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평은면 새마을부녀회장 권명주회장

“주민투표로 갈라졌던 갈등이 아직은 조금 남아있어요. 댐이 준공되고 물이 차면 1천여 주민이 살아가는 초미니 면으로 태어나지만 화합으로 뭉쳐 그 옛날 정겨운 평은면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평은면 오운2리 부녀회장을 맡아 활동한지 20년 만에 평은면 새마을 부녀회장으로 선임돼 더욱 어깨가 무거워 졌다는 권명주(59)회장의 말이다.

“옛날에는 젊은이도 많았지만 주민 모두가 마을 대소사는 물론 이웃의 궂은 일까지 내 일같이 살펴 왔는데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갈분, 예고개, 새터 등 3개 자연부락으로 흩어진 오운2리는 60여 가구가 사는 적지 않은 마을임에도 연로한 어른들을 제외하면 활동력이 있는 젊은 회원은 18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92년 2월 마을 부녀회장을 맡으며 폐비닐, 사료 포대, 농약병 등 재활용품을 모아 판매한 자금으로 정월 윷놀이와 어버이행사, 8월15일로 정해놓은 풋구 등의 주요행사로 마을대소사를 이끌어 왔다는 권 회장은 모자라는 돈은 십시일반으로 거출해서 쓰고 있지만 마을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이다.

“남편의 도움으로 20년이란 긴 세월을 새마을이란 봉사단체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몸담아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내 차가 있어 출입이 자유롭지만 옛날에는 남편이 경운기와 자동차로 태워주고 또 마중을 왔습니다”

권 회장은 아무리 바쁜 일을 하다가도 모임이 있는 시간에는 잔소리 한번 없는 남편의 외조 덕분에 38년 결혼생활 중 절반이 넘는 세월을 새마을과 더불어 살아왔다고 웃는다.

“행정구역으로는 영주시에 소속돼 있지만 봉화와 안동을 오가는 길목에 자리한 오운2리는 해마다 5월 단오날에 예고개 정상의 장승공원에서 장승제를 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평은만의 색깔이죠”

지난 1월 평은면 새마을부녀회장에 선임돼 회원들과 평은리~천본2리간 4Km구간에 관상용 딸기나무를 심었다는 권회장은 저소득가정 헌집 고쳐주기 사업과 다문화가족 고추장 담그기 실습, 불우이웃돕기, 도배 해드리기 외에도 다문화가족을 살피고 소외된 독거노인돌보기 등 생활전반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웃들을 아우르는 사람 사는 냄새로 뭉치고 어울리던 평은면 회복에 새마을이 앞장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존사업인 헌옷 모으기와 미역, 멸치팔기, 가시 박 제거사업, 도로변 풀베기 등을 이어가고 배롱나무와 칸나를 도로변에 심어 아름다운 평은을 만들 생각입니다. 또 환경을 헤치고 있는 폐휴대폰을 집중수거해 작은 자금이라도 모을 생각입니다”

우선 자금이 확보돼야 구상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권 회장은 자금 확보를 위해 자신이 50만원을 찬조형식으로 보탰지만 수 천만원의 자금 확보를 위해 면장님과 상의, 회원들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많은 일거리를 부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에는 노는 땅 600여 평을 무상으로 얻어 회원들이 당번을 정해 들깨를 심고 가꾸어 수확한 결과 100여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는 권 회장은 올해도 더 큰 면적의 땅을 얻어 소득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회원들과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참으로 영악합니다. 마을구성원으로 최소한의 도리마저 외면한 채 혼자 바쁜 척 살아가지요”

사회구성원으로 최소한의 협조도 없이 독불장군처럼 살고 있는 젊은 후배들을 보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권 회장은 문명의 이기는 농촌사회마저 병들게 하고 있다며 혼자만의 성을 이루며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파킨슨병으로 고생을 하다가 수술까지 받고 요양 중에 있는 남편 강재원(68)씨를 보살피며 2천400평의 사과농사와 1천500평의 쌀농사를 짓고 있는 권 회장의 일과는 잠시도 쉴 틈이 없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엔 사과농사도 괜찮았지만 사과나무 사이에 심은 300여 평의 고추농사도 1천 여 만원의 소득을 안겨줬습니다”

폭락을 하면 농민책임이고 가격이 오르면 수입으로 농민을 잡고 있는 정부정책 때문에 후계구도는 물론 젊은이 하나 없는 벼랑으로 몰리고 있는 오늘의 농촌모습이 안타깝다며 수입만능으로 가고 있는 정부정책을 나무라기도 했다.

슬하에는 2남1여를 두고 4명의 손주까지 두었으나 맏아들 한성(37)씨가 결혼을 않고 있어 걱정이 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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