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체험-기자가 간다]미리 가보는 영주 자전거 문화탐방로

영주 자전거 문화탐방로는 소백산역과 한국 유학의 진원지 소수서원에서 각각 출발해 서천에서 만난 뒤 아름다운 육지의 섬 무섬마을로 이어진다. Y자형의 이 탐방로가 완성되면 우리고장의 주요 관광지를 자전거로 여유롭게 탐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건설중인 영주댐 순환탐방로(약50km)와 연결될 경우 영주는 자전거 문화탐방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창간11주년을 맞아 자전거 탐방로 조성사업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현재의 모습과 보완점,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자전거 초보인 기자와 이번 현장취재를 위해 흔쾌히 길동무를 자처해 준 최현순(영주시외버스터미널 대표), 홍승도(소백산업 대표), 윤희대(한국통신 KT 퇴직) 세 분께 감사드린다.

이들 세명은 평상시에도 자전거를 즐겨타는 마니아로 전국의 유명한 자전거길을 섭렵하고 있다. <편집자 주>

▲ 미리 가 본 자전거 탐방로

▲ 낙동강 원류 따라 떠나는 자전거 여행
영주의 자전거 길은 바로 낙동강의 원류인 남원천과 죽계천에서 각각 시작돼 연꽃이 물위에 떠있는 형국, 즉 연화부수(蓮化浮水)의 아름다운 육지섬 무섬마을까지 이어지는 Y자형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넓은 폭을 자랑하며 여유로운 자전거 길을 만들었다 하나 강을 탄생시킨 근원에서부터 두 바퀴를 위한 자락길을 허락한 곳은 영주뿐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낙동강의 탄생과 자연의 생명력, 더불어 평온함까지 느낄 수 있다.

이날 탐방코스는 서천에서부터 소백산역까지 약 17km였다. 탐방로는 소백산역 무쇠다리 옛터에서부터 서천교 방향으로 조성중이니 거꾸로 올라가는 셈이다.

▲ 서천둔치에서 탐방을 위해 출발

▲ 창진교앞 급정지, 좌회전 비포장도로로

▲ 서천 취수원 인근 그림같은 풍경

일단 서천둔치에서 출발해 창진방향으로 가다 창진교 옆으로 난 비포장길로 들어섰다. 좁던 길이 시원스레 트여 힘차게 페달을 밟고 가다 무심코 우측 서천을 바라보니 시원한 물길과 우거진 풀숲, 멀리 보이는 소백산이 한 폭의 그림같다.

구경에 잠시 넋 놓고 있는 기자에게 홍승도 대표가 “무섬 가는 길도 경치가 정말 좋아요. 특히 강을 따라 교각을 세우고 방부목데크로 만든 자전거 길은 멋집니다”라며 가보길 권했다. 잠시 풍광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 사이 길동무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 안정 안심교 옆 인삼내음 쉼터, 길동무들과 기념촬영.왼쪽부터 최현순, 김영탁, 홍승도, 윤희대

▲ 인삼이 자전거를 탄다 ‘인삼내음 쉼터’
비포장 도로의 끝은 안정면 소재지다. 작은 다리를 건너 안정농협 뒤편 주차장을 지나면 곧장 안정교에 닿는다. 안정교를 건너자마자 왼편으로 빠지면 농로 겸 자전거 길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 길을 따라 한동안 올라가면 첫 번째 쉼터인 ‘인삼내음 쉼터’가 나온다.

“참 아담하고 정취있는 쉼터죠. 이곳에 화장실과 급수대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탐방로가 개통되면 꼭 필요한 시설입니다” 최현순 대표가 쉼터의 아쉬움을 말한다. 인삼 두 뿌리가 자전거를 함께 타고 있는 조형물이 인상적인 이 쉼터에서 출발하기 직전 기자도 길동무와 함께 이날 유일한 기념촬영을 했다.

▲ 버드나무 쉼터, 오른쪽에 금계천이 내려온다

▲ 인삼내음 쉼터 ~ 습지생태공원 쉼터
인삼내음 쉼터를 출발해 다음 쉼터인 습지생태공원까지 가는 길에는 자연이 만들어 준 또 다른 쉼터가 있다. 버드나무 그늘이 좋아 기자가 버드나무 쉼터라고 부르기로 한 이곳에는 징검다리를 대신하는 낮은 다리가 있다. 그곳에서 남원천과 만나기 위해 마음 급한 금계천의 시원한 물줄기와 마주하게 된다.

다리를 건너서부터는 녹음 짙은 풀숲 사이로 깨끗하게 포장된 자전거 길이 나타나고 좌우에 고즈넉한 풍경이 페달 밟는 속도를 떨어뜨린다.

나란히 가던 윤희대 씨는 “자전거 길을 타보면 그동안 놓쳤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아요. 마음도 편안해지고 말로 표현 못할 정취감도 느끼죠”라며 자전거 탐방의 좋은 점을 얘기한다.

