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정도전’ 대본 쓴 제작감독 최대봉 작가

영주선비문화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5월 4일과 5일, 네 차례에 걸쳐 공연될 ‘2013 뮤지컬 정도전'의 대본을 쓰고 제작감독을 맡은 최대봉 작가를 만나보았다.

■ 뮤지컬 정도전은 어떤 작품인지 소개를 좀 자세히 해 주시죠. 작품의 줄거리는 어떻게 되는지요? 

조선 최고의 사상가이자 개혁가였던 정도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가 꾸었던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주에서 소년시절을 보낸 정도전은 과거에 급제하고 당시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으로 가 정몽주와 만나 우정을 쌓으며 함께 개혁의 의지를 다집니다.

개혁정치를 펴고자 하는 정도전은 친원파의 거두였던 이인임과 신돈의 미움을 사 귀양을 가게 되고 귀양에서 돌아온 정도전은 부모님의 상을 치르고 낭인으로 떠돌며 백성들의 피폐한 삶과 함께하며 더욱 개혁의 의지를 불태웁니다.

어린 시절 그에게 은혜를 입은 처녀 가희가 무사가 되어 그를 그림자처럼 보호합니다.

마침내 이성계를 만난 정도전은 그를 도와 조선을 세우고 한양을 설계합니다. 그러나 왕이 되려는 야심에 불타던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백성의 나라를 만들려던 그의 원대한 꿈이 왕의 나라를 만들려던 이방원에 의해 좌절당하게 된 것입니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번째 공연인데요. 작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나요?
세 가지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도전의 낭인 시절과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둘러싼 최영과의 극적인 대결구도가 보완이 되었습니다. 음악도 바뀌었습니다.

작년 공연의 음악은 뉴욕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이진구 작곡가가 맡았었습니다만 이번 공연은 분위기를 바꾸어 영화 ‘청연’, 뮤지컬 ‘황진이’ 등을 만든 독일의 저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미하일 슈타우다허가 곡들을 써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앙상블의 보강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뮤지컬에서 코러스와 군무를 맡는 배우들을 앙상블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뮤지컬을 보다 재미있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그들의 연기에 초점을 두고 관람하시는 것도 뮤지컬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출연진은 어떤 분들인가요? 소개 좀 해 주시죠. 배우들의 연기, 만족스러우신지요? 
우리나라 뮤지컬의 대표배우 남경읍씨가 역시 정도전 역을 하고 특히 올해는 젊은 정도전 역에 뮤지컬계의 기대주 안덕용이 캐스팅 되어 열연을 할 것입니다.

영주 출신의 배우들인 나진훈씨와 심순영씨의 연기도 지켜봐주십시오. 특히 새롭게 개편되고 보강된 앙상블 팀이 어떻게 무대를 지배하는가를 지켜봐 주십시오.

■정도전의 삶을 재조명해보는 뮤지컬인데요. 특별히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왕권강화를 꿈꾸던 이방원에게 정도전은 위험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방원은 정도전을 죽이고 그의 이름을 역사에서 철저히 지워버리고 심지어는 그의 삶과 죽음을 왜곡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정도전의 위대한 사상과 업적에 비해 그의 삶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전무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영주가 낳은 조선 최고의 거인을 최초로 뮤지컬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정말 가슴 뛰는 일이었습니다. 고향에서 살고 있는 글쟁이로서의 책임감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 정도전의 삶은 어떠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600년 전 이 땅에서 백성이 근본인 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바람을 쫓거나 그림자를 잡는 일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그 꿈에 온전히 던져졌습니다.

조선을 세운 후 그의 통치는 여섯 해를 넘기지 못했습니다만 그가 만든 조선 경국전은 모든 조선의 통치자들의 지침이 되었고 지금도 우리의 꿈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뮤지컬의 카피처럼 그야말로 ‘살아서 6년, 죽어서 600년을 다스린 남자’이지요. 

■ 정도전이란 인물로 일반 소설이 아닌, 뮤지컬화 시키는 게 참 힘든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요?

연출과 예술감독을 맡은 이영란 교수(경희대 연극영화과)와 이번에 네 번째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완벽을 추구하려는 작업과정이 언제나 만만치 않습니다. 무대 예술이라는 것은 생성되는 즉시 소멸되어버립니다.

소설처럼 활자로 남는 게 아니고 영화처럼 영상으로 남는 것도 아니고 음악처럼 레코드로 남는 것도 아닙니다.

그 일회성의 공연을 위해 연출과 배우들과 쏟아야 하는 열정과 땀,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음악과 안무와 무대미술 등 톱니바퀴처럼 그 모든 요소들의 아귀를 맞추는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지만 관객들의 박수소리로 그 모든 힘들었던 과정은 눈 녹듯이 사라져버립니다. 그게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리입니다. 많이 보러 와주십시오.

■ 작가와 제작감독으로서 뮤지컬 정도전의 관람 포인트를 좀 짚어주신다면요?
이것은 결국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인간의 꿈이 어떻게 백성들의 꿈이 되었고 그 꿈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좌절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정몽주와 정도전, 최영과 이성계, 이방원과 정몽주, 정도전의 대결구도를 통해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번 뮤지컬에서 ‘이 장면만큼은 관객들 마음에 평생 남아있었으면 좋겠다’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그 이유도 말씀해주시죠.

마지막 부분에서 정도전이 이방원이 보낸 자객의 칼에 쓰러졌을 때 그림자 무사 가희가 그의 주검을 안고 오열하며 노래하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님이여. 못 다 이룬꿈 서러워 말게. 그대의 꿈 다시 또 누군가의 꿈이 되리니’라는 그 노랫말처럼 정도전의 꿈은 6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 요즘 지자체들에서 뮤지컬 만들기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놀러가는 버스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민족은 우리 밖에 없을 겁니다. 그만큼 우리는 흥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뮤지컬은 우리에게 훨씬 쉽게 다가올 수 있는 형태의 공연입니다. 뮤지컬을 지역의 문화 컨텐츠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한 문화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뮤지컬은 드라마와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와 퍼포먼스, 삼박자를 두루 갖추어야 합니다.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뮤지컬 정도전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600년의 잠에서 깨어난 정도전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을 보면서 하는 독백으로 대신하겠습니다.

“600년 전 내가 꾸었던 꿈은 여기 이 세상에서 이루어진 것인가? 그래, 이루어진 꿈은 이미 꿈이 아니지. 더 이상 꿈 꿀 필요 없는 세상도 세상이 아니지. 여기 이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꿈을 꾸고 그 꿈 때문에... 울기도 하겠지.”

■ 끝으로 감독님에게 뮤지컬 정도전이란?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간을 거슬러 정도전이라는 600년 전의 거인을 만나고 배우들이 저를 만나고 또 관객들이 그 배우들과 만나는 것이지요.

2013 뮤지컬 정도전, 이 공연을 통해 의미 있는 만남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5월 4일과 5일 저희들과 정도전을 만나러 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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