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작시자 김찬빈씨

영암선(영주-철암)은 착공한지 6년 만인 1955년도 개통된 산업선이다. 승부역 좌(8km) 우(10km)방향 지세가 너무 험준해 최악의 난공사로 최후에 완공된 것이다.
현재 코레일은 수려한 심산유곡과 청정한 승부역을 대상으로 환상선 순환열차를 주기적으로 운행하며 홈에 시비(詩碑)(2m×2m)를 세웠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수송에 동맥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마다 시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이글을 누가 지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글을 지은 주인공은 바로 우리고장 휴천 2동에 사는 김찬빈(84)씨이다.

“50년(63년도) 전 승부역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아름드리(棺木) 적송들이 울창해 작은 소리만 나도 으슥하게 느껴지는 벽지역(僻地驛)이었습니다. 상하행선 사이인 짧은 홈에 비좁은 역사(驛舍)가 자리 잡았고 구내 기찻길은 직선으로 300여m 밖에 볼 수 없는 심한 곡선에다 전기도 없는 역이었죠. 그래도 내륙과 해상(영주-강릉)의 물류수송을 위해 밤낮없이 열차가 운행됐습니다. 그곳에서 20년 세월을 근무했으며 부임 2년차인 64년에 그 글을 썼습니다”

김씨는 어린 시절 한문을 익혔고 51년 1월(22세)에 국군에 자원입대, 대구에서 20일간 기초훈련을 마치고 제 3사단 11연대에 편입, 오대산 전투에 참여했다. 52년 5월 공방전이 치열했던 화천전투에서 적의 총격에 좌수 상박부 관통상을 입고 마산육군병원에 후송 1년여 치료(좌수 완전 불수)후 53년 11월 10일자 명예제대(4급 장애판정)를 하고 풍기로 돌아왔다.

10여 년간 가사에 종사하다가 63년도 철도청에 특채돼 승부역직원으로 20년간을 근무했고 벽지 장기근무자란 혜택으로 연고지인 풍기역에서 근무하다가 철도근무 25년만인 87년에 정년퇴직을 했다. 승부역에 근무하면서 81년 승부지역사회발전(벽지 주민 약초재배권장, 수입증대)에 기여한 공으로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또 20년 넘게 대한상이군인회 영주지회 사무장직을 맡아 활동하면서 관계기관으로부터 3회 표창까지 받았다.

김씨는 “조건이 취약한 승부역이지만 규정에 따라 최선의 업무를 수행하면 열차안전운행을 기할 수 있었고 그 시절 비번날이면 동료들과 맑았던 냇물에서 낚시로 뱀장어, 매기, 피리, 꺾지 등을 잡을 수 있었다”고 추억했다.

특히 김씨는 “역에서 보통 2~6km 떨어진 주위 70여 호의 주민들이 특별한 날 초청하는 인정이 너무 고마웠다”며 “최근에는 현재까지 살면서 기록했던 글을 정리해 책을 한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유족회 영주지회 권영수 지회장(72)은 “몸이 불편하고 연세가 높아도 책임감이 강하고 행정력이 있어 상이군경회에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특히 자식(1남 3녀)들을 잘 길러 모두 사회요직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80이 넘은 나이에 참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승부역에 근무하는 최영일씨는 “시(詩)가 개통 당시 승부역의 실정을 잘 묘사한 것 같고 관광객들이 이 시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가면서 누구의 작시(作詩)냐고 물을 때마다 막연히 이곳에 근무했던 분이 썼다고만 했는데 이제 확실히 선배 한 분의 주소, 성명을 알게 되어 반갑다”고 말했다.

전우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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