풍기 남원천변 인삼축제장에 잠시 멈춰서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홍 대표는 “지금 지나온 이런 길이 가장 경제적이면서 깔끔한 자전거 길”이라고 했고, 최 대표는 축제장 옆 탐방로 군데군데 빗물에 쓸려 들어온 모래를 가리키며 “이런 모래가 자칫하면 사고를 일으켜요. 넘어지기 십상이죠”라며 시에 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 창락역터, 마패가 그려진 광장과 말죽통 벤치가 인상적이다.

▲ 창락역 쉼터,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은 휴식장소로 최고다.

▲ 생태습지공원 쉼터

▲ 습지생태공원 쉼터와 창락역 쉼터
축제장에서부터 탐방로의 시작점인 소백산역까지는 농로이자 자전거 탐방로, 소백산자락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차도 사람도 자전거도 조심해야 한다. 이 길은 은근히 오르막이 계속되는데다 소백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가면 보기보다 힘들다.

한숨 돌리고 싶을 무렵 ‘습지생태공원 쉼터’에 도착했다. 이 쉼터는 습지와 관찰데크가 잘 조성돼 있고 정자와 깔끔한 화장실도 있지만 탐방로가 개통전이라 문은 잠겨있다.

또 자전거 진입구는 내리막 끝에 직각으로 꺾이고 볼라드 기둥이 2개나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휴식 뒤 다시 탐방로에 올라 얼마쯤 가다보면 ‘창락역 쉼터’가 나온다. 조선시대 통신과 운송기관이었던 이곳 창락역은 당시 안동, 예천, 봉화역 등 9개역을 관할로 둔 큰 역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지방철도청쯤. 이 쉼터에는 마패가 그려진 광장과 말죽통 모양의 특이한 벤치가 있고 큰 느티나무 아래 들마루는 편히 쉬기에 좋다.

▲ 무쇠다리옛터, 탐방로의 시작점이다.

▲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자전거 이미지의 난간, 구름 덮힌 소백산이 조화롭다.

▲ 소백산역 무쇠다리옛터
낮잠을 한숨 자고픈 유혹을 뿌리치고 창락역 쉼터를 떠나 오늘 체험의 종착점이자 탐방로의 시작점인 소백산역으로 향했다. 이때부터는 소백산 도솔봉과 연화봉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진다.

펜션부근에서 호젓한 길을 따라 약 800미터를 더 가니 종착점인 무쇠다리옛터가 나온다. 희방사지에 따르면 이곳에 희방사로 가는 무쇠다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앞서 간 길동무 세 사람도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홍 대표가 “은근히 계속되는 경사로가 초행자에겐 힘들다”며 “대신 내려갈 때는 힘 안들이고 축제장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홍 대표의 말처럼 내려가는 길은 페달을 몇 번 밟지 않아도 쌩~하고 갈 수 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은 일반도로를 택했다. 갓길이 제법 넓어 안정면 소재지를 제외하고 자전거를 타기에 충분했다.

어느덧 길동무들과 헤어질 시간. 세 사람은 기자가 자전거에 적응하는 대로 금강종주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 월호교 6구간 데크탐방로

▲ 무섬 가는 길, 숲길 데크 탐방로 명소될 듯
며칠 뒤 무섬마을로 가는 길과 소수서원 탐방로는 혼자 나섰다. 무섬코스는 탐방 다음날 시의회 현장방문에 동행하면서 이미 한 차례 다녀왔지만 다시 한 번 찾았다. 서천에서 무섬을 향해 내려가던 자전거 길은 적서교에서 끊긴다. 이때부터 일반도로를 타고 가야한다.

좁은 갓길을 따라 조심스레 가다보면 영주시환경사업소 맞은편에 새로 조성중인 탐방로가 보인다. 월호교까지 이어질 이 탐방로는 약 860m로 현재는 철제빔으로 교각만 만들어 둔 상태. 서천을 따라 산비탈 나무숲 사이로 지나는 이 길은 풍광이 뛰어나 명소가 될 듯하다.

이미 완성된 월호교 6구간(약 690m) 데크 탐방로는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소수서원에서 시작해 서천을 향하는 탐방로는 경북도가 계획중인 죽계천 정비사업과 맞물려있다.

특히 이길은 정축지변으로 희생된 순흥 사민(士民)의 피가 흘러내려간 물길로 지역의 역사를 되새기게 해준다. 사천교 부근에 조성된 쉼터 이름도 그런 역사를 담아 ‘피끝마을 쉼터’다.

이곳 정자에는 주민이 관리하는 듯 청소한 흔적과 대걸레, 손걸레가 놓여있다.

▲ 소백산 자락길이기도 한 구간, 차와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다녀 주의해야 한다.

▲ 전문적인 관리조직 필요, 완성 후 명품 탐방로 기대 돼
소백산역과 소수서원에서 시작해 무섬마을까지 이어질 Y자형의 자전거 탐방로가 완성되면 시민과 탐방객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 완공될 영주댐의 순환로와 연결해 잘 관리한다면 전국적인 명품 자전거 길을 기대해 볼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관리공단 같은 전문적인 관리조직과 제주올레처럼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문화탐방로인 만큼 우리지역의 역사와 문화, 미래비전까지 느낄 수 있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도 더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과 이용객들의 자발적인 관리 동참이야말로 명품 자전거 길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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