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어떤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른 외국에서 살아 본 적은 없고 나는 그냥 외국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의 한국 영사관이나 대사관은 과연 어떤지 하는 질문을 가끔은 받게 된다.

동경에서 발행되는 교민잡지의 설문 조사에 의하여 과거에 비하여 좋아졌다고 하고 또 나 자신도 좋아진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처음에 영사관에 갈 때는(대사관은 내가 갈 일이 없었다. 물론 영사관 근처라 지나치기는 했지만 높은 담장과 많은 경비 병력에 주눅이 들었다. 외무부나 정부 관료도 아니고 공무가 있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조금은 문턱이 높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돈이 없는 놈이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에 갈 때면 왠지 손님인 내가 손놈이 된 것처럼 나도 손놈이 되어 버린것이다.

내 나라도 아니고 외국에서, 나는 내 나라 정부의 영사관에서 손놈이 된 기분이 많이 들었다. 불과 3-4년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여권을 갱신하거나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갔을 때 친절한 전화 응대와 대답을 듣고서는 조금 기분이 좋았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좋아진 일본의 영사관. 아마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 조금은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하여 말을 하고자 한다. 우선 일본은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이다. 그래서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 국적의 사람들은 영주권자이더라도 모두 한국 여권이 필요하고 또 그것이 있어야만 한국에 갈 수 있다. 문제는 재일동포(특별 영주자 혹은 영주자)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경우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일본의 재일동포 사회는 크게 민단이라고 불리우는 한국계와 총련이라고 불리우는 조선계 그리고 좌도 우도 아닌 한통련 계열로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에 한국에서 건너온 뉴커머라는 이름의 한국인들(뉴커머는 스스로든 남들에게든 재일동포로 불리워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들 재일동포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경우이다. 교포들 중에는 1세들의 경우에는 고국에 돌아가서 생을 마감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교포 2-3세의 경우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에도 가고 북한(조선)에도 가 보고 싶어하고 또 기회가 되면 공부(유학)도 하고 싶고 또 일(취업)도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단순한 측면에서 보자면 재일동포들 가운데 민단에 가입되는 않은 사람, 정확히는 민단 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들은 한국에 갈 수 없다.

영사관에서 민단 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은 서류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민단에서 발급한 여권발급용 서류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는 것이다. 회비가 밀린 경우나 민단 회원이 아닌 경우에는 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아서 한국에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민단은 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에게는 여권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해 주지 않고 있다. 민단에 한국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 1년에 100억이나 된다는데 무슨 돈이 더 필요한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특별히 많은 사업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나 이러다가 맞아 죽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총련이나 한통련 계열의 사람들은 민단을 거부하고 있는 관계로(어쩌면 한국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국정부나, 외무부, 국정원 같은 곳에서 판단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 영사관에서 여권을 만들 수 없고 또 만들어 주지 않아서 한국에 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총련이든 민단이든 대부분의 재일동포는 90% 정도가 한국에 그들의 뿌리를 두고 있다. 단지 총련이나 한민통 관련이라고 해서 고향에 갈 수가 없는 실정이다.

미국이나 다른 외국의 경우 이런 일로 한국이나 북한에 가지 못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들었다. 그들은 대부분 이미 미국 국적이거나 거주국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는 하지만 말이다.

일본에서 조국을 잊지 않고 국적을 지키고 살아가고 있는 재일동포들은 지금은, 고향을 가기 위해 민단과 총련 모두를 나가고 한국과 북한을 오가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고 한다. 그리고 총련 간부들은 제한적이지만 매년 고향 방문을 통하여 한국에 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민통 관련 사람들, 이들은 과거 지금의 대통령 김대중씨가 박정희 군사독재에 대항하기 위해 해외의 민주화 본부로 만든 조직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김종필 연합을 반대하였다는 이유로 아직도 박정희가 규정한 반국가단체라는 이적단체의 구성원으로 한국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 총련 사람들은 반국가단체 구성원 아닌가?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본다면 지금의 김대중 정부는 마지막 숙제로 한민통의 이적단체 규정 해제와 전향적으로 일본의 재일동포에 대한 이념과 사상의 문제, 조직의 문제에서 떠나 한국으로의 귀국을 허가하여야 하며 한국여권을 발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러한 것이 이후 통일의 시기에 해외동포를 하나로 묶어내는 단초로 작용하리라 생각된다. 최소한 일본에서의 교민사회를 하나로 묶는 조그만 단초로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영사관은 이제는 그래도 모두가 국민을 위하는 모습으로 많이들 바뀌어진 것 같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 어디 쉽게야 없어지겠는가. 한국에 과거 군사독재와 비민주적인 정권이 교체되어 민주적인 모습을 드러낸 지 이제 5년 정도밖에 안되었다고 본다면 아직은 겨우 말을 하고 장난만 치는 어린아이 수준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 모습에서 쉽게 많은 것을 얻고 요구한다면 조금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민이 없고 특별히 귀화를 하지 않는 이상 평생을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일본의 교포 사회는 다른 외국과는 달리 영사관이든 대사관이든 늘 다녀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또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늘 가까운 이웃으로,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나 부모를 대하는 마음으로 친절하고 또 가까운 곳이 되었으면 한다. 영사관이나 대사관이 말이다.

불친절로 그리고 잘못된 권위주의로 서로가 서로를 욕하고 또 비난하는 것이 혹여 이국민들에게 나쁘게 보인다면 그것도 우리 얼굴에 침을 뱉는 행동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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