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진 형

쉰일곱에 풀등이란 말 처음 알았다
모래등도 고래등도 곱등이도 아닌 풀등이라니

서해 앞바다 대이작도가 숨겨둔
일억만년 고독을 견디며 들숨 날숨이 만들어낸
신기루의 聖所

하루에 한 번 갈비뼈 열고
젖은 모래등 햇살에 널어말리는 혹등고래

타박타박 눈썹사막 걸어나온
풀등인 당신에게 기대어
한 生이 다 저물어도 좋겠다고

나직나직 말하는 여린 바다가 있다

▣ 박진형 시집 『풀등』, 《도서출판 만인사》에서 출간한 《만인사시인선39》이다. 그는 1985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로 당선하였으며 1989년『現代詩學』으로 문단에 등단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박진형 시인은 《형설출판사》에서부터 탄탄한 출판경험을 쌓아서 지금은 《도서출판 만인사》를 경영하는 훌륭한 경영자(사장)이며 참신한 시인이시다. 그는 시집 『몸나무의 추억』, 『풀밭의 담론』, 『너를 숨쉰다』, 『퍼포먼스』, 『풀등』 등의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대구·경북에 살고 있으면서 좋은 작품을 쓰고 있는 작가 시인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출판경영인이면서 훌륭한 시인이기도 하다.

위의 작품 박진형 시집 『풀등』의 표제시 이기도 한 이 작품은 풀등을 통해서 얻어진 이 풀등은 사실 “풀등”이란 강물이 모래를 쌓고 쌓아서 만든 모래등성이로 그 위에 풀이 난 곳을 말하는데 박시인의 시 속에는 섬으로 가는 길이 썰물과 밀물로써 만들어지는 하루 한 번씩 열리는 그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풀등을 의지해 걸어 건너는 삶의 즐거움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와남 박영교(시인·전.한국 시조시인협회 수석부이사장·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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