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사람]6.25 참전유공자회 영주시지회 정연흡 회장

참전용사 800여명 등록 회원은 610명
200여명은 건강문제로 입회도 못해
초창기 게이트볼 회장 맡아 보급에도 앞장

“백마고지 전투가 치열할 때 마지막 9사단 28,29연대가 투입돼 많이 전사했어요. 마지막 30연대 투입 무렵 500여명의 보충병이 뽑혔는데 난 9사단 30연대에 배치 받았죠. 철의 삼각지(철원~금화~평강)인 금화에서 처음 수색대 왔다고 혼자 홀에 남겨두고 다 적진에 수색하러 나갔어요. 밤새도록 홀에서 무서워 얼마나 떨었는지... 다음날 중대본부에 오라해서 갔는데 중대본부에 근무하라고 해서 살았지. 수색중대에 있었으면 죽었겠지 다들 죽었는데...”

정연흡 지회장은 사무실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정 지회장의 시선이 닿은 그곳에는 6월의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무심히 흘러가고 있다.

영주시의회 앞 향군회관 2층 6.25 참전유공자회 사무실에서 정연흡(82, 휴천3동)대한민국 참전유공자회 경북지부 영주시지회장을 만났다. 정 지회장은 1949년 첫 교사발령으로 봉화 상운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1951년 징병1기 영장을 받고 포항을 거쳐 제주도에서 훈련을 받았다.

“96일간 훈련을 받고 하사관 학교로 갔죠. 하사관학교 졸업 후 기관요원 시험을 치는데 시험문제가 뭔 줄 알아요? 애국가 4절까지 쓰기였어요. 당연히 합격했죠. 한동안 제주도에 있다가 춘천(보충대)에서 9사단 30연대로 배치 받은 거죠”

6.25참전 유공자회 영주시지회는 지난해 정연흡지회장 취임식이 있어 걸음 했던 곳이다. 정지회장은 “전후 세대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제2, 제3의 6.25가 올 수 있다. 우리 전우들은 모두 80이 넘어 앞으로 살날이 많지 않아 회가 존속될 날도 멀지 않다”며 “옛날에 부르던 군가를 함께 부르면서 1년에 한번 씩이라도 만나는 것이 소망”이라는 인상적인 취임사를 했었다.

“아, 그 때 와준 기자님이시군요”라며 반색을 한다. 내친 김에 본 기자는 지난 15일에 영주시민회관에서 열린 6.25 참전유공자회 행사도 갔었다. 특히, “노병들이 더러는 불편한 몸을 일으켜 ‘전우야 잘 자거라’를 부르는데 저도 목이 메었다”고 말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고 반겨준다.

정 지회장은 80이 넘은 노인임에도 허리하나 굽지 않은 당당한 체격에 선비의 풍모를 지녔다. “그렇게 보였다면 다 게이트볼 덕일 겁니다. 게이트볼은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아주 좋은 운동입니다. 일본에는 남녀노소가 다 즐겨한다고 합니다”라고 알려준다.

정 지회장은 영주에 게이트볼 보급에 앞장섰으며 전 영주시 게이트볼 회장, 전 경북도 게이트볼연합회장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영주 게이트볼 고문으로 여전히 시간 날 때마다 게이트볼을 하고 있다.

“1998년 영주의 게이트볼이 처음 보급될 무렵 회장을 했는데 처음엔 회원이 20명이였어요. 그런데 2002년 시 회장을 넘겨줄 때는 300명에 달했지요. 영주시 게이트볼은 18개의 분회가 있어요. 16일 시민운동장 축구장에서 시장기 대회를 했는데 신영주분회가 우승했어요. 우승단체에게는 우승기, 트로피, 상금이 있죠. 내가 신영주분회장이죠.”라며 밝게 웃는다.

정 지회장이 게이트볼 경상도 게이트볼연합회장으로 있을 때인 2005년 5월19일과 20일 양일간 영주시민운동장에서 ‘제2회 대통령기 전국게이트볼 대회’를 유치하기도 했다.

또,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 부설 은빛대학에서 지난해까지 11년간 게이트볼 반 지도를 했다. “내가 게이트볼 국제심판, 지도자자격과 심판1급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게이트볼은 대구대학교수(김상은)가 일본에 교환교수로 갔다가 배워 와서 대구대부설 노인대학에 보급해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들 운동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 등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하는 운동이죠. 야외에서 맑은 공기를 쐬며 하는 전신 운동이에요.”

이산면 수구리(내림1리)가 고향인 정 지회장은 봉화, 대구, 성주, 경산에서 교사로 재직했으며 지금은 폐교가 된 봉화 북지초등, 내성초등에서 교감으로 재직 후 물야면 수식초등, 평은면 오운초등에서 교장으로 재직하다가 풍기 창락초등 교장으로 1996년 퇴임했다.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 받았다.

“우리지역에 6.25 참전용사가 800여명인데 현재 등록된 회원은 610명이에요. 그 중 건강 등의 문제로 200여명이 입회를 못했어요. 이들의 복지문제가 시급하죠. 현재 등록된 회원이 610명 중에서도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은 500여 명이죠. 우리 회(6.25 참전유공자회)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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