 어느새 여기까지 왔는지 몰랐다고 한다.

영주 시내 관문인 꽃동산 로타리 옆에서 "가야식당"을 개업할 때만 해도 주위에서 "여기에서 보신탕 집이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다. 그러나 이 씨는 최선을 다해 정성껏 하면 되겠지 하는 일념으로 개업을 하게 된다.

"저의 부친이 황달이 있었어요. 어머니께서 자주 개고기를 해드렸는데 저희들도 함께 먹어 보기도 했고요. 어쨌든 그로 인해 저의 부친은 낫게 되었고, 솜씨 좋은 저의 어머니는 친정부친 병구환으로 늘 해 준 음식 덕에 제가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였단다.

그는 88올림픽 때 영주시 위생계에 엄청 불려 다녔다고 한다. 그땐 외국인들이 많이 오기도 하고 주로 혐오식품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붉은 글씨로 간판을 가야보신탕이라고 썼는데 가야식당이라고 변경하라고 해서 고치기도 했다고 한다.

"맛을 내는 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고기 끓인 진국을 그대로 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국이 3그릇 남았는데 5명의 손님이 왔을 경우 3그릇만 팔아야지 5그릇을 팔 수 없다는 거죠." 이씨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질 않느냐고 묻는 말에 틀림없이 맛이 다를 수밖에 없을 거라고 한다.

"특별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아직껏 제가 국솥에서 손을 때 본 일이 없어요. 문을 연 이상 저는 주방을 지키며 지금껏 일해왔어요. 도저히 다른 분에게 국을 뜨게 할 수 없었거든요. 그것은 손님이 더 잘 알더라구요. 정성이 들어가야 해요. 우리 집에 와서 최소한 잘 먹었다는 말은 들어야지요."

그는 식당 주방에 관해서 만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번도 주방을 떠나 본 일이 없다고 하니까 더욱 그러하다.

효력은 다 아는 일이라며 주로 수술 후 환자 회복에 좋고 당뇨 환자들이 오면 조미가 전혀 되지 않은 진국을 준다고 하며 여름철 음식으로 몸이 허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또 요즘에는 여성들도 제법 많이 찾고 있는데 그건 피부미용에도 좋고 맛이 담백해서 그런 것 같다고 전한다.

"에피소드요? 많지요. 한번은 저희 집에 단골로 오는 모 기관 연세 든 분께서 저를 보고는 아지매, 아지매는 이 집에 차암 오래 일하네요. 하길래 제가 뭐라고 했는지 아셔요? 저는 암만 오래 있어도 주인장께서 평생 월급을 안 올려 줍니다. 그랬거든요.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분이 아니 주인보고 뭐 그런 말을 하시나요? 해서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일이 있었습니다."

역시 이 집 안주인을 모르는 분이 참 많을 거라 생각된다. 후덕한 모습, 그는 전혀 치장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매주 일요일엔 너무 즐겁다고 한다. 그것은 남편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인 것이다.

"남쪽엔 거의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습니다. 작년에는 남편과 중국 여행도 다녀왔고 얼마 전에는 성우리조트 스케이트장도 갔으니까요."

보신탕과 마늘이 진짜 좋지 않느냐는 말에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으니 그것들의 만남은 별로인데 손님들이 찾으니 별 수 없이 드리긴 하지만 양파나 부추(정구지) 같은 걸 곁들여 먹으면 좋다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다대기(양념)의 진짜 맛 내는 비결을 살짝 공개해 보라고 하니 "일정한 양이 매우 중요하죠. 배워 간 사람들도 만만치 않는데 왔다 간 후에 들려오는 소식은 이만큼은 맛이 안나나 봅니다(웃음)”라고 말한다.

돌아가신 전 국회의원인 김창근씨도 영주 와서는 진국과 수육 한 사라를 꼭 들고 갔다는 이곳 가야식당, 20년을 맞이하면서 지금껏 이용한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앞으로는 봉사활동도 좀 하면서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램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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