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겨울선물 해보세요"

"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는데 이보다 좋은 건 없습니다." 서울수예점에서 딸아이의 원피스를 짜던 휴천2동의 주부 장영희씨의 말이다.

장춘당약국 맞은 편 상가시장 안의 서울수예점에는 아침부터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저마다 손가방에서 예쁜 빛깔의 털실로 짜던 스웨터며 조끼, 목도리 등을 내놓고 오순도순 사는 이야기도 곁들여 가며 뜨개질을 한다.

가끔은 보온병에 커피를 끓여오는 아주머니도 있고 "잘 좀 가르쳐 주세요"라며 귤 한 보따리를 내어놓는 애교 만점 아가씨도 있다.

이곳의 주인 허옥애씨(54세)는 이 상가시장의 터줏대감이다. "상가시장에서 수예점 한 지 30년 됐어요. 가게를 두어 번 옮기기는 했는데 다 이 근처지 뭐" 그녀의 고향은 서울이다. 그래서 수예점 상호도 서울 수예점이다.

"남편 따라 온 거죠. 저 양반이 영주 연초제조창 다녔거든. 아휴 그럼 벌써 퇴직했죠"

그녀는 마침 외출하는 남편 김재호씨를 가르키며 말한다.
"우리 엄마 아빠는 그 나이에 연애 결혼했답니다 " 허옥애씨의 막내딸이자 수예점을 물려받을 손재주 있는 태경씨(25세)가 한마디 한다.

"야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노 창피하그러" 허옥애씨의 자연스러운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그녀는 경희대학 행정학과 2학년 재학 중에 남편과 만나 연애 결혼했다.

"같은 경희대학을 다녔어요. 과도 행정학과 똑 같고 그 사람은 4학년이였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군에 갔다와서 사회생활 하다가 대학엘 들어와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나하고"

허옥애씨가 영주에 정착해 서울수예점을 시작할 당시 뭇별수예점과 처녀수예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없어지고 그녀의 수예점 만이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년 전쯤 털실이 정말 잘 나갈 때는 이 상가시장에 수예점이 10군데는 됐을 꺼예요. 그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 나 그때 돈 좀 벌었잖아" 그러면서 그녀는 환하게 웃는다.

현재 가게로 쓰고 있는 1층과 가정집인 2층을 10년 전에 2,700만원에 샀는데 반은 빚을 얻어 장만했다 한다.

"그때는 장사가 얼마나 잘됐는동 2년 만에 그 빚을 싹 다 갚았잖나 "

그녀는 손님들에게 뜨개질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딸 태경씨를 쳐다보며 말한다.

허옥애씨는 요즘 딸 태경씨가 여간 대견한 게 아니다. 다부져 보이는 외양처럼 물건을 파는 거나 손님들에게 십자수며 뜨개질을 가르치는 폼이 딱 부러져 너무 믿음직하기 때문이다.

"요즘 십자수 많이 하고요. '잠시주차' 도안 같은 거, 또 액자, 쿠션도 많이 해요. 겨울철이니까 뜨개실도 많이 나가죠"

보통 어른 가디건은 실 10 타래면 가능하고 아이들 조끼 정도는 2 타래면 뜰 수가 있다.

초보자도 금방 배울 수 있는 것이 뜨개질이다. 올 겨울이 가기 전에 소중한 이들에게 사랑으로 짠 포근한 목도리 하나 선물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허옥애씨는 남편 김재호씨와의 사이에 5녀 1남을 두고 있다.
"막내가 아들인데 대학 다니다 지금은 군에 가 있어요.

우리 큰딸은 일산에서 국어 교사하고 넷째도 선생이야, 하남에서 수학 교사예요. 둘째, 셋째 다 잘살아"

그녀에게는 위로 세 딸에게서 얻은 손자 손녀가 여섯이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들 하나 딸 하나씩을 뒀다 한다.

"제가 작년에 조카 옷 하나씩 떠 주다가 죽을 뻔했다니까요. 혼났어요. 혼났어 "태경씨의 너스레에 "옷 여섯 벌을 짜느라 혼났지 뭐" 라며 환하게 웃는다.

허옥애씨는 현재 영주문화원 회원이며 수사모(수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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