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농조합법인 안국봉 황순자 대표

“농사는 혼자서는 못해요. 나 혼자 먹고 산다는 것은 옛말이죠. 그렇다고 힘들어서 땅을 묵혀 놓을 순 없고 촌에서 누군가는 해야 되는 데 농사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죠”

영농조합법인 안국봉 황순자(59) 대표는 10대 시절을 4-H 활동을 하며 보냈다. 낮에 밭일, 논일 다 해 놓고 틈나는 대로 다녔다고 했다.

황대표는 “계집애가 남자애하고 어울려서 동네방네 돌아다닌다고 아버지께 빗자루 몽둥이질 많이 당했다”며 “가을 한 철, 농사짓는 시 잘 썼다고 상타오고 배구대회가서 트로피 받아오면 그때서야 아버지는 철없는 딸에게 웃음을 보이셨다”고 말했다.

황대표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논, 밭, 들을 다닌 덕에 이젠 영주의 웬만한 땅만 보면 무슨 농사, 어떤 농사를 지을지 한 눈에 보인다고 한다.

황대표에 대해 아들 안국봉씨(37)는 “어머니는 영주에서 농사지으려고 태어난 것 같다”며 “굽혀지지도 않는 다리로 이고 지고 나르며 함께 일하는 어른들을 챙기는 등 바쁜 와중에도 자꾸만 일을 넓힌다”고 걱정가득한 말을 전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면서 농사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고 말했다.

황대표는 아버지께 남을 돕고 살려면 나는 좀 덜 먹어야 한다고 배웠다고 한다. 시래기 농사도 조금 더 지어서 요양소에 나눠주고 남편이 ‘무당차’라고 놀려도 트럭에 장구, 꽹과리를 싣고 장수 풍물단 상쇠로 공연봉사도 신명나게 다닌다고 한다.

농사는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것이라고 황대표는 믿는다. 13년 전 타 지역에서 직장을 다니는 아들을 설득해 함께 육묘를 재배하고 이후에는 시래기판매도 시작했다. 그리고 영농조합법인 안국봉의 상호를 아들의 이름 그대로 사용했다.

황대표는 “시래기 판매가 증가하면서 일손이 부족해 힘들었다”며 “정기적 시간에 맞춰 근무하기를 원했지만 대부분의 일꾼들은 본인이 원하는 날에만 하려고 하니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황대표는 아무도 안한다면 ‘나 라도 해야 한다’는 고집스런 신념이 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나가려면 자신이 다섯, 여섯 사람의 몫을 해야 한다는 억척스런 철학이 지금의 친환경 농산물사업을 탄탄하게 만드는 노하우가 됐다.

황대표는 “앞으로 미역보다 철분이 많은 시래기로 떡을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라며 “시래기 통조림도 만들어 자판기문화가 발달한 일본으로 수출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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